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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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9

내가 좋아하는 숫자

처음에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소설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미스터리 스릴러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지모라고 부를때마다 이모가 정말 이모같은 느낌이라고 했는데, 진짜 이름이 아니라 이모를 부르는 애칭이였다니 ㅎㅎㅎ 내가 뜻을 알아낸 것만 같아 기분이 신기했다.

대본을 넘기듯이 한 장 한 장 보면서 재미있는데,

요즘 너무 바쁘기도 했고,

날이 추워지는 만사가 귀찮고 졸음만 쏟아져서

스토리를 빠르게 읽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런데 또 겨울이 다가오는 차디 찬 황량한 느낌이 뭔가 나인과 어울리는 계절인 것 같아서, 더 잘 이입되기도 한다.



@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최소 1번은 궁금해하지 않을까. 축복받으며 태어났는지, 내가 첫 세상에 나왔을 때 다들 어떤 기분이였는지도 궁금하고. 탄생이란 신비로운 거니까. 그런 신비로운 탄생 속에서 생명을 가진 스스로가 또 이 세상을 궁금해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궁금해하는, 뭐 그런 생각. 행복이란 달콤하고 달달하기만 한 거라는 생각도 너무 단순한 거였구나 싶었다. 달달한 행복도 있지만, 씁쓸할 때도 있고, 시큼할 때도 있고, 온몸이 소름돋을만큼 전율이 오를 때도 있을 수 있는건데. 다양한 맛의 행복을 깨달을 수 있는 것도 성숙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미래의 말은 정말 놀랍고 특별했다.



@ 나인을 읽고 있는 찰나의 순간. 현재, 미래와 함께 살아가는 나인의 시간을 읽어가는 게 재미있다. 가장 진솔한 이야기를 마주하는 일.

찰나의 표정이란 감정을 가장 진솔하게 비추는 호수의 수면 같은 것이다. 조그만 충격에도 금방 흩어지고 만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한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마법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원망할 수가 없다. 미워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안쓰럽다는 걸, 불쌍하다는 걸, 가엽다는 걸, 애잔하다는 걸. 때때로 어떤 이들의 표정은 파도같이 잔잔하게 밀려오다 부서지고 흩어진다. - P125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커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커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 P28

행복은 살아가는 도중에 느끼는 잠깐의 맛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 사람은 미래다. 단맛, 쓴맛, 떫은맛, 매운맛, 신맛, 짠맛을 느끼는 것처럼 행복도 무엇을 먹었느냐와 비슷하게 선택에 따라 감정을 느끼는 것뿐일지도. 미래는 태어난 이유를 궁금해했다. - P27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물에게 말을 걸었으므로 그것 역시 특별한 비밀은 될 수 없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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