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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할리의 마차
히로아키 사무라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은 각각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책을 구매한다.
나 같은 경우 제일 첫번째로 중요시 여기는 것이 그림체.
다른사람이 어떻게 보는가는 중요치 않다. 내 눈에 예뻐보이면 그만이다.
두번째는 관심사. 공포, 호러, 추리, 심령물같은 주제가 뚜렷한 만화를 좋아한다.
세번째는 스토리. 아무리 그림체가 예뻐도 스토리가 땅을 파고 있으면 안되니까.
네번째는 작가. 관심있는 작가의 작품은 평가가 어떻든 사고보는 편이다.

그렇기에, [브래드할리의 마차]는
그림체, 관심사, 작가를 모두 충족시킨 작품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사무라 히로아키의 수려한 그림체에 만족스러움을 느꼈고,
대표작인 무한의 주인도 재미있게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19세미만 구독불가라고 '내용이 좀 야한가?' 라고 가볍게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이 작품은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인간의 추악함과 잔혹함, 본능과 이성, 희망과 절망 등을
200페이지 남짓한 만화책에서 접하게 될 줄이야.
말로 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책에는 8화의 짤막한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두 위의 줄거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건 1화 '돌아보는 고개의 노래 언덕'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진상을 알 수 있었던 1화의 끝에서 난 정말 소름이 끼쳤다.
사무라 히로아키는 천재 아니면 사이코다.
작가는 마지막에 야한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빨간머리 앤을 그리고 싶었다. 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무슨만화인지 모르겠다 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예술에는 도덕성이 필요 없다와 비스무리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이 만든 잣대를 들이밀어 작품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뜻이겠지..하지만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마음에 혹여나 잔혹함을 일으킬 불씨가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나름이겠지만, 요즘세상이 워낙 흉흉하고 싸이코도 많다보니
19세 이상이라고 다 정신연령이 성숙한건 아니지 싶은데..
자신의 의지대로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만 읽었으면 한다.
아무튼, 어떤 사람이라도 다루기 힘든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성에 대한 문제를 과감히 제시했고
그림체야 두말할 것 없이 수려하지만, 문제제기에 비해 결말이 뜨뜨미지근했기에..
작품의 평가는 ★★★☆☆ 정도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