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 - 양자 컴퓨터와 초전도체 너머 양자역학의 미래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는 제게 꽤 높은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언제 다 읽지 싶었는데, 저자 짐 알칼릴리의 친절한 설명과 위트 덕분에, 복잡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세계를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었어요. 문과 출신도 양자역학의 세계에 한 걸음 들어가게 만들어주는, 정말 제목 그대로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이었어요.

책의 첫 장에서는 양자역학의 문을 여는 유명한 실험, 바로 이중 슬릿 실험이 등장합니다. 텍스트를 읽고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거의 마술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저자 역시 마술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이 실험을 설명하기 위해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인용하였습니다.

처음엔 이게 어떻게 연결되지 싶었는데, 읽다 보니 이상하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자는, 시에서 인간은 결국 하나의 길만 선택해야 하지만, 양자 세계의 원자는 프로스트의 노란 숲속 두 갈래 길을 동시에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설명 덕분에 하나의 원자가 두 개의 틈을 모두 통과하는 기묘한 현상, 즉 모든 가능한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이란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학창 시절에는 선택과 인생의 갈림길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배웠던 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작품이 된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사실 과학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 책은 내용이 무거워질 만하면 툭 튀어나오는 저자의 농담 덕분에 지루할 틈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2장에서 저자는 양자혁명을 이끈 거장 닐스 보어를 소개하며, 자신의 생애와 보어의 생애가 겨우 두 달 정도만 겹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설령 만났더라도 자신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졌어요. 읽으면서 이건 물리학 박사님만 할 수 있는 유머구나 싶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책 곳곳에 이런 위트가 있어, 덕분에 부담을 덜고 끝까지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5장에서는 드디어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 나옵니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고실험인 만큼 책을 읽기 전부터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었어요. 여기서 저자는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측정의 결과가 단지 양자계 자체의 속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측 행위에 의해서도 정의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까지 읽고 나니 결국 이중 슬릿 실험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모두 관측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자역학에서는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대상의 상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 때문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는 전자가 어느 슬릿을 지나는지 확인하려는 순간, 즉 관측이 개입하는 순간 결과가 달라집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자가 닫혀 있는 동안에는 살아 있을 확률과 죽어 있을 확률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인간이 상자를 여는 순간 중첩 상태는 깨지고 결국 하나의 현실만 남게 됩니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양자역학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처럼 막연히 어렵고 두려운 학문으로 느껴지지는 않게 되었어요.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비로운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학교 다닐 때였다면 어렵다는 이유로 진작에 멀리했을 이야기들을, 이제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즐기며 읽게 되었다는 점도 제 자신에겐 기분 좋은 변화라 여겨졌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수식 대신 문학적인 비유와 다양한 유머로 양자역학이란 세계의 문을 열어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저처럼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괜히 겁부터 났던 분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펼쳐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바라보는 여자의 쓸쓸한 뒷모습, 그리고 코끼리를 목욕시킨다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기묘한 제목. 표지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화바이룽의 소설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를 읽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평소 책날개를 거추장스럽게 여겨 책을 읽을 때 바로 버리는 편인데요. 이번에도 책날개를 유심히 보지 않고 바로 본문을 읽은 덕분에 남편 밍런의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하면서도 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려고 이러지 싶더라고요.   


그리고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과 결말은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밍런의 비밀, 그리고 정팡의 선택은 결국 이 소설의 제목인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라는 기묘한 문장으로 수렴이 되더라고요. 남편이 감추고 있었던 진실을 알게 된 후, 그가 왜 그토록 가족을 밀어냈는지, 왜 파멸의 길을 걸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당신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28쪽


남편 밍런은 어느 날 아내 정팡에게 폭탄선언을 합니다. 결혼한 이래로 부부 사이에는 코끼리가 존재했고, 자신들은 코끼리의 배 밑이자 네 발 사이에서 코끼리를 집 삼아 살며 아이 둘을 낳아 기른 것뿐이라고요. 어느새 큰 아이가 일곱 살, 둘째가 여섯 살이 되었으니 이제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황당한 이별 통보였습니다. 십여 년 동안 지켜 온 가정이 남편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짐이었다니, 정팡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요.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이후 남편이 보인 행보입니다. 이혼 이후 살인을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밍런을 보러 아이들과 함께 면회를 갔지만, 그는 아이들을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접견실에 앉은 지 5분도 되지 않아 "엄마 말 잘 들으라"는 말만 남기고 면회를 끝내버리는 밍런. 정말이지 헐크로 변신해 의자를 확 뽑아다가 밍런에게 던져버리고 싶다고 표현한 정팡의 깊은 분노에 저도 격하게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자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마저 외면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갑갑해졌습니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참으로 끔찍하지.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어. 

