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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법칙 (블랙 에디션) - 전2권 ㅣ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년 전부터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을 기억하는가? 왜 우리 사회는 그렇게 인문학에 목을 매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순서겠다. 초록창에 검색해보면 사전적 의미로는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가치 등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은 보통 자연과학과 대립되는 학문이라고 소개된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인문학이라고 유행을 비켜갈 수 있을소냐. 사람들은 자연과학을 이용해서 인문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각종 최신 과학과 연구기법들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유전공학, 뇌과학, 심리학(진화심리학) 등 현대 과학의 결정체들이 인문학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과학적인' 인문학 책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어찌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이번에 소개할 책 '인간 본성의 법칙' 또한 그렇다. 제목은 인문스럽지만 그 배경은 여러 설문조사 및 경험, 연구결과가 근간이 된다. 심리학은 기본이다. 나 역시 트렌디한 인문학이 더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 이 책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 왜 마음에만 두고 있었냐고? 당신이 이 책의 두께를 보면 납득이 갈 거다. 무려 9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벽돌책 중의 벽돌책이다. 한 번 책을 집으면 끝을 보아야 맘이 편해지는 내 성격상 '인간 본성의 법칙'은 감히 집기 어려웠다. 그렇게 애써 외면해오던 책을 읽기로 결정한건 서평단에서 무료로 책을 제공해준다는 유혹이 가장 큰 요인이었으며-_-; 코로나 이후로 회사업무가 다소 느슨해진 탓도 있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꽤 시기적절했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은 인간 본성에 대한 18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작가는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를 편집하고 할리우드에서 스토리 작가로 일했다고 한다. 작가 출신임을 쉽게 알 수 있는게 방대한 지식과 더불어 그 지식을 스토리로 풀어나가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하다. 몇몇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배경에 깔아주니 목차에 비해 내용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다 한들 벽돌책을 깨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니 굳이 이렇게까지 늘여서 쓸 책은 아니라는 말도 보인다. 살짝 공감한다. 그래서 이 서평을 읽는 분들에게 꿀팁하 하나 드린다. 인간 본성의 18가지 법칙, 그 목차를 자세히 보시라. 목차와 소제목을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전체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각 장의 전개가 대부분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을 먼저 소개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논평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인간본성을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들이 소개되는 형식이라 보면 된다. 재미를 위한다면 역사적 이야기를 다 읽는게 좋지만, 정수를 뽑아내고 싶다면 각 장의 후반부만 발췌해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목차 한 번 보시기를..
Law 1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 : 나를 지배하는 감정을 극복한다.
Law 2 자기도취의 법칙 :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Law3 역할 놀이의 법칙 : 가면 뒤의 숨은 실체를 꿰뚫는다
Law 4 강박적 행동의 법칙 : 강박적 유형을 파악한다
Law 5 선망의 법칙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욕망의 대상이 되라
Law 6 근시안의 법칙 : 사건을 뒤흔드는 더 큰 흐름을 주시한다
Law 7 방어적 태도의 법칙 : 상대를 긍정해서 저항을 누그러뜨린다
Law 8 자기훼방의 법칙 : 태도를 바꾸면 주변이 변한다
Law 9 억압의 법칙 : 내 안의 어둠을 직시한다
Law 10 시기심의 법칙 :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Law 11 과대망상의 법칙 : 나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평가한다
Law 12 젠더 고정관념의 법칙 : 나에게 맞는 성 역할을 창조한다
Law 13 목표 상실의 법칙 :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고 지침으로 삼는다
Law 14 동조의 법칙 : 집단의 영향력에 저항하라
Law 15 변덕의 법칙 : 권위란 따르고 싶은 모습을 연출하는 기술이다
Law 16 공격성의 법칙 : 상냥한 얼굴 뒤의 적개심을 감지한다
Law 17 세대 근시안의 법칙 : 시대의 흐름에서 기회를 포착한다
Law 18 죽음 부정의 법칙 : 인간의 운명인 죽음을 생각한다
예시가 너무 방대하다고 투덜거렸지만, 인간의 본성을 전체적으로 조감하는 책을 짧게 쓰는게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압도적인 두께가 작품의 무게감을 더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잘 이용하는 방법은 거의 유일하다. 주변에 자주 두고 사전처럼 꺼내써야 한다. 내가 인간관계에서 무언가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그 이유를 찾아보는 식으로 말이다. 장별로 요약되어 있으니 색인처럼 찾아보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첨언으로,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과거의 경험이 자꾸 떠오르곤 했다. 내가 상처받은 일. 내가 상처를 준 일 등등. 이해하기 힘들었던 내 감정과 다른 사람의 행동이 떠올랐고,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이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확실하게 이 책에서 배운 건 제 3자가 되어 상황을 마주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존재이므로 나를 타자화 시키는 것이 인간 본성을 거스르고 이성의 동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런말을 잘 쓰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