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일을 완벽히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 조. 그는 이제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약하고 의지할 곳 없는 알츠하이머 환자다.그런 그를 혼자 보살피며 살아가는 카라에게 엄마의 흔적은 기억 어디에도 없다.죽은 엄마에 대해 물어보면 화만 내던 아빠는 왜 다락방을 자물쇠로 잠그고 통제한 걸까. 이제 더이상 통제할 사람은 없다. ⠀금지된 다락방으로 향하는 카라.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정체모를 철제 상자. 그 속에는 의문의 엽서들이 가득하다.❝내 사랑하는 아가들.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 날 용서해 주렴.❞발신인이 없는 엽서들.⠀ ⠀❝누가 보낸걸까? 왜 전부 나와 오빠 앞으로 온 걸까? 왜 들어가면 안되는 다락방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을까?❞혼란스러운 카라. 이런 엽서를 보낼만한 사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딱 한 사람, 절대 보낼 수 없는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수많은 의문들이 휘몰아치지만 아직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인생 전체가 균형을 잃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녀는 이제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까.⠀ ⠀⠀영국 작가 이모젠 클라크의 《낯선 편지》는 과거에 묻혀 있던 선택과 감정을 현재와 교차시키며 일상의 균열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현재의 인물 카라와 과거의 인물 애니의 삶을 통해 두 여성의 선택이 시간의 간극을 넘어 어떻게 서로를 비추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의 삶에 남은 흔적과 기억. 서술 시점의 현재성은 카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차분히 따라가며 진행형의 시간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책의 몰입력을 더욱 높여 주었다.⠀ ⠀배경이 되는 1980년대 영국 사회는 겉보기와 달리 여전히 남성 중심적 질서가 견고하게 작동하던 시기다. 여성에 대한 통제와 억압은 제도 이전에 가정과 관계 속에 내재해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선택이 개인의 의지라기보다 피할 수 없는 현실로 강요된다. ⠀ ⠀⠀이 시대는 자칫 희생 서사로만 소비되기 쉬운 조건을 지니지만, 이 소설은 그 틀에 머물지 않는다.또한 작가는 카라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의 삶을 단순한 피해의 연대기로 그리지도 않는다. 그는 카라를 통해 애니의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인간의 책임과 감내를 고민해 나간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우리는 그 과거를 어떻게 안고 살아갈 것인가.《낯선 편지》는 조용히 묻는다.⠀ ⠀⠀도서제공 @originals_book @millie_bookclub@hyejin_bookangel#낯선편지 #오리지널스 #밀리의서재#가족소설 #여성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