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차 타기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도 여러분은 괴담 중에 자동차 괴담을 들어봤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탄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선택을 하는 이야기 말이다. 매우 간단한 이야기지만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은 이 이야기를 아주 감동적인 호러로 위장했다. 마치 호러처럼 말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호러의 탈을 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킹의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킹의 소설 스타일은 숨겨진 공포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미 공포는 시작되고 있지만 중반부까지는 밝혀주지 않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공포를 보여 주는 구성을 즐겨 쓰고 있는 것이다. 킹은 그 방법을 위해 아주 자세한 심리묘사와 배경묘사를 중요한 서술로 즐겨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초반부터 그런 식의 묘사는 쓰지 않은 채 우리를 놀라운 공포의 세계로 안내한다.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주인공이 갑자기 쓰러진 엄마의 병문안을 위해 새벽에 죽은 사람의 차를 타고 간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차에 타기 전부터 내용을 암시할만한 힌트를 준다. 그 힌트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이 작품을 봐도 그냥 저질 공포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읽으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이 작품이 킹이 교통사고를 겪은 후에 아이디어를 얻어 쓴 소설이라는 배경지식 때문에 더 소중한 작품이 되었다. 그 전까지 킹은 괴물이나 유령 혹은 귀신이 나오는 공포와 원초적이고 심리적인 공포를 넘나드는 작품을 썼지만,아마도 이 작품 이후로 킹은 한 작품 안에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섞어 쓰는 재주를 익힌 듯 하다. 이 작품을 종이책으로 출판하지 않고 최초로 E-book 다운로드 형태로 출판한 것도 새로운 시도로 보여지며,아마도 스티븐 킹의 작품세계를 전과 후로 나누는 기준이 될 듯하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라 <애완동물 공동묘지>,<샤이닝> 같은 스티븐 킹의 잔인한 공포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는 작품이 될 것이 뻔하다. 오히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의 애독자가 읽으면 더 좋은 작품이다. 처음 읽는 사람이 이 작품을 본다면 실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반부터 펼쳐지는 죽은 사람과 주인공의 자동차 안에서의 이야기는 최고다.

2008/5/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