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빠이빠이 창문
노튼 저스터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유혜자 옮김 / 삐아제어린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2006년도 칼데콧 수상작을 벌써 만날 수 있어 무척 기뻤답니다. 건축 설계사와 선생님으로 지금은 동화작가로 활동하는 할아버지 작가의 삶이 우러나는 책이라서인지 너무나 기대를 했는데 역시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손녀의 정겨운 모습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책을 받고 읽는데 그림을 보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거 아이가 그린 그림이지? 내 말이 맞지? 봐, 이렇게 눈도 엉망이고 삐뚤빼뚤 하잖아. 나도 이것보다 더 잘 그려.” 요즘 그림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자신이 더 잘 그린다고 꼭 그렇게 이야기를 해달라며 아이가 이야기를 합니다. 어른이 그렸지만 너도 이것보다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면서도 웃음이 나오더군요.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그림과 스크레치 기법을 동원한 그림은 책을 읽는 동안 눈까지 즐겁게 만들어 주었답니다. 어찌 보면 마구 그린 듯한 그림이지만 정겨움이 배어나고 있으며, 어린 손녀인 주인공이 직접 글을 써 내려가는 듯한 이야기 전개 또한 흥미롭습니다.

커다란 3층 집. 제법 큰 울타리와 정원이 있고 창문도 많은 집이지만 주인공 소녀는 자신에게 특별한 창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안녕 빠이빠이 창문>이지요. 낮은 대문을 지나 뒷마당으로 가 부엌이 보이는 그 창문입니다. 그 창문에는 쓰레기통이 있고 소녀는 그 쓰레기통을 밟고 올라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 창문을 단순한 창문이 아닙니다. 아빠와 엄마가 출근을 하고 주인공 소녀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하루 종일 지내는 동안 자신의 소중한 놀이상대가 되고 장난감이 되고 선생님도 되는 그런 창문입니다.

톡톡톡 창문을 두드리고 숨으면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장난을 칠 수 있으며,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함께 웃을 수 있으며 밖이 어둑해지면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밤하늘에 뜬 별을 보고 잘 자라는 인사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부엌에서 보내기 때문에, 밖에서 부엌을 바라볼 수도 있고 자신의 그림이 붙여있는 벽과 할아버지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을 수 있고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안녕 빠이빠이 창문은 더욱 소중한 곳이랍니다.

가끔 자고 갈 때면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그 창문으로 가지요. 정원을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하고 할아버지가 만든 특별식으로 아침 식사를 합니다. 할머니가 정원 가꾸는 것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정원에서는 자전거도 타고 도토리를 가지고 놀기도 하며 날이 더우면 할아버지와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칩니다.

가끔 안녕 빠이빠이 창문을 보면서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가며 아빠와 엄마가 퇴근 후 자신을 데리러 올 때면 꼭 그 창문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합니다. 아마도 매일 매일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지만 헤어질 때면 그래도 서운함을 느끼는 주인공 소녀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베란다로 나가 창문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모습도 귀엽고 나중에 자신도 이렇게 정원이 딸린 집을 지어 쓰레기통 위에 올라가 인사를 할 거라는 귀염둥이 우리 아이. 또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신기해하고 점점 재미있어 지는지 텔레비전에도 비추어 보고 장식장 유리에도 비춰보면서 하루 종일 열심히 다양한 표정을 지어봅니다.

혼자라서 그런지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살면 좋겠다고 하는 아이를 보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녕 빠이빠이 창문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사랑의 공간임을 알 수 있지요. 어찌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의 모습인데 이렇게 하루의 생활을 멋지게 그려낼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해봅니다.

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일상의 모습과 단순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린 손녀와의 소중한 사랑을 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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