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집권 경제학
한성안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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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짜 경제학 책이 나타났다. 지급까지 현상 분석과 직관에 의해 설명하던 책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진짜 진보 경제학 책이다.


충분히 그렇게 부를만한 책이다. 이 책에 서문에 이런 내용이 쓰여있다.

'이 책은 절대 교양서가 아니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수필식 경제산책도 아니다. 나아가 데이터에만 입각해 자기주장을 밀고 나가는 대중적 '경제평론가'의 글도 아니다. 철저하게 학술적이다. 나의 '개똥철학'이나 '경제산책' 그리고 시사경제와 경제평론이 아니라, 지난 100년간 서구의 진보경제학자들이 겪어 온 실천 과정의 이론적 결과물이다. 이 치열한 사유 결과를 한국의 한 진보경제학자가 주변부에서 겪어 온 삶을 바탕으로 그 결과를 재구성하였다. 글에 내 삶이 붇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이 구차한 삶은 이 책을 릭을 대다수 민중들의 삶이리라. 나아가 이 책은 어떤 대가도 주어지지 않지만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잠 못 이루는 깨어 있는 모든 시민들의 노래가 될 것이다.'

기대 이상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다. 이 책은 서문에 있는 것처럼 경제산책도 아니고 경제 평론서도 아니다. 이 책은 이론서이자 인문서이다. 그만큼 심오하고 깊은 뿌리를 건드리고 있다. 물론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쉽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놀랍고 읽는 내내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책의 반도 이해 못 한 듯하다. 쉽기는 하지만 그 깊이가 너무 깊어 어렵다. 아니면 아직 내가 경제학 분야는 너무도 무지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하지만 경제학 분야의 책은 거의 읽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이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경제학 분야의 책을 좀 찾아 읽을 듯싶다. 지금까지 경제학 분야의 책을 읽지 않은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내가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제 관련 책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 위주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너무 표면적인 얘기들만 있어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었다. 너무 실전서이거나 너무도 이론서의 경제서적만을 접해오면서 싫증을 느꼈었나 보다.

이 책은 다르다. 읽는 내내 정말 재미있었다. 물론 다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모든 학문을 아우르며 한 책으로 엮어낸 듯한 그런 느낌이 있다. 경제학을 얘기하며 철학을 얘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 경제를 철학적으로 바라보며 현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수치화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들이 나온다.

교양서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 대중으로서 지적 호기심으로 읽는 책이라면, 실전서보다는 더 알고 싶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기호와 암호와 같은 말들도 되어있는 이론서는 읽을 수가 없다면, 바로 이 책 '진보 집권 경제학'이 그런 목마름을 채워주는 데 있어서 정말 적합한 책이다.


자자 소개 : 한성안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영산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주의경제학을 비판하는 동시에 마르크스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제도경제학’을 그 대안으로 내세우는 경제학자다.

한국경제학회와 한국사회경제학회 등에서 이와 관련되는 십여 편의 논문을 집필하였으며, <진화경제학적 동반성장 모형>, <진화경제학의 유토피아로서 ‘에브토피아’>, <기술경제패러다임변화에 따른 한국자본주의 진화> 등은 그의 대표적 논문이다. 이러한 학술적 업적을 인정받아 2006년 한독경상학회가 주는 을 수상하였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등에도 다수의 칼럼을 게재하였고, 한겨레신문에서 <한성안의 경제산책>으로 2년간 칼럼을 쓰기도 했다. 현재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는 동시에 페이스북에서 시민들과 제도경제학으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경제학회 교육특별위원장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경제학 위의 오늘』, 『인문학으로 이해하는 경제학 광장』,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통계학』, 『상식이 그리운 시대,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블로그 경제학』 등이 있다


목차

1. 경제학을 공부하는 방법부터 공부합시다.

