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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 - 난설헌의 사라진 편지,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상 수상작
류서재 지음 / 파소출판 / 2020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 최초의
한류의 바람을 일으킨
여류 시인이 누구인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허난설헌입니다.
조선 역사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위인이죠.
난설헌의 일생은
한편의 드라마입니다.
그녀는
천재 시인로 태어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인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합니다.
그나마 위로되는 건
그녀의 동생이
중국 사신 주지번에게
누나의 시를 보여주고
난설헌의 시를 알아본 주지번이
난설헌집을 만들어 중국에서 유행하기도 하고
임진왜란 때 그녀의 책이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에서도 유행하기도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난설헌의 삶이
소설에서나마
생생하게 그려져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던
책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이 책
<초희> 입니다.

난설헌은 눈 속에 피는 난초라는 뜻으로
고결하고 뛰어난 문재를 가진 여자를 의미하는
당호이고 난설헌의 원래 이름은
초희입니다.
초희는
아름답고 재주가 뛰어난
여자라는 뜻입니다.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다
가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난설헌의 아버지는
조선 선조때 동인이었던
허엽입니다.
허엽은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
허성, 허봉, 허난설헌, 허균 모두 글쓰기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5문장가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난설헌의 남동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을
쓴 허균입니다.
하지만 허균은 서얼차별을 없애고
붕당을 혁파하려는 반역을 도모하여
능지처참 당하면서 가문이 쇠락하게 되었습니다.
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은
병이 심해져서 사직하는 상소를 올리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객사하고
첫째 허성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우지만
생전에는 공신 칭호 조차 받지 못하였고
허봉은 율곡 이이를 탄핵했다가 유배를 갔다
풀려났지만 38세의 나이로 요절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난설헌의 삶도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생각을 했던
집안이었기 때문일까요~
가진 재주에 비해
잘 풀리지 않은 집안의 내력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여성은 공부시키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였지만
난설헌 8세에 지은 글을 보고
아버지 허엽은 난설헌의 천재성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난설헌에게 글공부를 시킵니다.
난설헌은
처음엔 오빠인 허봉에게 글을 배우다가
허봉의 서자 친구인 이달에게
시를 배우고 일취월장합니다.
이 책에서는 난설헌이
남장을 하고 시를 짓는 모임인
시회에 참가하여 시를 짓다가
고려 왕족의 후손인 왕견이라는 사람을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난설헌의 배우자감인 서인 집안의
김성립을 아버지가 만나러 갈 때
난설헌이 남자 노비로 변장하여 따라갔다가
권위적인 집안 분위기를 보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일화도 전해 옵니다.
난설헌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을까요.
결혼 이후에 난설헌의 삶은
비극의 연속입니다.
결혼 후 한달 만에
과거 시험 공부하러 떠난 남편 김성립은
연속으로 낙방하자
자신보다 뛰어난
난설헌의 재주를 시기하고
기방의 기녀에게 한 눈을 팝니다.
권위적인 시어머니 송씨부인은
자신의 아들이 과거에 낙방하는 것이
사람을 잘 못들여서 그렇다며
난설헌 탓을 하고
아들도 못 낳는다고 구박하고
난설헌이 시를 짓는 것도 못마땅해합니다.
난설헌은 1남 1녀의 아이를 낳았지만
전염병으로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뱃속에 셋째 아이까지 유산됩니다.
그 때 지은 시가 바로
<곡자: 아들 죽음에 통곡하다> 입니다.
작년에는 사랑하는 여자아기를 잃고
올해는 사랑하는 남자아기를 잃었네.
애통하고 애통한 광릉의 흙이여
그 땅에는 두 무덤이 마주보고 서 있네.
백양나무로 쓸쓸히 바람 불고
소나무 개오동나무에는 도깨비불 번쩍이는데
지전을 불살라 너희 혼을 부르고
너희 무덤에 맑은 찬물로 제사 지낸다.
그래, 알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밤마다 서로 따르며 잘 놀고 있겠지.
뱃속에 또 아기라 있지만
어찌 편안하게 잘 자라기를 바랄까.
아들이 또 죽을까 두려워하는
황대사를 부르며
목메는 피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흐느끼네.
자식을 잃은 난설헌의 마음이
시에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어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이렇게 안타까운 여러가지 상황에서
마음의 병을 얻은 난설헌은
자신이 3년전에 지은 시인
"부용꽃 27송이가 떨어지고
달빛 서리는 차갑다"라는
시구처럼 자신의 시를 다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기고
27살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한국 여자가 슬프면 우주가 슬프다는
작가의 말처럼
기구한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꽃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떨어져버린 난설헌의 삶과 시가
슬픔으로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인디캣 서평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 받고 읽은 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