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가 직접쓴 까칠한 면접 쿨하게 통과하기
이동하 지음 / 아이디어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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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중공업, 제조업, 영업 및 판매직종의 정사원 모집에 신입 지원하는 남자를 예상독자로 설정한다. 취업 희망자에게 다른 조건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모든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분야가 너무 그쪽으로 쏠려 있다. 구체적인 예시랍시고 승용차 몇 대니, 특허 몇 개니 하는 이야기는 관련 직종에 관심이 없으면 조금도 공감하지 못한다. 다만 자기 직렬과 직종에 맞게 해당 사례를 수정해서 이해할 뿐이지.

게다가, 260쪽 예시발언("솔직히 지금까지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영업만을 우선으로 하고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사무실 여사원에게 맡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전근을 계기로 어떤 직장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과 263쪽 상황 설정(상관없다는 의사를 전하라: 상사가 여성이거나 연하인 경우, 면접관이 괜찮은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264쪽 예시 모범답안("물론 그런 것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니까 상사가 여성인 경우도 연하인 경우도 있겠지요. 부하직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에서는 여성혐오마저 짙게 배어나온다.
중요한 일은 남성인 자기가 하고 덜 중요한 일은 "여"사원에게 시켰지만 이제 내가 중요하다 여기지 않은 일도 배우고 있으니 열정을 높이 사라는 이야기에서 해당 지원자가 그 "여"사원을 동등한 동료로 보고 있는가?
상사가 연하인 경우, 나이가 역전되면 불편할 수 있다는 건 많이 봐줘서 연장자 우대 문화의 부작용이라 치고 넘어가 줄 수 있다. 그러나 상사가 "여성"인 경우 불편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지 않고서는 상사의 특성으로 "여성"과 "연하"를 동일 선상에 놓고 곤란한지 물을 이유가 없다. 여자는 항상 부하직원이어야 하는가? 여자는 항상 지원자 자신보다 연하이리라 확신하는가? 명색이 헤드헌터라는 사람이 지원자를 남성으로 상정하였을 때에나 모범답안일 말을 자랑스레 늘어놓게 만든 선입견이 무서워지는 지점이다.

당장 내일이 면접이니 책을 펴들기는 했지만, 곧이들어도 좋을 문장보다 한번쯤 걸러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더 많아서 실망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출판사에 교열자가 있다면 원고 좀 똑바로 고치라고 얘기하고 싶다. 기본적인 띄어쓰기나 철자법을 틀렸는데 그걸 버젓이 책으로 찍어내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게다가 해설부를 합쇼체로 썼다가 해라체로 쓰는 등 문체를 통일하지 않은 부분도 간혹 보인다. 혹시 쇄차 더 찍을 생각 있으면 그런 것부터 고쳐서 찍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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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반양장)
레베카 크누스 지음, 강창래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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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의 언제나 이념의 희생물이었던, 책을 말하다.


흔히들 독서를 마음의 양식이라 말하며, 서로에게 무슨 책이든 권하지 못해 안달이다.

그러나, 책이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지식 사회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를 들추려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다.

글자를 안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었던 그때로부터 정보고 자원이고 넘쳐나서 탈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항상 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고 나서야 오늘 내가 책을 읽는 행동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을 것이다.

널리는 모든 문서로부터 가까이는 현대 사회의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창칼과 화마에 난도질당하고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 책이라는 물건의 궤적을 따라가 보자.

서로 다른 여건에서 어떤 세력이 독서를 어떻게 생각하고 취급했는가를 되짚다 보면, 우리가 지금 왜 독서를 부르짖는 건지 근원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사서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시험을 위한 지식 이전에 도서관과 사서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즉 이 공부는 계속할 가치가 있는지-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마다 고민을 덧붙여 가며 읽었다. 생각을 많이, 오래 하게 한다는 의미로 이 책은 몹시 재미있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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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록하다 -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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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방조사건을 가장 건조하게 기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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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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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어떤 상실은 폄훼된다. 상실과 얽힌 현실이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직접 연결되어 있을수록 그러하다. 이 책은 다른 외부의 논의에 잠시 눈을 감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기록한 거대한 장송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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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뼈 - 상상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권혁주.꼬마비.윤필 지음 / 애니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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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상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유희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적어도 내가 즐기는 유희는 그러하다.

특히나 책으로 엮여 나오는 이야기들은 줄거리가 평범하더라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소설이 그렇고 만화가 그렇고, 때로는 인문학 서적조차 그러하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상상을 누리고 사는 걸까, 머리통을 열어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해 본 건 아니리라 믿는다.

그네들이 만들어낸 세계가 매혹적일수록 작품 바깥의 '작가'라는 사람이 작품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가 궁금해진다. 이것이 내가 웹툰라디오 채널 중에서도 코끼리뼈에 더욱 귀기울인 이유이다. 


발언자, 나아가 저자들은 자기들이 주로 만드는 작품이 만화 쪽임에도 이야깃거리를 만화로 한정하지 않는다. 추억을 더듬고 이미지를 완성하고 이야기를 감상하는 데에 장르 구분은 의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상상에서 때로 원작의 조연은 당당한 주연으로 부상하기도 하고, 짧은 사건이 장대한 서사시가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누군가가 일부러 눈감았거나 미처 시선을 주지 못해 놓친 것을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잡아챈 뒤 따스한 시선으로 해부한다.


