흔들리는 삶은 흔들리지 않는다.모든 것이 불안정하기에 우리는 그토록 안정됨에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당황하고 휘청이는 우리내의 삶을 함민복 시인우 나무의 그것에 담아냈다."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균형을 맞추어 가지를 잘라내었건만 더욱 더 흔들리는 나무. 불필요하다고 여기던 작은 가지들, 이파리들이 생각이상으로 거목을 지탱했던 모양이다.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해 질끈 감았던 두 눈.저려오는 손끝을 애써 외면한 순간.흔들리지 않기 위해 흔들려온 나무는 어느 새 나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작가정신에서 발간 된 이 시 그림책은 한성옥 작가의 일러스트와 함민복 시인의 시의 합작이다. 짧은 시 한 편과 단 한 편의 시를 위한 많은 그림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간의 시 모음집 발간 형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하나의 시와 그 세계에 깊숙히 빠져들 수 있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흔들림이 흔들리지 않기 위한 것임을 알기에 헤메이고 휘청여도 괜찮다고 이해해주는 듯, 이 시에게 작은 위로를 받는다. 거친 겨울 바람에 익숙해져가는 가을의 끝자락이기에 이 시가 더 오래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