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들 2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책이다.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책은 2권이지만 두 권 합치면 1,000페이지가 되고 3권이라 봐도 될 것이다.

근데 이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정말 엄청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세밀한 묘사로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이미지가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스티븐 킹과 오언 킹 두 부자가 어느 부분을 담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소설은 정말 다이내믹하다. 1편에서는 사건의 발생이었다면 2편에서는 사건의 확장과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상당히 스피디해졌고 이야기의 다양성이 나왔다. 2편을 보면 어김없이 스티븐 킹의 독창적이 이야기들이 나온다. 1편의 읽으며 생각했던 전개는 완전히 무너졌고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글을 이끌고 간다. 스포가 될 것 같아 그 내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신비롭고 괴기하고 참신하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 도달할 때까지 그 방향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결국에는 잘 해결이 되기는 하지만 마지막을 폭주로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야기의 기본 소재인 여자들이 잠들어 버린 세상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진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소설과 같이 폭주하게 될까? 남자들을 부여잡고 있었던 것은 진짜 여성이었을까? 물론 그런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지들만 남은 상황에서는 무엇을 하려고 할까? 배후를 알아내려 할까? 아니면 이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밝혀 그 뿌리를 자르려고 할까? 그렇게 뿌리를 자른다고 해서 다른 변화가 올지에 대한 확신은 없겠지만 그런 시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 번 해본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분명 남자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다. 여자가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아이가 없다는 이야기이고 아이가 없다면 인류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 전체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분명 무언가 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그 시도가 다시 세상을 원상 복귀 시킬 수 있다는 장담은 할 수 없을지라고 무엇인가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위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분명 세기말적 종교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공황에 빠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들이 선택하는 행동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것이다. 그보다는 규모의 집단이나 국가, 전 세계적인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이 소설의 시점이 이상하게 전 세계를 뒤엎은 코로나 사태와도 비슷해 보인다. 수많은 국가의 경제가 얼어붙고 외출금지령이 나오고 모든 것이 정지한 것과 같은 지금의 모습 속에서 소설과 지속해서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도 코로나 사태에서는 사이비 종교가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바이러스는 종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거짓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어떤 집단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자신들이 믿는 신의 경고로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선택이 바른 선택인지 알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책의 내용이 우리의 삶과도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이 나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만 선택을 할 수 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은 없기에 그 선택이 가져오는 바로 다음의 결과만 알 수 있고 선택이 가져올 먼 미래에 대한 영향은 알 수가 없다. 단지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 정도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이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어느 점의 사건들이 다시 영향을 미쳐 삶을 바꾸어 나가게 된다. 그런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기조에는 의미를 가지지 않고 있었던 경험들과 사건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그렇게 좋은 방향 또는 나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잠자는 미녀들 1,2부를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스티븐 킹 소설에서 항상 그랬듯이 예측 불가능성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전계와는 다른 부분으로 완전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곳으로 나를 이끌고 가는 것이 제일 좋았다. 이런 느낌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도 많이 느끼곤 했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범위를 넘어서는 소설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는 것 같고 그 기발함을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예측 불가능성은 호기심을 낳고 관심을 낳고 희열을 준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지만 기존의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운 생각의 '잠자는 미녀들'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소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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