207쪽


이혼 이후 정팡은 생계를 위해 요양 돌보미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위 회장 할아버지는 정팡의 사정을 듣고 위로하며 이런 말을 건넵니다. 생판 남인 사람도 정팡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공감해 주는데, 정작 남편이었던 사람은 아내에게 그리 미안해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외면당한 상처를, 전혀 모르는 남에게 위로받는 정팡의 처지가 너무나 불쌍하더라고요. 


"왜 아빠가 살인을 하고 감옥에 갔느냐"라고 묻는 어린 딸에게, 아내 정팡은 "아빠는 자신을 지키려고 그런 거야"라고 달래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스스로 확신이 없었지만, 소설 후반부 남편의 거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정팡의 추측이 결국 맞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밍런에게 결혼 생활은 껍데기처럼 무의미한 일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복잡한 삶을 이해하고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아내 정팡뿐이었다는 것이지요.


책을 다 읽은 후 계속해서 이런 질문이 남았습니다. 남편 밍런은 이혼을 선택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시간동안 과연 단 한 번이라도 후회라는 것을 했을까요? 그리고 사랑이 대체 무엇이길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철저히 회피하고 떠나 버린 남자를 위해 정팡이 마지막까지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걸까요?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가깝기에 서로에게 가장 잔인할 수 있고, 그럼에도 끝내 외면할 수 없는 부부 사이의 연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밀한 심리와 관계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야기를 찾으시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 - 현대미술에서 훔쳐온 욕망의 공식
윤상훈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젠틀몬스터 매장을 지나가다 보면 항상 어마어마한 크기의 설치미술 작품을 보게 됩니다. '여기가 선글라스를 파는 매장인가, 아니면 현대미술 갤러리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대체 선글라스 제품을 파는 브랜드에서, 상업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거대하고 난해한 작품들을 이토록 공들여 설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심 궁금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비단 젠틀몬스터뿐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 역시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하고, 매장을 미술관처럼 꾸미며, 때로는 난해한 예술적 메시지를 던지곤 하니까요.

그리고 이번에 읽게 된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라는 책을 통해, 브랜드와 현대미술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그간 머릿속을 맴돌던 다양한 의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제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구구절절 설득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합니다. 대신, 소비자의 마음속에 그 브랜드를 간절히 갖고 싶은 대상으로 인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완벽하게 짜인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소비자가 스스로 가치와 의미를 자유롭게 채워 넣을 수 있는 비어 있는 공간, 즉 틈을 열어주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현대미술이야말로 브랜드 기획의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대미술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시각적 유희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이 '이게 무슨 뜻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만의 해석과 의미를 투영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개념적 유희에 가까운데요. 이렇게 현대미술이 가진 틈의 미학이야말로 브랜드 기획자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책 속 젠틀몬스터가 안경 매장을 뮤지엄으로 만든 이유 파트를 통해, 그동안 가졌던 궁금증을 드디어 해소할 수 있었어요. 저자는 안경 매장이 제공하는 시각 교정과 뮤지엄이 선사하는 시각 자극은 결국 인간의 시각 경험이라는 동일한 본질 위에서 공명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안경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고, 공간의 상징성이 상품에 그대로 전이되면서 해석의 틈이 열리게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저자는 이외에도 이케아, 삼성전자 등 대중에게 친숙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의 흥미로운 기획과 성공 사례를 제시하며 틈의 미학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고 애정하는 브랜드는 소비자가 저마다의 의미를 덧붙일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둔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텍스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책 곳곳에 수록된 QR 코드를 촬영하면 본문에 소개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감상해 볼 수 있는데요. 글로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던 내용들이 실제 작품을 보는 순간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덕분에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하나의 전시를 따라가며 관람하는 듯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예전에는 그저 신기하게만 보였던 젠틀몬스터 매장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다음에 그 앞을 지나게 된다면 '왜 이런 작품을 설치했을까?'를 궁금해하기보다, 이 공간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넘쳐나는 브랜드 속에서 내 브랜드만의 대체 불가능한 무기를 고민하는 기획자나 마케터는 물론, 평소 우리가 소비하는 브랜드의 기획에 숨겨진 전략을 알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의 작은 미술관 - 골목길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삶
김정화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 파리 여행 당시 뮤지엄 패스를 구매하여 루브르와 오랑주리, 오르세, 피카소 미술관까지 부지런히 관람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어떤 미술관을 더 가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날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어요. 파리와 근교 곳곳에 숨어 있는 미술관들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아마도 최소 2주 이상은 머물러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오래 시간을 들여 파리에 머무르기란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책을 통해 파리의 풍경을 살펴보곤 합니다. 덕분에 미처 몰랐던 파리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이번에 읽은 [파리의 작은 미술관]은 이름난 대형 미술관의 화려함 뒤에 가려져 있던, 파리 골목 곳곳의 작은 미술관들을 천천히 소개해 주는 책이에요. 책에는 들라크루아 미술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로댕 미술관 등 총 8곳의 작은 미술관이 등장하는데, 마치 파리 현지의 조용한 골목을 함께 천천히 산책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들라크루아 미술관 이야기는 루브르 미술관에서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습니다. 특히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과 외젠 들라크루아의 ‘단테의 배’를 비교해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두 작품을 나란히 두고 보니 들라크루아가 제리코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가 한눈에 느껴졌어요. 저자의 설명을 통해 두 화가의 그림이 연결되면서, 당시의 미술계 흐름까지 이해할 수 있어 매우 재미있었어요.



