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바다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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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기쁨 – 침묵 속에서, 자기 손끝에서, 스스로, 자기 야만성의 원천을 발견하기.”p.93

프랑스 소설의 관능을 좀 안다고 생각했다. 파스칼 키냐르를 읽기 전 까지는. 키냐르의 에로티시즘은 아니 에르노의 솔직함과 뒤라스의 욕망을 능가한다.

소설 《사랑 바다》는 17세기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구현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편집자 레터에 따르면 그 시대의 음악은 감정 표현보다 그 표면 아래를 흐르는 에너지, 어떤 꿈틀거림을 묘사한다고. 그래서일까. 예술에 무지한 탓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여성의 나체와 성애 장면이 맥락 없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키냐르의 깊고 매혹적인 문장은 난해한 서사마저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게 외설과 문학의 차이인지도.

“나는 내가 작곡할 수 있었던 음악보다 여성인 그녀의 몸을, 여성인 그녀 몸의 아름다움을, 여성인 그녀 영혼이 품은 성찰을 훨씬 더 좋아했다. 그녀의 긴 몸이 말없이 발가벗을 때면 나는 모든 악기와 세상의 모든 외침과 한탄과 흥얼거림을 들을 때보다 더 도취했다. 그 황홀경과 그 비밀스러운 방, 우리가 발가벗고, 우리가 타락하고, 우리가 자신을 잊고, 우리가 무너져내리고, 우리가 서로의 품에 안겨 잠들던 그 방은 나를 끌어당겼다.” p.63

“이전과 비슷하고 여전히 비할 데 없이 향기롭고 저항하기 힘들만큼 매혹스러우며 생생하고 따뜻하며 자신만만하고 숭고한 그 몸을 다시 만나는 건 행복이다. 그 몸에 똬리를 트는 건 황홀한 일이다. 어쩌면 바로 거기서 음악과 사랑이 만나는지도 모른다. 음악은 말하지도 않고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뇌의 그늘 깊은 곳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살려 낸다.” p.195

“계절은 거듭된다. 이 계절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면서 기억에 그리움이 더해지는 것이다. 천상의 빛 속에서 시간을 돌고 도는 건 오직 욕망을 향한 욕망뿐이다. 드레스가 벗겨진다. 갑자기 구겨지는 꽃 한 송이 같다.”p.317

파스칼 키냐르는 아니에르노와 같은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태생. 음악가인 아버지와 언어학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다양한 악기와 여러 언어를 익혔다. 유년기에 두 차례 자폐증을 앓았으며 1968년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문하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2002년 《떠도는 그림자들》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그 외 《세상의 모든 아침》 《은밀한 생》 《음악 혐오》 《하룻낮의 행복》 등 많은 작품을 발표. 최근작으로 난다 출판사의 《성적인 밤》이 있다.

미학자 편린은 미학을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은밀하고 생생한 묘사, 사랑과 예술의 탄생을 은유하는 문장들을 최대한 담담히 읽어나가며 이런 게 미학일까 잠시 생각. 거침없는 용어 사용에 아연해졌다가도 아름다운 잔상에 기어이 끌리고 만다. 언어가 선사하는 아마도 최대치의 감각적인 경험. 호불호는 있겠다. 깊어가는 여름, 새로운 소설을 찾으신다면 추천.

인스타그램: 담백한 책생활 @luv_miny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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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마케팅 - ‘소속감’을 디자인하라
마크 W. 셰퍼 지음, 구세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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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연대, 브랜드를 통한 공동 목표, 가치 추구 등 늘 생각하던 관심 분야라 흥미롭게 읽었어요. 강의나 독서모임 운영에도 도움되는 인사이트가 있었고, 구체적인 적용 팁이 조금 아쉬웠지만 ‘소속감, 공동의 목표, 관련성‘ 등 핵심이 명확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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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 대한민국 부모 멘토 조선미 교수의 자녀교육 명강
조선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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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만 읽어도 너무 좋은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육아서지만 자기계발서, 에세이, 철학서, 전문가의 조언이자 육아 선배의 따뜻한 응원까지. 좋아서 리뷰 쓰기가 더 어려웠던 책. 서문의 일부를 옮겨본다.

“열심히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해서 공부도 더 오래하고, 직장도 다니고, 아이도 키우는데, 왜 사는 게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지기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하면 무언가 수월해지고, 여유 있어지고, 재량도 늘어나고, 인정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내 삶의 경로는 분명 그것은 아니었다.”

하 이건 요즘의 내 마음이 아닌가. 저자는 덧붙인다. 그렇다고 이걸 안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고. 꽤 괜찮은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였고,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을 밟아가다 보니 그 과정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는 힘든 게 당연한 일이었다고. “좀 더 괜찮은 삶을 살려면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어야 하며 아이들도 더 잘 보살펴야 한다.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든 일들을 겪어내려면 정답은 맷집 밖에 없었다.”

맷집은 곧 좌절내구력. 이 책은 아이와 엄마의 ‘좌절내구력’에 관한 책이다. 맷집있게 키우라는 말을 예쁘게 적은 제목이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드냐고 하면 원래 삶이 이런데 네가 너무 만만하게 본 거라고. 맷집 키우는 것만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니 답이 명확해졌다. 지나간 일 생각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 걱정 말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해결하고, 해결한 다음엔 또 같은 방식으로 지내면 되는 것. 그 깨달음이 핵심이다.

