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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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샘터의 책들이 항상 그렇지만 이 책은 더욱더 잔잔하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마주하기 딱 좋은 책이다.

저자 소개

이시이 모모코

1907년 사이타마현 우라와에서 태어났다. 1928년, 일본여자대학교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세계 아동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소개했다. 1947년에 발표한 첫 창작 동화 '논짱 구름을 타다'로 제1회 문부대신상을 받았고, 1993년 아동문학에 대한 오랜 공헌을 인정받아 일본 예술원상을 수상했다. 1958년 자택에 연 어린이 도서관으로 발전했다. '아기 고양이의 첫 나들이', '혀 잘린 참새', '한치동자'등의 책을 썼고, '곰돌이 푸', '피터 래빗 이야기'등을 번역했다. 2008년,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감성적인 글쓰기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책을 쓰지는 못하지 싶다. 나의 글이 팩트 위주의 핵심을 전달하는 글쓰기라면 이 책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은 일상생활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글쓰기이다. 현재 나의 모습과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너무도 따뜻하게 전달해준다.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글의 배경의 주가 되는 작가의 집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사진 한 장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곳을 다녀온듯한 기분이 든다. 높지 않은 담벼락과 넓은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이 보여지고 그 안에서 뛰어놀고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리고 작가가 집안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너무 피곤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 속에서 작가는 도시를 '편하고 재미있는'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시골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시골은 조용하고, 나무도 있고 새도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말과 같이 정말 도시에서 살아서 좋다고 말하는 '편하고 재미있는'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속하고 싶은 세상이 정말 도시에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그것 말고는 다른 대답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정말 있고 싶은 장소이기보다는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전에는 항상 무언가를 눈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봐야 하는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끊어버리자 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은 필요한 것이 아닌 그것들이 우리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찾아낸 것이 아닌 그것들이 나를 찾아내서 도망치지 못하게 중독이 되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고 나는 그것들이 나에게 심어 준 것들이 내가 생각해낸 것처럼 오해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노트북, 탭이라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이런 기기들을 제거한 삶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전에는 그런 것들 없이도 충분히 잘 살고 있었는데 아니 오히려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것 같기도 한데 이제는 그런 시간들마저도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소소한 행복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IT 기기에 치여 살면서 가상현실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 내 것으로 만드는 작은 기쁨을 잊어가고 있고 그것에 대한 변형된 욕구가 '소확행'으로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것은 어찌 보면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죽어있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과의 대화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들과의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리 아이는 '고양이 장난감'을 받았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지 못하는 현대인은 아이에게 고양이 대신 고양이를 닮은 로봇을 선물하고 있다. 생명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명체를 곁에 두지 못하고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이러면서 우리는 점점 더 피폐해지는 길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욱 힘들고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텅이로 잡아 내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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