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인 더 다크 - 어느 날 갑자기 빛을 못 보게 된 여자의 회고록
애나 린지 지음, 허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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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일깨워준 책

여름에 좀 덥긴 하지만 일부러 저는 양산을 쓰지 않아요. 피부가 상할까봐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비타민 D를 흠뻑 흡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영양제를 먹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이 책 [ 걸 인 더 다크 ] 의 작가 애나 린지씨는 약간의 빛에도 고통을 느끼는 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발단은 컴퓨터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이었다는데.. 이게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햇빛과 인공 빛은 그 종류가 다를 텐데요.. 어쨌건 만약 그렇다면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얼마나 괴로울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 애나 린지씨는 영국 정부에서 일하는 진취적인 여성이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걱정 거리로 가득찬 머리를 감싸쥔 채 일을 하려고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았는데, 갑자기 평소와 다른 느낌, 화끈거리는 얼굴의 느낌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맙니다. 그냥 따끔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누가 그녀의 얼굴에 대고 화염 방사기를 갖다 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 한번도 겪은 적 없는 이 괴상한 현상은 도대체 뭘까? 단순하다.

컴퓨터 화면 앞에 앉으면 얼굴 피부가 화끈거린다. 화끈거린다고? 햇볕에 심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불타오른다. 누가 내 얼굴에 화염 방사기를 갖다 대고 있는 것처럼 불타오른다 .”

빛에 대한 과한 민감성, 즉 광선 과민증을 통보받은 뒤, 그녀는 삶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도시와 외딴 곳에 남자 친구인 피트와 함께 살게 되죠. 최악의 고통을 느낄 때는, 어둠의 장막을 쳐두고 그 어떤 빛 – 자연적인 빛이든 인공적인 빛이든 – 도 용납하지 않아요. 그나마 상황이 좋아지면 초저녁이나 새벽에 숲을 산책하기도 해요. 하지만 약간의 실수도 허용할 수는 없어요. 혹시나 실수를 하여 빛에 과하게 노출되면 그녀는 칠흑같이 어두운 방으로 숨어들어가 며칠, 혹은 몇주 그리고 몇 달간 머물러야해요. 하지만 조금씩 생활의 균형을 찾으려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가 박수를 보내게 되는 글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그렇게 갇혀 있는 삶을 얼마나 살아가는지 감탄했어요.

어두운 방에 갇혀있다보면 자칫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고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는데,

그녀는 게임을 하거나 필라테스를 하기도 하고 오디오북을 들으며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린지는 친구가 찾아올 때 어두운 감정이 분출될까봐 속마음을 꼭꼭 숨깁니다.

또 그렇게 살다보니 사람들과의 우정이 쉽게 끊어지기도 해요.

" 사이좋게 지내는 동안 우정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씨앗처럼 저절로 자리를 잡고

시간이 지나면서 두꺼운 뿌리를 내려서 우리의 심장을 감쌌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너무 멀리 와 있어 우리가 나누었던 우정마저 시들어 버렸다. (...)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내게서 멀어졌고, 떠나간 것들은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않았으며

떠난 것들을 대신해서 내 삶을 채운 것도 그리 많지 않았다 ."

린지는 이렇게 갇혀 있는 삶을 그냥 무기력하게 보내지는 않아요. 그녀와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도 하고 그들의 희망에 함께 기뻐하고 절망에 함께 슬퍼하기도 하죠. 혹시나 그녀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서 이 질환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 같은 글입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다 보니, 매우 생생하고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있어요. 빛에 노출되면 안되는 그녀에게 있어서 자연만이 치료약인 동시에 친구가 되어 줍니다.

[ 걸 인 더 다크 ] 는 마냥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에요.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정상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만성적 질병에 걸려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그들의 마음 속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린지의 아픔을 읽으면서 내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음에 대해서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안 아프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 평소에는 전혀 감사하지 않았던 신체의 건강함에 대한 감사를 더 깊이 느끼게 되었어요. 이렇게 깊이 있는 책을 읽게 되어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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