마틴 셀리그만의 ‘행복한 삶의 조건‘에 따르면 첫째는 과거 현재 미래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사는 삶, 둘째는 적극적인 삶, 셋째는 의미있는 삶이다. 인간은 사회적 맥락에서 살아가는 존재기 때문에 타인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기여할 때 더 큰 행복을 경험한다. 즉,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아이를 키웠다면 그걸 확인하는 순간은 모두가 환호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가 될 것“이라고.

영혼의 힘은 어디서 시작될까? 정답은 애착이다. 할로우 실험에 따르면 애착의 핵심은 친밀한 신체 접촉. 엄마와 애착이 좋은 아이는 세상을 탐색하고 환경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는 동기도 높다. 저자는 말한다. “다정한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만으로도 아이들은 세상에 나갈 힘을 얻고, 어떤 실패에도 넘어져 포기하지 않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애착의 정도에 달려있다.”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랑,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사랑, 내 인생의 화두도 사랑이다. 요즘 사랑 타령이 뜸했네. 그래서 힘든가.

자기 결정성도 중요하다. 사람은 자기가 주체가 되어 결정한 것이 아니면 하고자 하는 의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많은 것을 돌봐주고, 좋은 결정을 내려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아이에게 사소한 일부터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열정을 간직하고 싹틔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이게 나다워지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지면 세상의 시선과 시련은 참을 만한 것이 된다.”

이외에도 기억하고 싶은 보석같은 조언들이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저서 『현실육아상담소』보다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가 조금 더 좋았다. 곧 엄마가 되는 친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아이도 키우고 나도 키우려 밤낮으로 분투하는 분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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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 대한민국 부모 멘토 조선미 교수의 자녀교육 명강
조선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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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만 읽어도 너무 좋은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육아서지만 자기계발서, 에세이, 철학서, 전문가의 조언이자 육아 선배의 따뜻한 응원까지. 좋아서 리뷰 쓰기가 더 어려웠던 책. 서문의 일부를 옮겨본다.

“열심히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해서 공부도 더 오래하고, 직장도 다니고, 아이도 키우는데, 왜 사는 게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지기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하면 무언가 수월해지고, 여유 있어지고, 재량도 늘어나고, 인정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내 삶의 경로는 분명 그것은 아니었다.”

하 이건 요즘의 내 마음이 아닌가. 저자는 덧붙인다. 그렇다고 이걸 안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고. 꽤 괜찮은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였고,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을 밟아가다 보니 그 과정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는 힘든 게 당연한 일이었다고. “좀 더 괜찮은 삶을 살려면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어야 하며 아이들도 더 잘 보살펴야 한다.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든 일들을 겪어내려면 정답은 맷집 밖에 없었다.”

맷집은 곧 좌절내구력. 이 책은 아이와 엄마의 ‘좌절내구력’에 관한 책이다. 맷집있게 키우라는 말을 예쁘게 적은 제목이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드냐고 하면 원래 삶이 이런데 네가 너무 만만하게 본 거라고. 맷집 키우는 것만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니 답이 명확해졌다. 지나간 일 생각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 걱정 말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해결하고, 해결한 다음엔 또 같은 방식으로 지내면 되는 것. 그 깨달음이 핵심이다.

마틴 셀리그만의 ‘행복한 삶의 조건‘에 따르면 첫째는 과거 현재 미래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사는 삶, 둘째는 적극적인 삶, 셋째는 의미있는 삶이다. 인간은 사회적 맥락에서 살아가는 존재기 때문에 타인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기여할 때 더 큰 행복을 경험한다. 즉,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아이를 키웠다면 그걸 확인하는 순간은 모두가 환호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가 될 것“이라고.

영혼의 힘은 어디서 시작될까? 정답은 애착이다. 할로우 실험에 따르면 애착의 핵심은 친밀한 신체 접촉. 엄마와 애착이 좋은 아이는 세상을 탐색하고 환경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는 동기도 높다. 저자는 말한다. “다정한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만으로도 아이들은 세상에 나갈 힘을 얻고, 어떤 실패에도 넘어져 포기하지 않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애착의 정도에 달려있다.”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랑,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사랑, 내 인생의 화두도 사랑이다. 요즘 사랑 타령이 뜸했네. 그래서 힘든가.

자기 결정성도 중요하다. 사람은 자기가 주체가 되어 결정한 것이 아니면 하고자 하는 의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많은 것을 돌봐주고, 좋은 결정을 내려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아이에게 사소한 일부터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열정을 간직하고 싹틔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이게 나다워지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지면 세상의 시선과 시련은 참을 만한 것이 된다.”

이외에도 기억하고 싶은 보석같은 조언들이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저서 『현실육아상담소』보다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가 조금 더 좋았다. 곧 엄마가 되는 친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아이도 키우고 나도 키우려 밤낮으로 분투하는 분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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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김지연 지음, 유영근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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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비판하지 않기, 진심으로 상대를 인정하고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경청하기, 이름 불러주기, 상대를 배려하기, 상냥하고 친절하게 말하기, 공감하기,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제안하기 등. 기본이지만 지켜내기 쉽지만은 않은 조언들이 담겼습니다.

아이에게 슬쩍 선물하시면 기억에 남을 최초의 자기계발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인기있는 친구’ 되고 싶어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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