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흑백사진이 실감을 짜릿하게 전하는 초현실적 이미지라는 것을 깊이 이해했다. 흑백사진은 사실을 곧이곧대로 재현하는 듯 보이지만, 완전히 ‘탈색된 현실의 모습‘이라는 환상이다. 믿기지 않게 현실을 정확히 재현한 듯 보이지만 현실 속에서 절대 그런 모습일 수 없는 것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조금도 의심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모순이다.
이렇게 두 가지 욕망이 해소된다. 현실을 고스란히 실감 있게 재현하면서도, 있는 그대로라기보다는 꿈같은 모습으로 보여 주려는 욕망이다. 모든 예술가의 궁극적 목표와 이상향이다. 모순 속에서만 실재하는 이미지를 그리워하는 꿈이다.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