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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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의 2012년 작 [라이프 오브 파이]는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는데, 이는 얀 마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 파이이야기 ]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CG기술의 놀라운 실현으로 잊을 수 없는 영상미를 선보여준 덕에 내게도 가장 인상깊은 영화 중 하나다. 2004년에 출간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인데, 2017년 크로아티아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 화가 미슬라프 토르야나크의 일러스트 40여점이 담긴 일러스트 특별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장대한 서사와 상징가득한 모티브를 강렬한 색채와 거친 화풍으로 담아낸 그의 일러스트는 책을 읽어나가는 데 크나큰 기폭제가 되었음을 인정해야겠다.










" 얀 마텔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그림을 두고 말하길 “강렬한 색채와 뛰어난 화면 구성, 소용돌이치는 듯한 그림, 그리고 모든 것을 파이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소설은 완전한 일인칭 시점이고, 나는 소설에서 한 번도 파이에 대해 묘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렬하고도 리얼한 시각언어와 함께 재탄생한 특별판『일러스트 파이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 소설” 『파이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기본 시놉시스


인도인 소년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형 라비와 함께 인도에서 살고 있다. 피신이라는 이름으로 놀림받는 날들에 화가나 파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개명하고, 이슬람, 기독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를 접한다. 동물원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자 가족 모두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하는데, 가족과 동물들을 싣고 운행 중이던 배가 난파, 4마리의 동물과 파이만이 구명보트에서 살아남는다. 시간이 지나 살아남은 것은 파이와 호랑이 '리차드 파커'로 둘은 망망대해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다가, 초현실적인 섬과 조우, 함께 생존한다. 리차드 파커는 미련없이 자신만을 남긴 채 떠나버리고 파커는 구조되어 일본 해양부의 직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일들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피신 몰리토 파텔"이라는 소년의 유년기에서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았으나, 책을 읽을수록 왜 작가는 파이의 유년기에 수많은 페이지를 할당하며 서술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파이이야기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호랑이와 함께한 위험천만한 표류, 모험기". 그러나 책을 읽어가는 독자들은 수많은 상징에서 1차적 구조 이상의 것을 알아차려야함을 느낄 것이다. 영화로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내게는 더욱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단순한 모험기로 이 책을 읽다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조마조마하기 때문이었다.






피신은 자신의 이름으로 놀림감이 되는 것을 견디지 않고, 무한한 파이로 자신을 상향시키고, 이질적인 세 종교를 모두 섭렵해버리는 거침없는 개척정신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웅적인 비범함을 보이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배가 난파되어 망망대해에서 가장 근본적인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할때는 찾아볼 수가 없다. 끝없이 내던지는 리차드 파커와 신에게의 질문과 분노는 막다른 궁지에 몰렸을 때의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아보였다. 결국 이성이라고 하는 것은 본성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에서나 힘을 발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말해보세요.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든 여러분으로선 상관없고, 또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묻는데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요?

-본문 中



네마리의 동물,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호랑이가 상징하는 바가 밝혀지는 후반에서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된다. 독자들은 아마 "그럼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이야기는 뭐지?"라고 충격을 받을지도. 치아섬과 수만마리의 미어캣과 같이 초현실적인 부분들을 읽어나가면서 상상력과 환상에 압도되었는데, 이들이 진짜인지 아닌지가 헷갈리기 시작하다가 결국은 어찌되도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 역시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더 나은 이야기라 생각하기에.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추천사라고 생각되는 문장이있다.

" 소설이라는 예술이 죽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얀 마텔의 소설을 읽어보라" - 알베르토 망구엘

얀 마텔의 소설은 그의 문장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그의 문장들은 자꾸만 곱씹고싶은 예술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가장 순수한 문학으로서의 매력을 느낀 작품이다. 이에 더해진 일러스트들은 오래된 명작을 보듯, 거대한 풍경을 압축시킨 듯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문학과 회화가 더해진 예술로 재탄생한 [일러스트 파이이야기]. 가볍게 읽자면 모험기로, 소설의 심연까지바라본다면 종교, 심리, 철학 무엇이든 확장해나갈 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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