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나는 대학을 마치고 싶었다. 참고 견디면서 억지로 살기 위해 일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경력을 얻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떤 것을 전공해야 할까? 학비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떤 직업을 가져야 내가 원하는 인생설계를 그릴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 중에는 답변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어느 날 우리 엄마가 옳은 방향을 알려주었다.
"그냥 수강 안내서부터 보렴" 17p
의심스러울 때는 그냥 옳아 보이는 것부터 하면 된다. 그런 것들은 항상 작은 것들이다. 18p
》 저자는 청소년기에 알코올을 남용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망쳤고 집과 가까운 켄트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전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때 엄마가 얘기한 "그냥 수강 안내서부터 보렴" 그 말로 저자는 저널리즘으로 학위를 받고 10년 후엔 존캐롤대학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리가 선택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것들에 있어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결정하기 힘들 때가 많다. 나의 선택이 나의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택을 하면서 알 수 없는 미래까지 함께 결정하려고 하니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는 결정 장애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그 선택으로 인해 다가올 미래가 걱정이 되고 한다.
이럴 땐 저자의 엄마의 이야기처럼 그냥 다가서 보자. 선택으로써가 아닌 편한 마음으로 한 발짝 다가서서 들여다보자. 그리고 나를 믿어주자. 어차피 선택은 단 한 가지를 고르는 것이다. 옳다고 생각되는 것, 재미있어 보이는 것, 아니면 그냥 찍어서라도 선택을 하면 된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없고 인생이란 어차피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가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선택의 기로에 있어 무엇을 선택해야 한다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괜찮아 보이는 것 하나를 그냥 고르자. 마치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만하는 것처럼 그 선택은 지나고 나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선택 후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지이다.
우리가 사달라는 것을 쳐다보시고는 단지 이렇게 말씀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건 너희들에게 필요한 게 아냐." 그 말이 옳기는 했다.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갖고 싶었던 것이었다. 아버지는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가르친 셈이다. 54p
》 나는 아직도 내가 필요로 하는 것과 갖고 싶은 것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보통 내가 사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나를 설득한다. 꼭 사야하는 이유가 있고 그것이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사야되는 이유를 만든다. 그래서 결재를 하고 물건이 도착할 때까지는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사용해보면 알게된다. '꼭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갖고 싶었던 것이었구나.'
내가 나를 속이며 많은 것을 사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침에도 생각나게 하고 점심에도 생각나게 하고 저녁에도 생각나게 하면 나는 어느새 그 물건을 주문한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택배아저씨의 기쁜 문자가 날라온다. '소중한 상품이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소중한 상품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책에 나온 것처럼 풍요란 현명한 소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일지라도 필요와 욕구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갖고 싶은 것만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가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만족에 이르게 한다. 풍요는 그런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재능과 역할을 부러워하지 말라. 세상은 우리가 또 한 명의 테레사 수녀, 간디, 마틴 루터 킹, 마이클 조던 혹은 빌 게이츠처럼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 세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 된 우리를 원한다. 98p
》 나깨순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알게 된 것은 나를 찾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알지 못한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었는데 언젠가부터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살아가게 된다.
며칠 전 아이에게 요즘은 어떤 걸 하고 싶은가 물어봤다. 워낙 하고 싶은 게 많고 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라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때 아이의 대답 중 하나는 노래 만들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작곡가가 되어도 된다고 얘기해 줬다. 다른 것도 하면서 작곡가도 같이 하면 된다고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며 아이의 생각은 조금씩 변했다. 이전에도 친구와 하나의 노래를 만들었었는데 그 노래서 너무 엉망이라 앞하고 뒤가 연결이 잘 안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여러 곡 만들면 점점 좋아진다고 얘기해 주었다. 줄넘기를 배울 때도 태권도를 배웠을 때도 그림을 배웠을 때도 처음에는 잘 못했지만 계속 열심히 하니 잘한 거 아니냐고 얘기하며 작곡도 작사도 계속하면 더 잘할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 잘하고 못하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하면서는 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조금씩 나아지고 조금씩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일단 시작하면 된다. 우리가 위대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그냥 내가 원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내가 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