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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평점 :
평화로운 밤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힘든 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 [ 교통 경찰의 밤 ] 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힘든 밤이겠죠. 어이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가까운 이를 잃는 사람에겐 밤이 잔인하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치밀한 구성과 독창적인 상상력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하는 반전으로 유명한 그 " 히가시노 게이고 "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의 초기작이라고 합니다. 한창 작가로의 발판을 다질 때 써서 그런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성이 가득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모두 6편의 단편이 묶여 있는데 각 작품마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놀라운 반전이 깔려 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은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에 접어들기 전에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다고 해요. 그러서인지 교통사고와 관련된 추리 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셨네요. 뉴스를 통해서 매일 접하게 되는 교통사고이지만 그냥 안타까울뿐 그 뒤에 숨어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사고 하나하나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 숨어있을 것 같아서 궁금해졌어요.
각 단편들은, 특히 누군가의 사소한 부주의가 일으킨 대형 교통사고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일으킨 사고라고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사연이 깃든 교통사고 이야기와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사소한 교통법칙도 지키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단편들 가운데 재미있던 것 작품들을 꼽자면 [ 위험한 초보운전 ], [ 건너가세요 ], [ 버리지 말아줘 ] 라는 제목의 단편들이었어요. 초보운전자를 위협하며 곡예운전을 펼치는 아찔한 이야기부터, 아무데나 주차를 하는 운전자 그리고 도로 위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운전자까지... 양심불량의 운전자들을 모두 모아놓은 패키지 구성 같은 이야기였어요.
[ 위험한 초보운전 ] 에서는 운전에 서투른 초보 운전자를 누군가가 도로 위에서 위협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초보 운전자인 자신을 향해 전조등을 쏘아대고 속도를 올려 바싹 붙어오는 차를 피하기위해 서두르다 그만 가드레일에 충돌하고 마는 후쿠하라 에이코. 그녀는 그 사건 이후로 기억 상실증에 걸리고 말아요.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가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니,,, 영영 범인을 잡을 수 없게된 걸까요? 이 이야기에는 한가지 교훈이 있어요. 선량한 초보 운전자를 괴롭히지 말지어다. 괴롭힘이 2배로 돌아올 수 있으니....
[ 건너가세요 ] 는 사람들이 흔히들 저지르는 노상주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유지는 노상에 세워놓았던 자신의 차에 흠집을 내고 도망갔던 사람의 전화를 받아요.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일이었기에 범인이 순순히 나서주니 이런 고마울데가!! 마에무라라는 이름의 운전자는 유지에게 모든 것을 순순히 배상하겠다고 하면서 저자세로 나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유지. 자꾸 이곳저곳에서 마에무라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에무라의 제안으로 스키장이 근처에 있다는 마에무라 소유의 별장으로 놀러가게 되는데요. 그런데 왜 근처에 스키장은 보이지 않고 으스스한 느낌이 감돌까요? 노상주차라는 사소한 문제가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한 문제로 탈바꿈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 버리지 말아 줘 ] 에서는 주인공 후카자와 와 그의 여자친구 마치코는 부모님께 결혼승낙을 받고 돌아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도로를 앞서 달리던 차 ( 흰색 볼보 ) 에서 던진 커피캔에 눈을 맞은 마치코가 그만 실명을 하고 말아요. 유일한 증거품인 커피캔을 들고 직접 수사에 나선 후카자와. 앞서 가던 차에서 캠프장에서 쓰는 랜턴용 가스통을 목격했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따라서 후지산 근처 별장을 조사하던 후카자와는 한 별장을 빠져나가는 흰색 볼보 차량을 발견하게 됩니다. 과연 그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요? 때로는 하늘에 맡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같았어요.
이제는 일본 추리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 이 작품을 쓸 당시에는 아직 햇병아리 작가였다고 해요. 하지만 단편 하나하나가 마치 장편 소설같은 완성도를 보이는 것 같아요.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고 심장 쫄깃한 막판 반전이 기가 막히네요. 이 분의 단편집을 구해다가 더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다작 요정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2020년 작품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