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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 ㅣ 기사 아이단 시리즈 1
웨인 토머스 뱃슨 지음, 정경옥 옮김 / 꽃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엔 모르는 것, 못본 것, 못믿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예로, 모든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사조차도 자신의 몸은 진료하고 치료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꾸만 알려하고, 보지 말아야 할 것도 보길 원한다. 정작, 우리가 믿어야할 어린 아이들의 순수는 제대로 본 적 있을까. 나이를 먹으며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자신의 눈에 차는 대로 보진 않았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아이단은 왕따다. 친구도 없고, 용기도 없다. 그런 그에게 렐름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엘리블의 왕의 부름으로 엘리블의 일원이 되어 기사가 된다. 엘리블의 왕을 배신한 파라고어가 꾸미는 암흑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아이단을 제외한 열한명의 기사들이 늠름하여 주늑들기도 하지만 늘 그의 옆에 있는 그웬과 기사들, 기사들을 통솔하는 발리토어대장이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파라고어가 자신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여전히 중립을 고집하고 있는 미스가드를 노리자, 엘리블에서도 미스가드로 향한다. 그들은 힘으로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신뢰로 그들을 설득하기로 한다. 미스가드로 가는 도중 태풍을 만나 그웬과 아이단만 겨우 미스가드에 도착한다. 왕이 파라고어 부하들의 동맹제의를 거절한 저녁, 파라고어의 군대가 미스가드를 공격한다. 힘겹게 미스가드에 도착한 다른 기사들과 아이단은 힘을 합쳐 그들을 저지하는데 성공하지만, 발리토어 대장이 싸우는 도중 아이단을 보호하다 죽음을 맞이하고-그웬과 미스가드이 글림스(엘리블 왕국의 사람들을 지칭)들이 잡혀가게 된다.
모험은 예기지 않는 것과 함께 시작된다.
악몽, 지하실에서의 발견. 그것들이 아이단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어른이건 아이건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것들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게 거기서 발견될거라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요샌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놀라는 사람이 줄었을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것이 아닌 게 되진 않는다. 나는 지금도 내 가까운 곳에서 나를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길 원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현대에선 사람들이 너무 쉽게산다는 생각이 들어서 라는 게 가장 적합한 이유갔다. 예전엔 먼 길도 걸어다니고, 꾸불꾸불 산길도 걸어보고, 짚신을 신고 발가락도 시려보고, 엄청나게 큰 가마솥에다 밥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요샌 기계가 그 힘듦을 차지하고 있다. 발맞춰 사용은 하고 있지만 본래가 선조의 핏줄이라 그런지 그런 힘듦을 원할 때가 있다. 그런 회의감에 젖을 때가 바로 새로운 체험을 원하는 때다.
이 책에선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아닐 순 없다는 말이 몇 번 등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가치있고, 쓸모가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없다고.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에 한 번씩 듣는 내용이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게도 아직 희망이 남은 것만 같아서. 아이가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어른이 나오지 않는 글은 없다. 나도 이 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삶은 모험의 연속이다.
이 책은 단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총 3권으로 이루어져, 끝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단이 다시 엘리블의 사건에 연관될 거란걸 암시한다.
세상에 끝이란 단어는 없다. 행복함은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절망감은 행복을 극대화 시켜주는 장치다. 아이단을 통해서 작가는 사람들에게 어린이의 순수함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쁘게만 보지 말라고, 때론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게 즐거운 모험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책 읽는 내내 말투가 어린이에게 말하는 듯 느껴져서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이로 돌아가라는 일종의 체면같은 게 아니었을까 한다.
온 세계는 어느 땅굴인가를 통하면 모두가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비하고도 즐거운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 삶에 지쳐 모험과 순수함의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무지개를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