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마젤란펭귄과 철부지 교사의 우연한 동거
톰 미첼 지음, 박여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인 톰 미첼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에 산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책은 제목처럼 작가의 테라스의 살았던 마젤란펭귄과의 동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은 단순한 동거이야기를 담고있지 않다.
그저 일상의 관찰에 그쳤다면 이 책은 '그런 일도 있었군'하며 지나갈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다.
펭귄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직은 순수했던 그 시절의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험을 원하던 20대초반의 젊은 영국남자가 아르헨티나에서 교사생활을 하게 되고,
그러다 우연한 여행 끝에 기름 범벅이 되어있는 펭귄 한마리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시작에서 인간의 무차별적인 개발과 인간만을 위한 행동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초래하는지 알려주고, 환경에 대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서두를 연다.
아무도 보지않고 지나쳤던 펭귄들의 사체 속에서 후안(펭귄에게 지어준 이름)을 만나고,
그를 구하게 되는 것이 마치 운명이었던 것처럼 둘의 만남은 강렬했다.
함께 사는 것이 결정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우여곡절을 겪을 때, 그 둘이 계속해서 함께하기를 기도했고,
함께 하기로 결정되고, 후안이 잘 적응하며 스타로 거듭날 때 함께 즐거웠다.
이 책은 경험하기 힘든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흥미를 줄 수도 있지만, 단지 그런 흥미로움이 아닌
정말 그 펭귄이 내 친구인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다음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하고, 이 작은 펭귄이 무슨 일을 벌일지 궁금하고,
책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땐,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이 책은 읽으면서 신기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순수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시절의 사람들처럼 순수하지 못한 지금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그 사람들이 부러웠다.
저자도 주변인물들도 모두 후안을 의인화해서 대화하는 법을 즐겼다.
정말 그들은 펭귄과 소통하고 있었고, 펭귄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할 뿐 조용히 얘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위로해주고 스스로 답을 찾게하는 현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매력쟁이 후안..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읽고 있었지만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같은 생생함이 있어 책을 보는 내내 후안과 함께 있는 것 같은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가까운 데 두고 가끔씩 추억을 펼치듯 펴보고 싶은 책,
다만 후안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