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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성민 글, 이태진.조동성 글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닿아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하나 있다면, 내 손으로 역사 장편소설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 길에선 이미 다른 이들이 완성한 수많은 역사 소설을 읽어야 하는 게 필연적인 일이다.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는 그 길에 놓여있던 많은 책 중에 한 권이었지 싶다.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는 제목부터 자극적이었다. 그다지 자극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자극적이기에 눈길이 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실과는 반대되는 것이기에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가를 잠시동안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은 크게 안준생의 처지와 장군 안중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친일파가 새로 추가분류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난 그 소식을 들을 때 이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번뜩, 그 사람들도 안중근 장군의 아들 안준생과 처지가 많이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중에는 정말 변절한 이들도 있을 테지만 그들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취급을 받길 바라는 마음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으므로,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그 시대에 어쩔 수 없던 사정이 있을 게 분명하다고 믿고 싶어졌다. (특히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굳게 믿고 싶은 사람이 나에게는 두 분 있지만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다.)
내용을 읽다보면, 우리나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약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시스템은 똑같은 것 같다. 대를 위해서 소가 희생하는 시스템. 그것은 언제부터 사회에 정착된 것일까. 개인 대 개인 사이의 사사로운 일과 정치적인 일은 엄연히 경계선 오른쪽과 왼쪽처럼 나뉘어 있는 일인것을 어른들은 모르는 걸까.
안준생은 참으로 안쓰러운 인물이다. 아버지를 버릴 순 없지만, 개죽음 당하고 싶지도 않은, 아버지만큼 큰 인물이 되지도 못한 시대의 산물이다. 내용 중 김구의 이런 말이 나온다.
"결국 이리 되고야 말았다. 그때 준생을 데리고 나왔어야 했어. 우리가 그를 보살피고 보호했다면, 오늘의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을......"
정치 ·언론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책을 읽으며 개탄해야 한다. 대한민국 땅을 밟고 사는 사람 중에는 대의에 묻혀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걸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국 변절하게 된 안준생이 무조건적으로 잘한 행동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지만, 그를 무턱대고 미워하고 증오할 순 없다. 그런 선택을 했던 그가 죽는 순간까지 100% 행복할 것 같다고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준생의 이야기를 읽다가 안중근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대충 읽으면 이 책을 오독한 셈이 된다.
우리는 보통 안중근을 열사나 의사로 알고 있는데, 이건 일본이 심어놓은-안중근을 깎아내리기 위한 술책이었다고 한다. 이런. 국어를 공부하는 나에겐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한국독립전쟁의 의병의 참모중장 이었던 안중근은 일제치하에 있었던 안타까운 현실에 의해서 2009년 현재까지도 개인의 테러로 묻혀있는 수모를 겪고 있다는 내용은, 지금 자라나고 있는 젊은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알아야 할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이다.
이곳저곳에 그는 전쟁포로로써 대우를 받았어야할 증거가 있음에도 공정한 재판도 받아보지 못하고 교수대에서 처형당한 것이다.
(뒷 부분에는 안중근 장군이 한·중·일은 동등한 자격으로 서로 손을 잡고 공동군단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을 읽을 수 있다. 국제정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볼 문제인 듯하다.- 현재로선 참으로 어려운 일이나 서로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이상적인 구도가 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갈래다. 힘이 있다면 그 역사를 입증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그 힘을 써주는 것이고, 힘은 없지만 국민 모두가 똘똘 뭉쳐 이 사실을 알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을까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에서 나를 사로잡은 부분이 한군데 있다. 안중근 장군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 바로 그것인데 눈을 감고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보고, 혹- 사진이 있다면 첨부해서 이 부분을 같이 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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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보내준 흰색 한복을 입고 처형장의 의자에 앉아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가 느끼고 새겨야할 점은 한둘이 아니다. 그는 시대를 뒤덮고 있는 약육강식의 검은 구름을 걷어내는 방책을 스스로 깨쳐 몸소 실행하는 길에서 위대한 군사 지휘관으로서의 용단과 함께 위대한 사상가로서의 혜안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