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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평점 :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본인은 1주일에 두번정도는 약 10킬로가 되는 회사길을 편도로 걸어가는데,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 된다. 물론 짧다면 짧은 거리이고, 어리석다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걷다 보면 대교를 꼭 건너게 되는데, 대교 한 가운데 서면 거대한 구조물과 한강을 보면서 내 자신이 한 없이 작고, 미약하다는 생각이 많이든다. 그리고 생각을 확장하면 이 도시를 만든 사람들과 이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시속의 모습들보다 어쩌면 더 대단 한 것이 산이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산이라는, 자연이라는 무섭고도 아름다운 스승 앞에서 나부죽이 엎드려 내가 얼마나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인지 자복했습니다... 중략 ... 산을 타는 일은 높은 만큼 깊고, 깊은 만큼 높은 이치를 깨닫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내리막길을 달려가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오르막길을 기어오르면서도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상과 심연은 하나"라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의 히스토리를 보면, 총 서른 아홉번의 산행을 통하여, 처음부터 열여섯번동안은 '이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책을 통하여 에세이를 냈고, 그 후속편으로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로 이어진다. 저자의 '이또한 지나가리라'을 읽어보지는 않았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본 책을 통하여 매 장마다 산행을 담백하게 정리하였기에, 앞편의 내용도 그 깊이가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매장, 매장을 통하여 드는 느낌은 산행은 단순 육체적인 운동을 넘어선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았다.
중간중간의 삽화 및 인상적인 구절은 저자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어금니를 물어라. 겨울 나무가 눈을 홉뜨고 말한다. 추위에 벌벌 떨어서는 모질고 긴 겨울을 견딜 수가 없다. (38페이지)
영원에 데한 사랑은 우리가 얼마나 유한한가를 깨닫는 일부터, 지혜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깨닫는 일부터 시작된다. (156페이지)
제발, 나를 믿자! (204페이지)
산은, 삶은 그리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여태껏 그러했듯 지금의 괴로운 순간도 곧 지나가리라는 것이다. (256페이지)
실제 경험하지는 않은 것이기에, 저자의 깊이에 다다르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졌고, 서평 밖에 쓰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초라함이 또한 느껴졌다. 그래도 극한의 상황, 시련 등은 때로는 권장할 만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의 어려움이야 말로, 삶의 본질에 더 다다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