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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ㅣ 대한민국 도슨트 4
전석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한 줄 평 : 여행기는 해외여행기만을 보지 말자. 우리는 아직 우리나라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여행기의 책은 해외 영행기 책을 읽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우리나라의 여행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해외여행기와 국내 여행기를 대하는 나의 느낌은 다르다.
해외여행기의 경우 호기심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내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하지만 국내 여행기를 대하는 나의 느낌은 다르다. 이미 내게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있는 진짜 이야기가 궁금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막상 국내 여행기를 읽기 시작하면 내가 알고 있다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너무도 모르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은 내 생각 속에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은 내가 그것들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왜 그리도 내 주변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을까라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해외에 대한 관심이 생기듯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관찰이라는 것은 그렇게 시작된다. 관찰은 모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관찰은 내가 이미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렇게 세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그 속에서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이야기들은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곤 한다.
춘천
목차
01 소양강댐 - 호반의 도시 춘천 여행의 첫걸음
02 소양강 처녀상 - 소양강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
03 명동 - 가장 활발하고 뜨거운 번화가
04 닭갈비골목 - 싸고 푸짐한 춘천의 대표 음식
05 청구서적 - 춘천시민들의 만남의 장소
06 경춘서점 - 헌책을 팔지 않는 헌책방
07 피카디리 - 춘천 최초의 현대식 극장
08 육림극장 - 춘천시민들에게 친숙한 이름 ‘육림’
09 육림고개 -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한 뉴트로 고갯길
10 낭만시장 -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
11 죽림동성당 - 100년 된 한국 가톨릭 미술의 보고
12 망대골목 - 90년 동안 춘천을 내려다본 망대를 품은 미로골목
13 축제극장 몸짓 - 세계 3대 마임축제의 현장
14 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 - 국내 최초 원두커피가 춘천에서 시작된 사연
15 상상마당 춘천 - 어린이회관에서 모두를 위한 놀이터로
16 중도 - 레고랜드와 선사유적지
17 우두온수지 - 소양강 냉수를 햇빛으로 데우는 독특한 저수지
18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 지금 막 눌러서 내놓는 국수
19 옥광산 - 세계에 단 하나뿐인 옥 캐는 광산
20 청평사 - 천년을 지나온 ‘섬 속의 절’
21 후평동 버스 종점 - 춘천 시내버스의 종점이자 기점
22 봉의산 - 춘천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
23 춘천혈거유지 - 신석기시대 한 가족이 살았던 동굴
24 김유정 문학촌 - 마을 전체가 소설의 배경이 되다
25 캠프페이지 - 춘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미군기지
춘천, 어디를 갈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춘천의 새로운 장소를 많이 만나게 되었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다. 이 책에 소개된 곳 거의 전부를 처음 들어본 곳이다.
춘천, 하면 떠올리는 닭갈비 외에 너무도 많은 곳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나 내 눈길을 사로잡은 곳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첫 번째는 청평사였다.
시기를 잘 맞추면 청평사로 들어서는 내내 사방에서 쏟아지는 낙엽에 걸음마저 무뎌진다. 245p
가늘에 이곳을 한 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청평사는 춘천과 화천 사이 배추령 고개를 넘는 길과 소양호를 통하는 길이 있고, 소양호에서 청평사로 가려면 배를 타고 15분 남짓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1000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청평사는 명승 제70호로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절터는 강원도 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되어 있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에 영현 선사가 세운 백암서원으로 시작되었다. 247p
1000년이 넘은 절은 어떤 모습일까? 책에서는 회전문에 대한 딱 하나의 사진만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네이버를 뒤져보니 금방 청평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크기는 아담하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그렇듯 그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담한 절의 모습에 오히려 정이 간다.
블로그 리뷰는 900개가 넘는 걸 보니 꽤나 유명한 절인 듯하다.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낙엽을 밟으며, 단풍 구경을 하고 작은 절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근처에는 아홉 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성폭포가 있다고 한다. 이름은 주위에 아홉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는 의미로 구송폭포라고도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산길을 지나 폭포를 보고 거북 바위도 보고 절에 들려 시간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춘천은 정말 많이 갔었지만 항상 갔던 곳만을 갔다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 책으로 인하여 다른 곳도 들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춘천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이 책을 꼭 다시 읽고 출발하려고 한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다음 춘천 여행은 더 많은 것을 보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신안
'신안'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말 낯선 지명이다.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신안은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 왕국이자 이야기의 제국이다' 이 문구를 보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신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인가?
