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어느 정도 누적되면 삶의 선택과 결정의 기준이 되는  자기 나름의 행복 로드맵을 만들고 이에 따라 원하는 삶의 형태를 디자인하려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로드맵대로의 삶을 만드는 것이 쉽진 않다. 약한 의지 탓에 목표에 이르지 못하거나, 얇은 귀 탓에 로드맵이 끝없이 수정되거나,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발생하는 등등의 이유들로 삶은 언제나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아이>의 주인공인 해리엇, 데이비드 부부에게는 이 어려운 것이 가능해 보였다.

이 책은 시대적 분위기와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행복을 디자인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대로 정주행하던 부부, 해리엇과 데이비드, 그리고  다섯 아이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이들이 이런 반응들을 보이기도 했가.
  ‘역시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
혹은 
 ‘역시 결혼부터 하지 말아야겠다!’

참 편리한 해석이다. 
이런 삶의 어려움이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일까?

안타깝지만 해리엇 부부의 한계는 부모의 한계가 아니라 신념대로 살아가려 애쓰는 인간의 한계 그 자체이지 않을까. 인간의 예측력, 판단력, 자기제어능력의 흔한 오류는 인간으로 사는 이상은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문제이지 않을까.
이 책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해석되고 말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라 생각한다. 

읽고나면  머리 위에 물음표가 덕지덕지 달라붙는 이 책은 그 물음표들의 무게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생각이 복잡해지는 책으로 요즘 유행하는 가볍고 산뜻한 힐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에게 묘한 힐링을 선사했으니,
그건 내 안의 뒤틀린 모순들과 나도 모르게 남아있던 상처들에 직면함으로 경험한 거친, 그러나 확실한 힐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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