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문의 사명 - 인문학연구총서 1
조동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인문학도 들이여 당신들은 진정 꿈을 포기하였는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부터 인문학에 푹 빠져들었고 내가 선택한 인문학이라는 길에 대해서 한번도 후회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단 한번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도데체 그런 걸 왜 공부하느냐하는 소리만 수백번 들어야 했다. 그들을 설득하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지만 인문학문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몰인식의 골은 너무나 깊은 것 같다.

인문학이 이 지경이 될때까지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인문학 연구자들의 안이한 연구자세, 남의 것을 들여와서 은근슬쩍 현학적인 말로 포장해서 내놓았던 그 동안의 행태들, 교육자들 역시 인문학을 제대로 알리고 가르치려는 노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전세계적으로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있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일 뿐.

조동일 교수는 자신이 선택한 인문학에 대해서 성실한 자세로 사명감을 가지고 학문에 임했다. 그의 성과는 결실을 맺었고 재판에 재판을 거듭한 그의 전작 저서들, 우리 국문학의 연구수준을 한차원 높인 조교수의 연구성과. 조동일 교수는 말한다. 대중성을 조금은 놓치더라도 인문학의 수준을 높이고 지속성을 위해서 어렵더라고 자신의 길을 가겠노라고. 조동일 교수님의 연작 저서의 발표와 그의 출판이 곧 대중성을 향해서 당신이 기여하는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기죽어 왔던 사람들에게 저자는 인문학의 당위성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고, 인문학은 과학과 엄연히 구분되며 나름의 독자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 독자성을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통찰의 학문'인문학.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저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책을 읽어가면서 우리 인문학의 형편에 대해서 저자가 지적하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한숨을 거둘 수가 없다.

인문학도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라. 새로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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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과정 1 한길그레이트북스 9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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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사회과학 도서를 집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사람은 소수다. 독자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출판문화의 빈약함을 탓하기 이전에 저자들의 자기 반성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글쓰기.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고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심도있게 파헤치고 풀어나가려는 노력. 엘리아스를 보고 좀 배웠으면 한다.

엘리아스는 자신이 철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문제시해왔던 것, 근대 서구 철학의 인간상인 '폐쇄적 인간', 데카르트에서 시작해서 칸트에 이르러 그 완성된 모습을 갖춘(칸트는 이를 `아 프리오리'라고 지칭했다) 서양 철학의 확고부동한 인간형에 대한 비판을 문제인식의 출발점으로 삼아서, 이러한 인간형은 사회발전과정에서 야기된 특수한 형태의 인간형일 뿐 불변의 철학적 명제가 될 수 없다고 꼬집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풍부한 역사적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1968년판 서문이라 할 것이다. 당시 사회학의 지배적 패러다임이던 파슨스의 구조기능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현대 사회학의 학문적 편협함을 비판하고, 나아가서 사회학자들의 현실안주적인 연구행태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현대사회학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어 왔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탁월한 글이라고 생각된다.

번역이 너무 잘 되서 흡사 우리글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사회학 도서를 그리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이다. 역사적 사실들과 사회학적 분석 여기에 더해서 철학적인 안목까지 높일 수 있는 탁월한 저작이다. 문명화 과정 2권을 너무나도 기대하게 만든다.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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