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연애는 일상과 무척 닮았다.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곳에 함께 가고, 그러다 서로의 일상에 한자리씩 차지하게 되는 애인도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사랑하는 애인의 이름은 일상의 순간마다 마음속으로 괜히 불러보게 된다. 힘들거나 즐겁거나 외로운 날에.
나는 박상영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자조 섞인 문장이 좋다. 두 번째 문장에서 그 유쾌함이 잘 드러나 있는데, 까만 눈. 빡빡머리, 라니. 유명한 노래 가사를 통해 주인공의 설레는 마음과 규호의 모습을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넣을 수가 있을까. 읽다가 풋, 하고 웃었다. 언제나 조금 빠르게 사랑이 시작되고 나면 느끼게 되는 사랑스러운 이중적인 마음. 상대방을 괴롭히고 싶기도 하지만,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안겨주고 싶은 마음도 알 것 같다. 연애라는 건 어쩌면 찰나의 감정과 마음을 스스로 잘 들여다보고 서로 알아봐 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으레 대부분의 연인이 그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규호와 주인공도 권태로워지지만 결코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 섹스를 할 때 깨닫게 되는 '카일리'로 인해 섹스와 조금은 자연스럽게 멀어진 그들을 지켜보는 수밖에. 취업을 하던 순간에도, 좋은 기회가 생겨 함께 중국을 갈 수 있었던 순간에도 '카일리'는 불현듯 등장한다. 주인공은 정말 신경 쓰지 않으려 하지만 카일리로 인한 제약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결코 '에이즈에 걸린'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과 규호가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그 점이 좋았다.
오래전, 규호와 함께 이른 아침 낙산공원에 올라간 주인공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막 시작한 아침과 아주 늦은 밤이 꼭 맞닿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 후, 주인공은 규호와 함께 가기로 한 중국행을 카일리 때문에 못 간다는 현실을 맞닥뜨린다. 주인공은 자신이 따라갈 주제가 안된다고 인정하며 그 마음을 규호에게 전한다. 규호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