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힘 - 그 초고는 쓰레기다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맷 벨 지음, 김민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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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단계만 '제대로' 거치면 내 글도 작품이 될 수 있다니, 믿기십니까?

여기에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문예창작과 교수 맷 벨입니다.

 


쓰기 시작하라, 그럼 초고가 나올 것이다. 쓰다 보면 초고는 반드시 나온다.


작가는 대개 정확한 줄거리가 없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소설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초고의 목표가 글을 씀으로 자신이 쓰는 글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가장 좋은 방식이니까 줄거리부터 써놓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하지만 어떤 줄거리든 그것에 속박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합니다. 이야기를 계속 써 나아가다 보면 페이지가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초고가 생명력을 얻는데 그럴려면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줄거리를 상세하게 정하고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줄거리에 얽매여 한 곳을 계속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진도는 더디고 머리를 싸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 이야기와 멀어진 경험들이 머리 속을 스쳐갔습니다. '일단 써라.' 라는 말에 '써져야 쓰지.' 라며 분통을 터트렸는데 정작 내 글이 가는 방향을 막아선 건 나 자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존의 내용을 추려가며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쓴다.


초고를 다시 보며 재발견을 하는 것입니다. 줄거리를 정리, 즉 사건을 포착하며 소설의 주요 내용을 파악합니다. 이렇게 줄거리를 정리하고 나면 정리한 줄거리를 다시 수정합니다. 일종의 설계도를 손보는 작업입니다. 줄거리를 수정하면 사건을 큰 틀에서 수정할 수 있고, 이게 우리가 해나가야 하는 작업입니다. 두 번째 원고를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설계도라 할만한 줄거리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새로운 줄거리는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되므로 최상의 설계도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길 바랍니다.


초고를 보면서 줄거리를 정리하다니, 이런 방법도 있구나 무릎을 쳤습니다. 줄거리를 새롭게 수정하는 과정이나 방법은 책을 통해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내용도 실천도, 여기가 아닌가 합니다.

 

대신 모든 내용을 전부 다시 타이핑해야 한다. 전부 


엉망진창인 초고를 첫 페이지부터 다시 타이핑하는 것으로 개고를 시작합니다. 옮겨 쓰면서 공들여 정리한 줄거리를 적용해 고쳐나갑니다. 정해놓은 줄거리를 벗어나면 다음 내용에 맞춰 줄거리를 수정해야 합니다. 작가는 두 번째 원고가 완성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책을 쓰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어렵고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작가가 원하는 작품이 아닌 작품 스스로가 원하는 작품이 될 때까지 고치는 것, 이 목표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초고를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것입니다.


초고와 개고에 걸리는 시간이 거의 똑같다는 작가의 말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라는 말이 왜 여기에 들어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동시에 과연,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졌습니다. 지레 겁먹지 말라는데 겁이 나네요.

 


말이 세 단계이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세 단계는 세 단계인데, 단계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제대로' 가 중요합니다. 작가는 작가가 찾아낸 가장 확실한 방법, 이 책에서 알려준 이 방법으로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게속 쓸 수 있었고 글 쓰는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만들었다고고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줄거움을 느끼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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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 :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3
로버트 맥키 지음, 이승민 옮김 / 민음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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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부 STORY, 2부 DIALOGUE를 소장하고 있는 나로써는 3부 CHARACTER가 너무 반가웠다. 많은 작법서 중에서도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완결판이라고 하니 더욱 그러했다. 게다가 좋은 기회를 얻어 서평 이벤트로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


캐릭터를 잘 키워 내기 위해 창작자는 무엇을 갖춰야 할까? 안목을 기를 것, 지식을 쌓을 것, 독창성을 찾을 것, 쇼맨십을 갖출 것, 독자/관객을 의식할 것, 형식에 숙달될 것, 클리셰를 거부할 것,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이상적 자아로 변신할 것, 나 자신을 알 것. 

제1부 캐릭터 예찬 _ 1장 캐릭터 vs 인간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그러기 위해서는 창작자인 내가 무엇을 갖춰야 하는 지는 염두해 두지 않았기에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뒤통수가 얼얼했다. 개중에 도덕적 상상과 이상적 자아에 대한 언급은 신선하면서도 낯설었다.


먼저 캐릭터들과 그들의 세계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파일로 작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자.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글로 적을 수 있기 전까지는 정말 아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종이제 적힌 말들이 작가를 자기기만에서 끌고나와 현실에 밀어넣고 창의적 탐색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아는 것을 막상 지면에 옮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그 말인즉슨 학습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제 1부 캐릭터 예찬_ 3장 작가의 준비 작업

내가 만든 캐릭터를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분명한 건 난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물 묘사는 겉으로 보기에 캐릭터가 이렇다 아니다 하는 것을 표현할 뿐, 실제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인물 묘사가 신빈성 있고 흥미롭다고 생각될 때, 독자나 관객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흐른다. ‘흥미롭네. 그런데 진짜로 저 여자는 (중략).’

제2부 캐릭터 구축_ 7장 캐릭터의 외형

캐릭터를 창작할 때는 '인물 묘사'와 '진정한 성격' 두 측면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고, 인물 묘사는 신빈성, 독창성, 흥미 유발이라는 세 가지 기능으로 스토리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로버트 맥키는 말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인물 묘사에 꽤나 골머리를 앓는데 인물 묘사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어졌다.


이상적 목표를 이루자면 준비, 폭로, 변화, 완성이라는 배역 설계의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나, 준비. 도발적 사건이 일어날 때 주요 캐릭터는 아직 미완성형이다. 둘, 폭로. 사건을 통해 인물 묘사와 대비되거나 상충될 때 진정한 성격이 드러난다. 셋, 변화. 캐릭터 변화는 차원을 행동으로 옮긴다.

