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안에 부모님의 역사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을 자신의 삶에서 본 대로 느낀 대로 써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삶을 공유하면서 나는 어떻게 부모님과 나와 세계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책 수선가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해 알게 된 건 행운이다.책을 좋아하는 자로서 책을 소중하게 다루지만 시간은 모든 사물을 나이먹게 하고 변화시킨다. 그 시간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서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의 추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게 인생의 어떤 겨를을 소중하게 여기는 순간이 되어서 참 좋다. 나에게도 책 수선의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 그때가 되면 기꺼이 맡기고 원본과 다른 모습으로 확장된 세계를 누려보겠다.
책을 수선할 때 거쳐야 하는 단계가 늘어난다는 건, 선 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또 그만큼 노동이 더 들어간다는 걸 의미한다. 또 하나 결정적인 부분 은, 그렇게 늘어나는 노동력은 견적과 비례한다는 점이다. 그 리고 견적이 높아질수록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는 슬픈 현실까지.
"원인을 알았다면 치료될 수 있는 걸까요?""그 원인을 똑바로 봤나요?""똑바로 보다?""맥점을 정확히 짚었냐는 거죠.""그런 거 같아요." - P171
무엇을 하고자 하기보다 하지 않는 것에 길들여지고 안정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 씁쓸한 인생.
선전 활동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승리는 무엇을 실행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서 달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