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라면 무조건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의 영화중에 '쥬라기공원'은 집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이 본 것으로 기억한다.
지질시대의 나무의 수지(樹脂)가 굳어서 형성된 호박(琥珀) 속에는 희귀하게 모기가 갇혀 있는 경우가 있는데, 거부인 사업가가 생명공학자들을 동원하여 호박 속의 모기가 빨아먹던 피 속에 있는 미량의 공룡의 DNA를 추출한 다음, 같은 파충류인 개구리의 유전자와 결합시켜 공룡의 알을 만들어 내고, 이것을 부화시켜서 공룡을 재생해 내어 공룡들이 뛰노는 대규모 놀이공원을 적도 부근의 코스타리카의 서해안의 한 섬에 조성했는데(물론 영리적인 목적으로), 공룡학자와 고식물학자 일행이 헬기를 타고 이곳으로 날아가는 장면으로부터 이 영화는 시작된다.

공룡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박사는 화석으로만 보던 공룡들이, 그것도 여러 종류가 눈앞의 초원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어서 일행은 실험실로 안내되는데 놀이공원을 만든 부호가 공룡의 알이 부화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흐뭇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파충류나 조류 같은 하등의 척추동물은 알에서 부화하는 순간에 눈에 보이는 것을 본능적으로 어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동물이던 아니던 간에 움직이는 것이면 그것을 따르는 본능이 있고, 자연상태라면 알에서 갓 깨어난 새의 지근거리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 동물의 어미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것을 어미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의 본능적인 경향을 각인(刻印, imprinting)이라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 부자 사업가는 자신을 공룡들에게 어미로 각인시킬 요량으로 공룡들이 알에서 부화하는 시간마다 껍질을 이제 막 벗은 아기공룡을 귀여워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공룡들이 자라서 본인한테 위해가 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기도 했다.


2.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는 알에서 갓 깨어난 duckling들이 처음으로 마주치는 물체를 그들의 어미로 인식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그 자신이 실제로 강(江)에서 duckling들에게 어미로 각인되어 가면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다른 사람이 duckling들에게 위해를 가하면 이들은 놀래면서 로렌츠에게로 피하곤 했었다.
duckling이나 병아리들에 있어서 각인의 효과는 부화하고 나서 약 30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고 한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 이러한 현상은 조류의 뇌의 한 부분의 성장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포유류인 개에게서도 볼 수 있는데 진돗개의 강아지는 한 번 길들여진 주인 이외에는 친해지기가 어려워서 군견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친해진 병사가 제대하고 나면 후임자와는 친해지기가 어려운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인간의 언어발달에 있어서도 이에 상응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인간의 두뇌 중에서 언어와 관련된 부분의 성장이 이루워지는 기간, 곧 결정적시기(critical period)라는 것이 있어서 2세에서 12세 사이의 기간이 지나서 사춘기로 접어들면 학습이라는 자극이 가해져도 언어 습득이 어렵다고 한다.
외국어 학습도 이 시기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서 이 기간이 지나면 네이티브 스피커와 같은 외국어 구사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조기 유학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공부도 때가 있듯이 인생살이의 모든 것은 적합한 때가 있어서 그 시기를 놓치면 노력만 많이 들고 효과는 적게 나타나는 고비용 저효율 씨스템으로 가는 것의 근본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서 유전자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3.
해가 바뀌면서 혹한에 폭설이 겹쳐서 나갈 수도 없어서 집에 틀어박혀서 책 한권을 읽었는데 말콤 블래드웰(Malcolm Bladwell)의 '블링크(Blink)'라는 책이다.
사회 속에서의 인간의 행동양식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해서 행한 다양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한 인상적인 예를 들면, 대학생들을 두 군(群)으로 나누고 A군에게는 여러 단어 중에 '공격적으로agressively', '대담한bold', '무례한rude', '어지럽히다disturb', '강요하다intrude', '침해하다infringe'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 섞어 놓은 것을 읽게 했고, B군에게는 '존경하다respect', '사려깊은considerate', '감사하다appreciate', '참을성있게patiently', '양보하다yield', '공손한polite', '예의바른courteous'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읽게 했다.
그 후에 문장테스트를 마친 대학생들을 한 명씩 복도를 지나가게 했는데 복도의 끝에서는 다른 두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게 했다.
A군의 학생들은 평균 5분 후에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으나, B군의 학생들은 82%가 대화를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예비군 끝나면 인생의 낙도 끝난다'는 낙 없는 시절을 살고 있지만 예비군에 가던 시절에는 의무적으로 예비군에 나가는 일이 무던히도 싫었다.
무더운 강당에 몇 시간 동안 앉아서 재미 하나 없는 정신훈화를 듣게 하는데 중간의 휴식시간에 하는 행동들을 보면 가관이었다.
사회에서는 넥타이 매고 점잖은 사람들이 일단 예비군복을 입으니 아무데나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발로 비벼 끄는 것은 기본이고 땅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따라서 대화의 내용도 예비군복에 걸맞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귀가하는 길에는 삼삼오오 시장바닥의 막걸리집으로 직행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본대로 들은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은 우리가 자유의지(自由意志)라고 생각하는 것의 대부분은 착각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고, 환경이라는 조건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드웨어가 사람의 내부에 있어서, 인생의 대부분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유전적인 자동조종장치에 의하여 움직여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경상도 사람이 어렸을 때 배운 억양을 일생동안 바꾸지 못하는 것, 특정한 음식에 대한 기호, 특정한 대상에게 친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나 길들여지는 것, 개인이나 국가에 충성을 바치는 행위, 정인(情人)에게 죽고 못 사는 순애보(殉愛譜)적인 행위, 은혜나 원한을 뼈에 아로새겨 잊지 않는 것(刻骨難忘)들도 후천적으로 사회적으로 습득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는 무엇에 의하여 발현되는 것이라고 보이고, 생물학적으로는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4.
그러므로 긍정적인 자극으로 결정적인 시기(critical period)에 임프린팅시키는 것이 인생에서 더 없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선철(先哲)들은 그들의 통시대적인 통찰력으로 눈앞의 일에만 목숨을 걸고 일희일비하는 어리석은 중생에게 훈계하고 있다.

공자는,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고, 하루의 계획은 인시(寅時)에 달려 있으며, 일생의 계획은 어렸을 때에 달려 있다고 했는데(一年之計 在於春, 一日之計 在於寅, 一生之計 在於幼), 인시는 새벽 3시에서 5시까지를 말하는 것이니 금년에는 일단 일찍 일어남으로서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지 말고 볼 일이다.

바울은 에베소의 옥중에서 빌립비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통하여, "형제 여러분, 끝으로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참된 것과, 고상한 것과, 옳은 것과, 순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과, 덕스럽고 칭찬할 만한 것들을 마음 속에 품으십시오."(신약성서, 빌립보서 4:8)라고 했으니 긍정적인 좋은 생각으로 끊임없이 각인시키다보면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된다.


(201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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