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자처럼
심우찬 지음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하다.’라는 단어는, 존재하는 것에 어떠한 상태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낭중지추(囊中之錐)인 사람들과 아직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남아있는 듯하다. 세상엔 평범한 사람은 없는데. 각자가 살아온 시간만큼 삶에 실린 무게는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자신을 평범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나조차도 내가 얼마나 특별한지 아직도 잘 깨닫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평범해.’라는 말도 할 수 없다. 특별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평범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고, 누구보다도 나를 아껴줄 사람 또한 나이다. 다른 무엇보다 나를 가장 아끼는 것을 보고 어떤 이는 이기적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아마도 다른 사람 또한 그렇게 생각할 거란 깊은 생각까진 해보지 않아서 일거라고 추측하고 있다(이렇게 독서를 통해서 나를 통찰하고 깨달은 바를 고쳐나가면 언젠가는 그런 말은 듣지 않을 수 있으니 나를 아끼는 것이 아끼지 않는 것보다 얻는 바가 많다는 내 생각엔 변함없다).

5월 14일,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정말 우연히,「프랑스 여자처럼」저자 심우찬씨의 강연을 들었다. 여성을 굉장히 공경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여성부가 있는데도 아직도 현실이 이런 모양새인 걸 안타까워하는 그의 표정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결국 말하고 싶었던 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였다고 한다. 책에 실린 여자들에 대한 정보와 그의 생각들에서도 그 메시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눈앞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을 생생히 들으니 메시지의 내용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책에 실린 프랑스 여인 30명은 삶에 굴곡이 많다. 정점까지 갔다가 파국에 치달았다던가, 밑바닥에서 정점을 찍은 여인들도 있다. 여기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냐고 묻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읽은 바로는 그녀들은 그 굴곡마저도 자신의 선택이었고,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버텨내고 이겨내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낸 것이었다고.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과연 그녀들처럼 그런 삶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자에게 강요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많이 근대화됐다고는 하나 남자들의 무의식 속에는 여자의 일관된 이미지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나라에서 내 생각대로 삶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참 많이 갖게 했다.
그런 의문이 든다고 해서 나의 삶을 개척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좌절시키지는 말자는 게 이 책을 읽고 난 내 최종의견이다. 프랑스의 여인들 또한 쉽게 운명을 살진 않았다. 실수도 했고, 슬픔도 겪었다. 현실의 비참함도 보았고, 상처도 받았다. 그녀들과 같은 걸 겪진 않아도 제대로 힘든 곳으로 뛰어들어 보지도 않고 힘들 거란 추측 하나로 여자인 나 자신, 나만의 길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내게 어울리는 것을 끊임없이 찾으며 사는 것이 바로 당당한 삶이다. 샤를로트 갱스부르처럼, 이자벨 아자니처럼, 마리 로랑생처럼, 세골렌 루아얄처럼. 이야기만 들어도 멋지고, 당당한 여자가 되는 것.
세상에 어느 것도 누군가의 희망을 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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