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어른이 읽는 아이들 책
"우리 엄마 어디 계세요?"
봄핀아이들 글, 최숙자 엮음 / 사분쉼표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철없던 그 때가 나에게도 분명 있었다. 3년이라는 한 순간이 20살을 훌쩍 넘긴 나에게 과연 얼만큼이나 남아있는 걸까. 그 땐 고민도, 생각도, 문제점도 너무나 많았었는데. 조금만 나이 먹어봐라,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말하던 주위 사람들의 말이 공감이 가기 시작하면 나는 이제 청소년일 수 없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조금 아프게 한다. 그 때여서 더 즐거웠던 모든 것들을 잃기 시작했다는 의미처럼 들려오기 때문일까.
중1때부터 고3까지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이 담겨있는 글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편집하고 직접 쓴 글을 수정없이 실었기에 더욱 와닿는 느낌이었다. 책에 실린 글들이 글이라는 매개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아이들의 가슴속에 담겨있는 말이 아직도 많다는 게 느껴질 정도의 사무쳤다. 늦었지만 이제와서야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에게 공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 싶다.

몇 년 전, 나도 어느 학생처럼 세상은 우리가 배우는 것과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돈과 명예를 위해선 내가 바라는 자잘한 꿈따위는 무참히 짓밟혀야했고, 다른 꿈과 희망을 가지고 학교를 쉬는 않는 아이들은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런 현실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내가 서서히 포기하는 것에 물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 점이 보여 가슴이 아팠다. 포기라는 단어. 어른들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서는 안돼는 슬픈 단어이면서도 결국 알게 해야만 하는 단어가 되버린 단어.


요즘 아이들은 많은 것과 단절되어 있다. 가족, 친구, 먼 친척, 심지어 이웃사촌까지도. 공부하는 이들에게 수다는 금물, 인터넷은 쥐약이다. 지금 세상은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바보 멍청이 취급을 하며 배부른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생각한다. 그 길이 가장 옳은 길이라고, 자식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기에 필요한 것들이라고. 이런 어른들의 마음을 무시한 채 아이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옳지 않다. 최대한의 조율을 통하여 이들이 원하는 것을 향한 이상향의 비율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것은 언제나 가능하게 될 일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비록 나보다 2~4살 적은 아이들이라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것, 생각이 깊다는 것,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역시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당연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몸으로 겪고 나니 예전에 겪었던 성장통이 몸에 다시 찾아온 것같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난 기분은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는 다짐뿐이다. 내 예전의 생각과 기억들을 되살리면서 아이들과 한 몸이 될 때까지 이 책을 읽고, 또 읽어서 책이 닳을 때까지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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