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 생존기계가 아닌 연애기계로서의 인간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우 야해~

표지부터 심상치않은 책이다.


뭐, 내용은 그리 야하진않고 진화에 관련하여 성선택이라는 관점으로 진화의 비밀을 밝혀보는 표지와는 다르게 아주아주~ 탐구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책이다. 약간 통섭이랑 비스무리한 느낌도 난다.(생물학자들 종특인가벼..)


그럼, 딱 보기에도 낯선 단어! 성선택은 무엇일까? 얘기하지전에 잠깐 성선택에 관련된 좀(?)슬픈 이유를 밝혀보고자한다.

 성선택의 개념은 꽤 오래전에 나왔는데 (1859년에 등장 ※http://ko.wikipedia.org/wiki/성선택), 빛을 본건 현대에와서야 겨우 빛을 보게 되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 많은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장애가 되었던 요인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에서 기원한다. 


 그 이중적인 태도란 섹스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인데, 이 끌리면서도 당황스러운 단어가 함축하는 바는 위대한 저서를 저버릴 만큼 위력적인 것이였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섹스에 집착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속으로는 음란한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수도사인 척, 하는 이중적이고도 역설적인 태도를 갖고있다.(왜 사람들이 이중적인 태도를 갖게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순위 후보중에 기독교가 있지만 주제와 벗어나기 때문에 언급하지는 않겠다.)


 뭐, 이중적인 태도가 나빠서 그럼 고쳐야지하고 그 대안으로 섹스,섹스하면서 다니자는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러운 부분인데 감추지말고 받아들이자'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성선택이 왜 낮선 단어가 되었을까에 대한 슬픈 이유 밝힌 거고, 한 마디 더 덧붙이면 개인적으로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노무노무 싫어한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모든 것은 원래대로, 순리를 따라서' 이런거라.


뭐 암튼 말이 길었다.

그리고 다윈은 두 개의 역사적인 책을 지었는데 하나는 '종의기원', 나머지 하나는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이다. (모르고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알고 가자.) 이 책은 후자에 나오는 책에 대한 논의를 던져보는 책으로써 앞으로 발전해나갈 학문(진화심리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때문에 미리 접해두면 좋을 내용이라 생각한다.


 자 그럼 성선택은 무슨 개념을 포괄한 말이냐를 살펴보기에 앞서 왜 성선택이 나오게 되었는지 잠깐 살펴보자.

 

 성선택은 진화에 있어서 적자생존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의구심이 무엇이냐, 가령 인간의 풍부한 능력인 예술, 언어, 창의성 그리고 마음에 관한 의문들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는 논리는 미술과 언어, 인간의 도덕적인 마음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진화상 하등 이득이라곤 찾아볼수없는 신체기관들에 대해서도. 


 생존을 위한 선택(적자생존)이 그동안의 진화론이 갖고 있던 시각이였다면, 이 책이 던지는 화두. '성선택'이론은 짝을 유혹하기위한 선택으로써, 더 나은 개체를 유혹하여 더 나은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기위해 각각의 성(性)이 진화시킨 생물학적 형질과 그 기원, 발생 매커니즘을 탐구하여 나온 결론을 토대로 진화론을 더 보완할 수있는 이론이다. 


 근데 다윈이 쓴 책이면 오래된 책일 터인데 왜 이 책이 '화두'냐고? 앞에서 말했듯이 오랜 기간 빛을 보지못했고 페미니즘의 탄생과 함께 성선택의 개념이 종횡하기 시작하였으며 진화심리학이 등장함으로써 성숙기를 바라보는 그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성선택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적자생존으로만 형성된 진화론이 대답할 수 없었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무엇이였을까?


 그것은 바로 '왜 인간은 다른 종들이 진화시키지 않은 특별한 능력들을 진화시켰을까?' 이다.

 그 질문이 가지는 의미는 세가지로 나뉘어지는데, 첫 째는 우선 큰 뇌와 마음은 진화사의 가장 후반에 극소수의 종에서만 생겨났다는 점. 둘 째는 인간의 진화에서 뇌의 팽창시점과 그것의 명백한 생존상의 보상 사이의 매우 긴 시간지체가 있었다는 점.(고대인의 뇌 질량은 현대인과 별반 다를바 없다.) 셋 째는 유머, 미술, 창의적 사상, 도덕 같은 인간 마음의 독특한 능력들이 주는 그럴듯한 생존상의 보상을 찾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한가지 질문이 내포하고 파생되는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이 책은 고삐 풀린 뇌의 질주과정이라는 이론과 핸디캡 원리에 기초한 적응도 지표 이론, 감각편향에서 생기는 섹스어필에 의한 부가적 엔터테인먼트의 출현까지 다양한 분야에 뻗어있는 성선택을 파헤쳐 본다. 


 내용자체는 별로 자극적이지않다. (우리 몸의 새겨진 증거들편은 제외하면) 오히려 학술적인 면에 가깝다. 좀 가볍지않다는 말이지뭐. (시발 여기까지 읽었으면 한 번 읽어봐)


 읽다보면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한 생존 기계로써의 인간이 아닌, 이 책이 말해주는 연애기계로서의 인간도 꽤 매력적이고 타당한 설명이란걸 알게될 것이다. 아 그리고 아름다움의 과학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는 아메바가 아니다. 미(美)와 무한경쟁이 주는 삶의 다양한 색채를 생각해본다면 성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진화의 유쾌한 선물이 아닐까? 성선택이 없었다면 우리는 미술, 음악, 창의성, 이타심, 삶을 삶답게 만들어 주는 것들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감성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책이라고 밝힌 책들은, 재밌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는 건 아니다. 위대한 위인의 삶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넘치고 박진감 넘치는, 따분한 부분이 없지 않았듯이, 좋은 책이라고 따분한 내용이 안들어가 있진 않다. 중요한 건 위대한 생각과 얼마나 좋은 부분을 찾아내는 가, 얼마나 자주 흥미로운 내용이 등장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여담인데 책 자체는 조그마한데 여백, 조그마한 삽화 하나 없는 진짜 '텍스트'로 꽉 차있어서 다 읽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데 가격은19800원이라니, 참 싸게 좋은 책 읽는다. 양아치 잡서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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