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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처음처럼
박영욱 지음 / 북오션 / 2023년 6월
평점 :
나는 원래 <자음과 모음> 쪽과 첫 장편의 인연이 되어 해마다 그 출판사에서 신간을 냈는데, 당시는 지금보다 창작력이 왕성하여 한 출판사에서 다 소화 못한 작품들이 생겨났다. 칼을 만든 대장장이가 칼의 임자가 되어줄 장수를 만나려는 것처럼, 여러 출판사를 탐색하면서 내 책을 출간해 줄 곳이 있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박영욱 대표님을 그때 알게 되었는데 전화 통화를 거듭하면서 내가 받은 첫인상은 성질이 몹시 급하신 분 같단 거였다.
작품에
대한 의견이 격앙되면 가끔 숨조차 안 쉴 정도로 빠르게 얘기하실 때도 종종 있는데 그 뜨거운 정열에 감동한 탓인지 지금까지도 무시하지 못하는 인연이 되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성질이 좀 급한 편이라 교통사고 현장의 당사자들처럼 빠르고 큰 목소리로 작품에 대해 의견 나눈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일도, 처음처럼>을 읽어보면서 한 남자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나마 하게 되었다. 말이 빠른 것은 열정이 넘쳐서이고, 행동에 거침이 없는 것은 유한한 생에서 뭔가 의미를 남기려는 의지였던 것이다.
매일매일을 처음처럼 사는 바로 그 주인공 박영욱은 뭍으로 올라오면 거세게 몸부림치는 물고기를 연상시킨다. 그는 책의 바다(쓰다보니 자연스레 book ocean이 되네)에 풀어놔야 알아서 스스로의 앞길을 개척하고 활로를 뚫는다(하지만 뭍으로 내놔도 여전히 난관을 극복할 포스를 갖고 계신 거 같다).
그에게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년의 용감성과, 누구나 어려워하고 긴장감을 가질 대인관계를 겁내지않는 전 포병장교로서의 기백과, 결코 사멸하지 않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누구나 이런 업적을 이룰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현대인 대부분은 생의 행운을 고대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지만, 그는 정신없이 지내온 하루하루가 사실은 가장 큰 생의 행복이었음을 깨닫고, 그 진리를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인한 사람이다.
이는 책에 대한 그리고 출판에 대한 근원적이고도 끊임없는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빠른 움직임과 시간을 낭비하지않는 활력맨의 이면에는 못다한 효도와 제때 챙기지 못했던 가족에 미안함을 갖고있는 한 인간의 모습이 있다.
어려움을 잊지않기 위해 오래된 에어컨을 그대로 갖고 있고, 빠듯한 예산에 작동이 제한된 복사기를 얻어도 거기에 불평없이 적응해 나가는 사람. 초호화 기술의 AI도 이런 한 인간의 내면까지 답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 모든 자수성가가 그렇듯 어려운 입지전의 이면에는 남들이 모를 눈물과 모진 고생이 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분 말고도 일반인이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얻음이 많은 책이니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내일도,처음처럼>은 저자의 대화처럼 급하고 스피드있게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지만 남는 여운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사실 초심을 버리지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정신력 자체가 어떤 점에서 보면 생의 승리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시도해봤지만 대부분 실패했을 그 같은 경지를 이 책의 저자인 박영욱님은 고난 끝에 이뤄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