경제학의 기반 | 경제학과 철학 | 경제학과 자연과학 | 경제학파 | 경제학의 보수와 진보 | 경제학과 수학

2. 우리는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주류 경제학의 경제 | 비주류 경제학의 경제 | 시장과 비시장의 수학적 정의

3. 경제활동은 계산에 따라서만 이루어지는가?

제도와 경제 | 총체론적 제도형성과정 | 제도와 관련된 연구 주제 | 총체론 | 경제학과 경제현실

4. 인간은 얼마나 똑똑한가?

신고전주의경제학의 완전합리성 | 진화적 존재의 제한적 합리성 | 불확실성과 제한적 합리성

5. 사람은 이기적이기만 한가?

경제학과 본성 | 신고전주의경제학의 단일본성론 | 제도경제학의 다중본능론 | 행위자의 경제학 | 다른 인문학, 다른 경제정책

6. 어떻게 하면 사람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까?

신고전주의경제학의 방법론적 개인주의 | 사회적 존재 | 사회적 존재가 낳은 구성의 오류 | 무책임한 신고전주의경제학의 인문학 | 비용의 역설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 | 사회적 존재, 저축의 역설, 소득분배정책 | 죄수들의 딜레마와 사회적 자본 | 경제적 개인의 수요곡선 | 사회적 존재의 수요곡선

7. 경제학에 ‘깨어 있는 시민’이 살아 있다!

신고전주의경제학의 동질적 존재 | 맥락종속적 존재 | 제도경제학의 ‘깨어 있는 시민’ | 이질적인 소비자와 윤리적 소비문화 |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과 제도경제학의 인지능력, 본성론, 존재양식, 정부

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쾌락주의 전통의 경제학 | 에우다이모니아 | 가치판단논쟁 | 에우다이모니아의 경제학 | 제도경제학의 도덕적 규범 | 제도경제학의 행위자, 신고전주의경제학의 행위자 | 진영논리는 나쁜가? | 진화하는 좋은 삶 | 경제학과 자연과학 | 진화생물학과 제도경제학의 관계

9. 경제학적 전제와 에우다이모니아, 지속가능한 발전

신고전주의경제학의 전제와 경제정책 방향 | 풍요의 시대 | 이스털린의 역설과 과유불급 | 이스털린의 역설과 불평등 | 서로 다른 목적함수 | 지속가능한 발전 | 경제학 연구방법과 정책 방향

10. 임금이 높으면 경제는 성장할까? - 포스트케인지언 제도경제학의 임금주도성장

신고전주의경제학의 성장론 | 세계대공황과 저임금, 불평등성장론 | 케인지언 임금주도성장론 | 승수효과, 규모의 경제, 가속도효과 정리

11. 우리는 지식기반경제에서 ‘지식’을 도대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역사적 방법 | 기술경제패러다임의 변화 | 지식의 속성 | 다양한 지식과 제도경제학적 지식정책 | 제도경제학적 지식재산권 | 에우다이모니아를 향한 지식재산권 범위 | 불확실성을 고려하는 제도경제학의 혁신정책

12. 국가란 무엇인가?

시장주의 국가 | 비시장적 국가 | 역사적 국가 | 진화하는 국가 | 균형재정의 함정 | 제도적 납세의지

13. 혁신성장은 가능한가? - 신슘페터리언 경제학의 국가혁신체제

기술과 성장 | 제도와 성장 | 식민지근대화론과 국민국가 | 기술과 제도의 불일치 | 정치체제와 경제성장 | 사회적 자본과 성장 |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 국가혁신체제 | 다양한 국가혁신체제

14. 제도경제학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능한가?

저임금성장론의 허구 | 최저임금제도와 고용 | 분배의 사회적 효과 |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의 성장론 변호 | 제도경제학의 지속가능한 발전 | 제도경제학의 사회적 가치론

15. 자본주의경제는 모두 같은가?