로댕 미술관 파트 역시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번에 책을 통해, 로댕의 대표작 ‘칼레의 시민들’이 전 세계에 총 12점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갔던 도쿄 우에노 국립서양미술관 앞 정원에서 유심히 보았던 그 작품이, 파리 로댕 미술관 앞에도 그대로 서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칼레의 시민들’이 있지만 현재 수장고에 보관 중이라고 하니 참 아쉽더라고요. 빠른 시일 내 다시 한국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단순히 유명한 작품을 소개하는 미술 교양서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예술가들이 실제로 머물렀던 공간의 풍경, 손때 묻은 작업실의 분위기 같은 것들을 함께 전해주기 때문에 마치 잠시 파리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파리를 가게 된다면, 번잡한 루브르, 오랑주리도 좋지만 책에 소개된 작은 미술관들을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로댕 미술관을 꼭 가보고 싶네요.

미술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파리 여행을 가기 전 어느 미술관에 갈지 계획을 준비 중이신 분들께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의 시작 - 편안하게 마음을 여는
아가와 사와코 지음, 박재영 옮김 / 밀리언서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늘 비슷한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 오늘 또 나만 너무 떠들었나?", "그때 그냥 가만히 좀 있을걸." 이런 생각에 이불 발차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다음 약속을 잡을 땐 '오늘은 입 무겁게, 무조건 듣기만 하자'고 몇 번이고 다짐하죠. 하지만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그게 참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태도를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말의 시작]이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위안이 됐던 건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었어요. 일본 최고의 인터뷰어라는 분도 모임 가기 전엔 "오늘은 절대 많이 말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달랜다고 합니다. 전문가조차 신나서 떠들다 후회한다는 대목에선 저도 모르게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 안도를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화의 태도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평생 가꾸고 연습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이 가득합니다. 저자는 특히 대화 중 상대방이 아무런 반응 없이 가만히 있으면 말하는 사람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적당한 간격으로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죠. 상대의 말 사이사이에 맞장구를 치거나 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분위기는 훨씬 무르익게 됩니다.

그동안 저는 모임에서 "말을 아끼자"고만 다짐해왔는데, 책을 읽으며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적당한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왜 필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다만 대화의 주도권이 나에게로 넘어오지 않도록 내 이야기를 덧붙이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복기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리액션을 연습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점에서 대화가 끊겼을 때의 에피소드입니다. 식사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중간에 뚝 끊기면, 다시 말을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침묵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있죠. 그때 누군가 "그래서?"라는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물꼬를 터준다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울까요? 저자는 그 다정한 배려를 잘 알기에, 본인 또한 타인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도록 돕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해 봐." 이 짧은 한마디에 담긴 힘과 응원이 그다음 대화를 얼마나 부드럽게 이어주는지 새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같은 상황이 되면 꼭 이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저자는 결국 대화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향을 찾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조금 더 맞장구쳐주고, 조금 더 웃어넘기는 여유만 있다면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부드러워지고 대화는 더욱 즐거워집니다.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말을 참는 자세가 아니라 상대가 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배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