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화과정 1 한길그레이트북스 9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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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사회과학 도서를 집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사람은 소수다. 독자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출판문화의 빈약함을 탓하기 이전에 저자들의 자기 반성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글쓰기.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고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심도있게 파헤치고 풀어나가려는 노력. 엘리아스를 보고 좀 배웠으면 한다.

엘리아스는 자신이 철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문제시해왔던 것, 근대 서구 철학의 인간상인 '폐쇄적 인간', 데카르트에서 시작해서 칸트에 이르러 그 완성된 모습을 갖춘(칸트는 이를 `아 프리오리'라고 지칭했다) 서양 철학의 확고부동한 인간형에 대한 비판을 문제인식의 출발점으로 삼아서, 이러한 인간형은 사회발전과정에서 야기된 특수한 형태의 인간형일 뿐 불변의 철학적 명제가 될 수 없다고 꼬집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풍부한 역사적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1968년판 서문이라 할 것이다. 당시 사회학의 지배적 패러다임이던 파슨스의 구조기능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현대 사회학의 학문적 편협함을 비판하고, 나아가서 사회학자들의 현실안주적인 연구행태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현대사회학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어 왔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탁월한 글이라고 생각된다.

번역이 너무 잘 되서 흡사 우리글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사회학 도서를 그리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이다. 역사적 사실들과 사회학적 분석 여기에 더해서 철학적인 안목까지 높일 수 있는 탁월한 저작이다. 문명화 과정 2권을 너무나도 기대하게 만든다.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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