목차
01 암태도 - 벽화 속 노부부의 동백 파마머리
02 자은도 - 걷기 좋은 섬길에서 만나는 여인송
03 안좌도 -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생가
04 박지·반월도 - 두 스님의 사랑으로 이어진 징검다리
05 장산도 - 꽃보다 아름다운 들노래 전수관
06 하의도 - 333년 항쟁의 역사가 서린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
07 신도 - ‘한국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는 섶섬
08 옥도 - 근대 최초의 기상관측소
09 도초도 - 육지처럼 드넓은 고란평야
10 비금도 - 호남 천일염전의 시작, 시조염전
11 수치도 - 원조 섬초를 키우는 시금치밭
12 우이도 - 섬 속에 펼쳐진 사막, 산태
13 흑산도 - 홍어, 고래 그리고 자산어보의 섬
14 장도 - 자연생태의 보고 람사르습지
15 홍도 - 한 편의 명작 같은 기암괴석과 동백꽃
16 영산도 - 고유의 가치를 지켜가는 섬 속의 섬
17 다물도 - 물 반 고기 반이던 서해의 해금강
18 대둔도 - 시대를 앞서갔던 세 명의 섬사람
19 태도군도 -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섬 해녀들
20 가거도 -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국경의 섬
21 선도 - 할머니가 만든 꽃섬과 수선화의 집
22 기점·소악도 - 열두 예배당과 순례자의 길
23 증도 - 보물선과 태평염전을 품은 슬로시티
24 임자도 - 튤립 축제가 열리는 한국 속 네덜란드
25 압해도 - 세계 최강 몽골군을 이긴 섬사람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인 만큼 목차는 각 섬들의 이름들이 적혀있다. 그중 역시나 눈길이 가는 것은 흑산도이다. '흑산도 홍어'이야기가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흑산도
지금은 홍어의 본향이지만 과거 흑산도는 고래의 섬이기도 했다.
흔히 고래는 동해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포경 근거지라고 하면 동해의 장생포를 떠올린다. 하지만 고래는 동서남해 한국의 바다 모든 곳에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181p
책에는 고래잡이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도 실려 있다.
포경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일제 시대이고 40여 년 동안 한반도 바다에서 잡아들인 고래는 무려 1만 마리 이상이었을 것이다. 184p
수십 년 지속된 고래 잡단 학살로 이제는 고래를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일제 치아에서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학살은 당한 건 우리들만이 아니었다. 일본은 고래들마저도 대량 학살을 하고 그 씨를 말려 버렸다.
총독부 관보에 따르면 일제가 수탈해 간 흑산도의 규사는 매달 1,000톤에 달했다고 하니, 이는 정말 학살이 맞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잡아야 매달 1,000톤에 달하는 고래를 잡을 수 있을까?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흑산도 홍어
옛날 상인들은 흑산도 인근 바다에서 잡힌 홍어와 생선을 사서 상선에 싣고 영산강을 따라 올라가 나주의 영산포항까지 운반했다. 바다가 잔잔할 때는 하루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풍랑이 거세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걸렸다. 그 사이 다른 생선들은 썩어서 못 먹게 됐지만 홍어만은 썩지 않고 자연 발효가 됐다.
홍어가 썩지 않았던 것은 홍어의 몸에 요소와 요산이 많기 때문이다. 홍어가 죽으면 요소와 요산이 분해되면서 암모니아 가스가 나온다. 그 암모니아 가스 덕에 홍어에는 다른 세균이 번성하지 못하고 발효됐다. 그렇게 뱃길이 탄생시킨 것이 삭힌 홍어다. 지금 흑산도에서 삭힌 홍어 요리가 번성한 것은 관광객들의 요구로 내륙의 문화가 역수입된 것이다. 190p
가거도 - 일생에 한 번은 가야 할 섬
궁금했다. 왜 일생에 한 번은 가야 할 섬일까?
한국의 최서남단이자 국경 끝자락에 있는 섬, 쾌속 여객선으로도 아직 4시간 반이나 걸린다. 가거도에서는 중국의 닭 우는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중국과 가깝다.
중국까지 390km, 오키나와까지 355km, 서울까지 420km라는 이정표가 있다. 서울보다 중국이 가까운 섬이 바로 가거도이다.
가거도 최고의 절경은 항리마을의 섬등반도다. 항리 초입 섬둥반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면 그 감동적인 풍경 앞에 넋을 잃을 정도다. 달력에 나올 법한 풍경이 두 눈으로 쑥 들어온다. 항리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비탈에 위태롭게 붙어 있다. 섬둥반도는 '극락도 살인사건'이란 영화와 '1박2일'이란 TV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치렀는데 오르는 능선 길에 데크가 깔린 것이 조금 아쉬울 뿐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275p
가거도 여행에서 또 하나 놓치면 안 되는 절경은 해상에 있다. 일정한 인원이 모이면 가거도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이 운항하는데 기암괴석의 절경은 영화 '아바타' 속 풍경처럼 신비롭다. 가가도 백년등대 또한 육로보다 해로를 따라가는 길이 더욱 아름답다. 275p
임자도-튤립 축제가 열리는 한국 속 네덜란드
임자도 튤립 축제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1,000만 구 이상의 튤립 구근을 수입해 심었고, 2007년 국내 최초로 튤립 구근 재배에 성공했다 323p
임자도는 현재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지만 2020년 10월에는 다리가 놓여져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 임자도에도 꼭 들러봐야겠다.
4월에 한창인 튤립 구경을 하고, 유명하다는 새우젓도 사고 민어회도 먹고 오면 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