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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들판 - 침묵은 어떻게 역사를 드러내는가
마거릿 주혜 리 지음, 장상미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소녀를 보며 묻곤 한다.
❝너 어디 출신이야?❞
❝아니, 진짜로 어디서 왔냐니까?❞
혹은..
❝영어 할 줄 아세요?❞
❝베트남 난민이신가요?❞
❝왜 원래 살던 데로 돌아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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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을 미국에서 살아왔고 귀화 시민이 되었지만
마거릿 주혜 리는 여전히 끊임없이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완전히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존재.
❛나는 누구인가.❜
주혜가 자신의 존재 한가운데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그 질문은 아버지를 거쳐 할아버지에게까지 닿는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족이 오랫동안 숨겨온 한 사람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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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한국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인물이었고
사후 60여 년이 지나서야
그 공적을 인정받아 독립유공자가 된다.
그러나 그가 ❛독립운동가❜라는 이름을 얻기 전
가족에게 남겨진 그의 정체성은 달랐다.
감옥에 투옥된 사람.
가족에게 상처를 남긴 사람.
그리고 오랫동안 말하면 안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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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은 살아남기 위해 조국을 떠나야 했고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그의 존재마저 지워야 했는지도 모른다.
《비밀의 들판》은
이민자 2세대인 주혜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인 동시에
묻혀버린 가족사를 추적하는 여정이며,
한 개인의 생애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지워지고
다시 발견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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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경험과 전쟁, 이주와 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침묵은 언제나 망각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고,
다음 세대에게 고통을 물려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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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기억은 가족사가 되고
가족사는 어느 순간
한 시대의 역사와 맞닿는다.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던 이야기는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으로 시선을 넓혀간다.
《비밀의 들판》이라는 제목처럼
역사는 모두에게 공개된 넓은 들판에 놓여 있는 듯하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자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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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역사에 기록된 이름들 사이에서
수많은 개인의 삶이 지워지고
가족의 기억 속에만 남겨진다.
한 가족의 기억을 더듬고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 침묵이 왜 생겨났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마침내
개인의 상처가 한 시대의 상처였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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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된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 역사는
말하지 못한 채 가족 안에 남아 있고
누군가 그것을 다시 찾아내어
비로소 세상에 꺼내놓을 때
하나의 역사로 되돌아온다.
어쩌면 주혜가 찾아간 것은
할아버지의 과거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찾고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신의 자리
그리고 그 빈자리를 만들어낸
한 가족과 한 시대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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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들판》은
한 가족사의 복원이자
역사 바깥으로 밀려난
기억과 침묵에 대한 애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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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hani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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