이야기를 쌓아 간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회가 있는가 하면, 오로지 발언자 개인의 덕심으로 한 회를 끌고 가는 일도 있다. 


처음에 그저 숫자나 세어가던 뼛조각은 차츰 머리뼈, 코뼈, 갈비뼈 등의 부위명을 얻었고 원작의 의미와 함께 살 붙인 의미 또한 이채를 띠고 빛이 났다.


그리고 이 모든 발굴 작업에는 아주 당연하게 작품에 대한 존중이 묵직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매 회마다 '저희가 이 작품을 까는 게 아니라요' 라는 요지의 변명 비슷한 것이 붙었던 것 같은데, 그 말을 귀로 들을 때와 텍스트로 읽을 때 느끼는 정서가 사뭇 달라 책을 받고 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래저래 참 아끼는 작가님들의 이야기이기에 방송을 들으면서는 그 말이 너무들 자신들을 낮추는 것처럼 들려서 살짝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나온 코끼리뼈에서는 그 모든 변명을 담은 서문이 너무나 당연하고 세련된 숭앙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코끼리뼈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이 동물에 대해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각자의 코끼리가 어떠하든 코끼리뼈는 그 자체의 존재감을 지녔다.


이제, 책을 열고 팟캐스트 앱을 열어 그들 각자의, 또 그네들 공동의 코끼리를 감상하는 일은 독자와 청취자의 몫이다. 나는 이미 무척 흥미롭게 관람을 마쳤다.





말을 글로 옮긴다는 것에 대하여

 

코끼리뼈는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방송이다.

그래서였는지 방송 첫회부터 거의 본편에 가까운 워밍업을 선보였던 기억이 난다. 

방송은 말이라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나름의 정서와 맥락을 가지고 흘러간다. 발언자에게 공감하기는 방송이 더 쉽다.

오래오래 기다려서 받은 책으로 코뼈를 다시 만나 보니, 저자들의 상상 다음에 이 이야기가 어찌 될지를 코끼리뼈 방식으로 상상하게 되었다. 내용은 같을망정 진도와 호흡은 명백히 다르다. 코뼈의 방식을 배우고 싶다면 방송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책을 권한다.




질감과 양감이 남달랐던 뼛조각에 대하여

 

앞서 말했듯 같은 말도 글로 읽느냐 말로 듣느냐에 따라 질감과 의미는 전혀 다르다.

오디오와 텍스트 둘 다를 향유한 입장에서 이것이 뚜렷이 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보노보노'와 '탐스 다이너'. 이 두 작품을 다룰 때 방송은 온전히 진행자들의 덕심으로 채워졌다. 보노보노의 경우에는 권혁주 작가님이 계속해서 '보노보노와 나'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를 한정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쓰시는 것이 보였고 그것을 꼬마비 작가님이 이리저리 교정해 주는 모양새였다. 물론 그러한 역할 분화나 케미스트리는 좋아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이리저리 퍼즐을 맞춰야 하니 좀 귀찮았지. 

탐스 다이너의 경우에는 주제로 가져온 것이 영어노래이다 보니 진행자의 영어 실력이나 찾고 싶어했던 노래 등의 주제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탈하는 것이 보였다. 진행자들끼리 즐거웠던 것 같으니 듣는 나도 즐겁다고 생각하며 '어휴 이 덕후들 ㅋㅋㅋㅋㅋ' 해가면서 재미있게 듣긴 했지만, 역시나 원래의 주제로 돌아오려면 주제를 확확 건너뛰어야 했기 때문에 산만한 기분이 든 것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책으로 받은 코끼리뼈에서는 비단 보노보노나 탐스 다이너뿐 아니라 다른 에피소드들도 눈으로 보기에 깔끔하고 얼른 줄거리 파악하기에 편안한 가지치기가 되어 있었다. 실로 편집의 힘은 놀라운 것이라 생각한 대목이다. 이리저리 빠진 가지에서 주제에 관련된 것만 교묘하게 솎아 내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대화문을 구성해 놓았다.


방송을 들은 사람으로서는 매번 청바지에 티 입고 운동화 신고 만나던 친구가 갑자기 성장(盛粧)을 하고 나타난 듯한 느낌이다. 그대로 어디 예식장에라도 가도 될 것 같은 차림으로 나타난 그 친구에게 '보기 좋다' 이외에 다른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코끼리뼈 출판 기념 특별 방송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이 책이 세 분이 모였던 녹음실의 정경을 그대로 비춰 주지는 못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매번 좋은 이야기를 들고 나타나 준 세 만화가의 상상력만은 오롯이 활자로 남았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달의 뒷면, 악당의 사연, 동화의 이면 등의 키워드에 끌린다면,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선택은 코끼리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언제나 동요일 수는 없고 우리가 그리는 만화가 항상 해피엔딩일 수도 없을 터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식으로 상상해도 코끼리는 분명 위대한 종으로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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