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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흔희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도리어 숨기려 한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다. 우리는 도에 지나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냉혹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여기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내면의 고통에 적응하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으로 표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은 자신의 불안과 반사적인 방어 의식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80쪽)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먼 곳에서 바라다보면 각자가 외딴섬을 만들어놓은 모습일 것만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적대적이며, 간섭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가 돼버렸다는 증거다.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사람들이 망각하는 부분이 있다. ‘나’가 소중한 만큼 ‘우리’도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남’에게 신경 쓰기 어렵다면 주변 사람부터 신경을 써보자는 말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학습하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의 저자 아이라 바이오크는 지금 이 현실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나를 위해서 다른 이들과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서양에 개인주의 정신을 생각해본다면 저자의 이런 발언이 상당히 신선한 바람이라고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삶이 내게 일깨워준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나는 나 자신이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어떤 사람이든 우리가 아는 만큼, 또는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작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우리네 편협한 식견으로 판단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크고 심오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셋째는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해 마지막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최종적인 말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71쪽)
마지막 말, 용서, 감사, 사랑, 작별인사에 대한 내용으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은 부분마다 ‘나는 소중하다, 남을 배려하고 이해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171쪽에 저자의 지인이 해준 말에는 그가 하고 싶은 내용이 단편적으로나마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책을 읽다보니 속담 중에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쁜 뜻에서가 아니라 죽음이 가까워온 사람들은 자신과 주변인들을 위해서 이런 노력을 하는데 현재 죽음을 걱정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나는 과연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런 노력이 어려울 것은 책에 나와있듯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분명 우리의 삶이 마무리되기 전에 해야 되는 일이긴 하다.
아비는 자기만이 깨고 나올 수 있는 독성이 강한 껍데기에 오랫동안 갇혀 지냈던 것이다. (90쪽)
사람은 자신이 갇혀있는 공간을 깨고 더 넓은 공간으로 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온다. 남을 위한다는 개념보다는 내 행복이 남으로 퍼지는 것이므로 내 행복을 추구하며 남들과 화합하며 후회없는 삶을 살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분명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되새김질 해봐야 할 내용들이었다.
다시 아이로 돌아가 버린 듯 이 책을 어설프게 읽었다. 이 속에 모든 일들이 비현실적인 일 같고, 나는 관련 없는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과 조금 더 긍정적으로 지내고, 나를 더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다른 무언가를 오래 공부한 것보다 더 인생을 깊게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앞으로 나는 조금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행복과 주변의 행복과 앞으로 언젠가 다가올 행복한 죽음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