다양한 혁신체제의 연구모형 | 독일과 미국의 사례 | 자유시장경제와 조정시장경제 | 다양한 사회적 혁신체제 | 사회적 혁신체제의 진화

16. 한국자본주의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사회구성체론 복습 | 혁신적 한국경제 | 반복지적 자유시장기반경제 | ‘3분의 2 사회’ | 반복지적 혁신경제 | 깨어 있는 시민들과 제도경제학


솔직히 아직 서평을 쓰기는 좀 난감하다. 아직 내용 이해를 잘 못했다. 나도 이해 못 한 책을 서평을 쓴다는 것이 좀 우습기는 하다. 그리고 책의 내용 중 내 나름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했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래는 1장의 목차이다

1. 경제학을 공부하는 방법부터 공부합시다.

경제학의 기반 | 경제학과 철학 | 경제학과 자연과학 | 경제학파 | 경제학의 보수와 진보 | 경제학과 수학

'경제학은 경제이론을 이용해 현실 경제를 분석하고 정책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그것들은 ㅇ인문학과 자연과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경제현실을 이해하고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우리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기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경제가 야기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과 더불어 인문학과 자연과학도 같이 공부하자!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적 기반에 관한 인식이 특히 중요하다.' 15p

》이 책은 마치 철학 서적 같다. 읽다 보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1장도 그런 얘기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경제라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정한 부분이고 그래서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케인즈경제학과 제도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을 불완전하다고 가정한다. 이 때문에 시장은 지속적으로 불안정과 불평등, 불의를 양산해 낸다. 자본주의시장은 불완전하고 맴목적이며 광포하다. 하인으로서 시장은 실로 유익하지만 주인으로서 시장은 위험하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며 필수적이다. 정부 개입을 찬성하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케인스경제학은 정부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주의의 위험과 정부의 실패를 낳을 수 있다. 정부의 인지능력 역시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91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어렵게 느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경제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케인즈학파는 학생 때 배우기는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던 기초지식은 너무도 사건에만 국한된 깊이 없는 암기식의 지식이었기에 케인즈학파는 알고 그들이 주장한 바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그 깊이에 있는 내용까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사실들이 있었다는 것 정도밖에 모르고 있었다. 표면적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아무리 작가가 쉽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그 흐름을 쫓아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내가 우선적으로 그 사건의 연류를 알고 나의 것으로 만들기 전에는 어느 누가 아무리 쉽게 사건을 재해석해 준다고 해도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이해를 하고 나서 이해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때 내가 올바르게 가지고 있는 것과 잘못 가지고 있는 것을 비교해가면서 생각과 관념을 정리해 나갈 때에만 나의 생각이 개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해 주는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다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의 무지를 느끼면서도 즐거웠던 이유는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경제학에 대해서 그리고 그 많은 이론을 만들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내가 앞으로 색다른 분야를 만나게 되는 초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한참이 흐르고 나서 다시 이 책을 들었을 때, 지금보다 몇 배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 : 좋은 삶

E = E(Y, N, U)

Y: 기본소득, N:도덕, 문화, 사회, 정치, U:불평등

진보 집권 경제학 450p

'깨어 있는 시민들이 품고 있는 목적함수의 내용은 '지식과 기술의 도구적 활용에 힘입어 기본소득이 확보된 상태에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고 도덕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실천을 통해 좋은 삶을 누리는 것이며, 이로써 인류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재창조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제도경제학을 포함하는 비주류 경제학의 고유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선 놀라운 점은 이 말을 이렇게 도식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삶이란 5가지의 기본이 갖춰지고 1가지가 억제된 상태라는 말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니다. 많은 경제이론들, 그리고 나아가서 모든 과학적 이론들이 이런 모습으로 나왔을 것이라 조심히 짐작을 해본다. 내가 하는 말들과 생각들을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말도 안 되는 얘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건 발견이고 발전이다. 나에게는 이 책이 주는 많은 교훈 중에서 생각을 수식으로 도표화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만들어 준 것이 가장 값진 교훈이다.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감사하고 내가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어 또 감사하다.

앞으로 몇 번을 다시 읽으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들어오는 순간 나는 분명히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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