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하는 신체
모리타 마사오 지음, 박동섭 옮김 / 에듀니티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을 떠올리면 그것은 곧 '수학 문제'나 '수학 시험'을 떠올릴 것이다. 흰 종이위에 나열된 수들을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수학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은 충격이다. 나는 꽤 수학을 좋아하였다. 수학적 이해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며 문제 풀기는 괴로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었다. 분명하게 답이 나오는 일은 모든 것을 명확하게 만드는 행위였다. 내가 하고 있는 '수학'은 돌이켜 보면 잡지에 쉬어가는 코너에 나올법한 단순한 재미들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 '수학하는 신체'를 읽으며 조금은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름 수학을 잘하고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즐겼던 것은 숫자 놀이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수학에 대해 다른 면을 처음보게 된 작품이다.

 수학에 대한 이미지가 깨지는 글귀들이 좋았다. 냉철하고 논리적일 것 같은 수학자들의 삶은 사실 하이쿠에 감화되어 수학 정서로 살아가는 모습도 좋았다. 읽으면서 몇번이고 밑줄을 그은 문장들이 있다. 작가가 오카 시요시에게 빠져들었던 것 처럼 나도 간접적으로 오카를 만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카의 수학연구는 마침내 자기 연구 단계로 들어갔다고 한다. 수학 연구를 버리고 자기 연구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수학 연구가 곧 '자기 연구'인 셈이다. 내가 가진 '수학'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린다.

 167쪽 "수학에서 창조는 수학적 자연을 낳고 키우는 '마음'의 작용에 의지하고 잇다. 종자와 토양이 없는 농사가 있을 수 없듯이 마음이 없는 수학도 있을 수 없다. 이 마음의 작용 자체를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살려서 키우는 일뿐이다"

 책의 제목이 '수학하는 신체'일까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해결되었다.

이 작품은 일반인들에게도 수학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해주고, 우리 신체 안에서 수학적 진화가 일어났으며 인간의 신체에 얼마나 풍부한 수학적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는지 알게해준다. 그리고 오카의 시적인 수학 세계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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