제2부 캐릭터 구축_ 11장 캐릭터의 완성

완성된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서는 캐릭터 구축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분명 힘든 과정이겠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을 등장시키고픈 충동을 눌러 두자. 그보다는 가장 효과적인 장면까지 주인공을 아껴 두고 독자나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 다음, 그를 등장시키자. (중략) 주요 캐릭터들은 어느 대목에서 들여놓든, 임팩트 잇는 등장으로 주목을 끌자. 캐릭터를 처음 보는 순간 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면, 그래서 그의 핵심 자아를 꿰뚫어 보고 싶어지다면, 더할 나위 없는 등장일 것이다.

제3부 캐릭터의 우주_ 16장 캐릭터의 퍼포먼스

독자/관객이 내가 만든 캐릭터가 어떻게 살아 움직일지 궁금해하고 그 캐릭터가 원하는 욕망을 따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진다면 진심 행복할 것 같다.


우선 내용은 여기까지 끝.


***


솔직히 읽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었다. 중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던 건 작가와 책에 대한 믿음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캐릭터 분석 때문이었다. 작법서를 읽고 한 번에, 그대로 내 작업에 적용할 수 있다면, 굳이 작법서를 읽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가까이에 두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에 허덕일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보며 도움을 받을 책이다. 그걸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책의 도움 없이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로버트 맥키는 스토리는 캐릭터이고 캐릭터는 곧 스토리라고 말한다. 캐릭터는 우리를 무수한 세계, 유한한 한계 너머로 데려다줄 운전자이고 거기에는 감정이입이라는 연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끄덕끄덕. 그렇다면 이 책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는 우리를 캐릭터 구축과 완성이라는 세계로 데려다 줄 운전자이고, 거기에 작가와 책을 믿고 나의 캐릭터를 위해 실천하는 노력이라는 연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결코 거저 얻는 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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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비결 - 좋은 문장 단단한 글을 쓰는 열 가지 비법
정희모 지음 / 들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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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관심을, 목차에 홀라당 마음을 빼앗겼다. 여러 글쓰기 책을 접했지만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한 목차는 처음이었다. 특히, 어중강한 글쓰기 실력을 가지고 문장의 완성도에 집착하는 나 같은 어설픈 완벽주의자에게는.


나는 초고를 쓰는 시간도 그것을 뜯어 고치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제대로 쓴 문장인지 확신이 없어 그냥 넘기기가 힘들다. 흔히 일단 쓰고 나중에 한꺼번에 고치라는 조언을 보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 혼자 쓰고 고치는 망생이라 더욱 그러한 듯 하다.


그런 내게 저자는 저자의 말을 통해 책의 방향성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가능한 교육적 관점, 특히 글을 배우는 초보 필자의 관점에서 쓰되, 특히 좋은 문장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필자, 또 문장을 잘못 쓰지는 않았는지 두려워하는 필자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가급적 초보 필자들이 기본적인 내용을 학습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략)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은 규칙을 따지지 않지만 규칙에 어긋남이 없다. (중략) 문장의 어법을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데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이 글을 읽고도 어찌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저자가 설정한 방향대로 목차를 꾸려나간다. 자칫 넘기기 쉬운 이론적인 내용을 적절한 예시를 활용하여 익히게 돕고 핵심 체크를 통해 정리, 마지막 실천 체크에서 훈련할 기회를 제공한다. 총 10장, 324쪽이라는 혜자 같은 분량이 사뭇 든든하다. 혹여 한 권을 통으로 읽는 것이 벅차다면 내가 글쓰기에서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장을 찾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내게는 7장 연결어미, 8장과 9장 문장의 연결, 10장 사람주어의 필요성이 담긴 후반부가 그러하다.


문장과 문장이 잘 연결되어야 의미가 만들어지고 전체 텍스트이 주제가 살아날 수 있다. 좋은 글은 문장 하나를 잘 썼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중략)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어 의미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전체 글이 완성된다. 

<문장 연결이 중요한 이유> 중에서

분명 글을 쓰고 있는데, 문장에 자신이 없는, 이게 정말 괜찮은 문장일까 고민하는 망생이에게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으로 보이다. 물론 글을 잘 쓰는 비법, 좋은 문장을 쓰는 비법! 아무리 쓸만한 비법도 내 것으로 체화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겄이다. 결국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 노력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바이블로 '문장의 비결'을 적극 추천한다.


이상 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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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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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 단 일주일

소설 <나나>는 당연히 영혼 '나'는 육체 '나'를 찾겠지라는, 뻔한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 꿀밤을 한 대 먹이는 책이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로는 항상 외치면서, 정작 그러지 못하는 '나'에게 과정을 보라고 '나'를 붙잡는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난 후에, 다시 들여다 본 차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설 <나나>는 영혼을 잃어버린 한수리와 류가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 장마다 수리와 류는 왜 '나'를 잃어 버리고 내버려 두었는지, 무엇을 오해하고 두려워했는지, 무엇이 미안하고 무엇을 외면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선물받는지를 하나씩 풀어낸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책장을 한장씩 넘길수록 한수리와 류가 아닌 '나'라는 사람이 말을 건네 왔다. '나'는 풋내나는 10대가 아님에도.

#아이부터어른까지 #재미와감동 #K-영어덜트
#영혼가출 #영혼사냥꾼 #힐링판타지


때로는 수리였고, 때로는 류였고, 때로는 선령이 되어 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을 함께 했다. 한 때의 수리였고 류였던 10대의 나에게, 영혼이고 육체고 당장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언젠가 육체와 영혼이 영영 작별할 미래의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부디 꼭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길 소망하며. 말줄임.


#나나 #소설Y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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