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시인수첩 시인선 61
이수진 지음 / 여우난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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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름과 서서히

작별할 때가 된 건가요~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다가 온 느낌이에요~^^

오늘은 뜨거운 사랑과 닮은 여름,

그리고 그 이별 후에 다가오는 슬픔이

느껴지는 시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바로 이 책

이수진 작가님의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입니다.


이수진 작가님은

2009년 <현대시>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하셨는데

등단 12년만에 첫 시집을 내셨어요~

20대를 위한 인문 고전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시구요~

저와 이웃님이셔서

이렇게 서평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시집은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별과 슬픔이 흐르고 있어요~

작가님은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이

더 이상 이별로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시를 쓰셨다고 해요.

흐르는 의자

어떻게 해야 슬픔을 흘러 보내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제는 한 사람

저 나무 의자에서 울고 있더니

오늘은 또 한 사람이 거기에 엎드려 있어요

결여를 채우고

속을 비워내는 일

그것은 의자가 지닌 공정일지 몰라요

비둘기는 의자에 흘린

울음의 사연을 삼켜요

끝내 소화되지 않는

일들은

누가 챙기는 걸까요

바람이 사라지고 있어요

다행이에요 저 곳에 나무 의자가 없었다면

슬픔은 어쩔 뻔 했을까요

깊고 검고 푸른 마음이

나무의 고요에 닿을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해요

제 흐름에 실려 슬픔이 슬픔을 안겨줄지 몰라요

내일은 한 사람

부목 덧댄 나무 의자에 앉아

흐르고 있어요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P.42,43

이 시를 읽고 나서 제목 맨 앞에 "슬픔이"

라는 단어가 빠진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 마다 사연이 있는

슬픔을 견뎌주는 의자가

없었다면 정말 어쩔 뻔 했을까요~

누군가 슬픔에 빠졌을 때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람이 떠올랐네요~

저도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램과 함께요~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장지에서 우리는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꽃잎을 하나씩 따내고 있었다

우리가 떨어뜨린

눈알사탕에

개미들 몰려드는 줄도 몰랐다

게임이 끝물로 향해가고 있을 즈음

먼 친척 형이

이 놈의 개미새끼, 하면서

오른발로 개미족을 짓이겼다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지구 끝의 비명이 가볍게 덮였다

우리는 그 때

죽음을 열망하며

마지막 꽃잎 잃을 이마에

딱밤 새길 생각으로

웃음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P.56,57

가족 어른의 장례식 후 장지에서

꽃잎을 따며 노는 철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읽어내려간 시에요~

아이들이 경험하는 죽음은

아직 실감나지 않는 이별이었던 걸까요~

이별 앞에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된다면

어떻게 이별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클리셰

까치가 운다

느티나무 잔가지에 앉아

나무는 울음에 맞춰 몸 흔든다

울음이 가지를 누르면 하늘이 올라간다

울음을 먹고 자라는 이파리

까치의 울음은 나무가 살아가는 힘이다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P.83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과 같은 고정관념을 클리셰라고 하죠~

하지만 이 시는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일종의 클리셰와는 많이 달라보이네요~

까치의 울음이 반가움이라기 보다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네요~

까치의 슬픔을 고스란히

이해해주는 건 나무 뿐인가 봅니다.

걷는 사람

- 어둠을 깨우는 불빛, 거기가 누군가의 자리라면, 불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집은, 먼저 걸어온 울음이 주인이다

텅 빈 광장에

불기둥과 날벌레의 몰두에

더러 너의 마음은 머물렀던가

층층 돌계단

걸어, 어느 계절에 왼발을 내려놓아야 할지

어느 시간을 다시 깨워야 할지 모르겠는 무의에

더러 너의 마음은 머물렀던가

니코틴의 탄내와 부서지는 숨으로 바람아 바람아 사람아

밤을 지키려는 등불 앞에서

파랑새가 삶을 맴도는 소리 들으려

더러 너는 그 너머에서 돌아오기도 하였던가

신문지에 날벌레의 핏물

손가락으로 털어내고

휘어진 핏줄 끊어내며

너는 더러 그 너머에서 돌아오기도 하였던가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P.146, 147

이 시를 읽다보니

여름 날 밤 날벌레들이 날아다니는

광장과 돌계단을 걷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네요~

그 시선 속에 생각나는 너란 존재~

아마도 이별을 잊기 위해

걷고 있는 모양입니다.


여름의 질문

내가 밟고 있는 여름의 그늘에는

하늘이 머물고 바람이 머물고 슬픔이 머물러 있다

저 많은 머무름이 고요에 들 수 있는 거는 여름의 나무가 꽃잎을 잃고 속도를 잃고 흔들림을 잃었기 때문이다

천년이 가도 그늘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누구도 저마다 없음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랑의 한낮을 건너고 있기에 그렇다는 데

지금 그늘의 힘으로 걸음을 옮기는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저 여름의 오른손을 잡고 가벼이 오르내릴 수 있게 되는 걸까

우리가 사과처럼 웃을 때 P.152,153

여름의 나무가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많은 것을 견뎌내고 인내했기 때문일까요~

화자인 "나"도 많은 아픔과 이별을 경험해야만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네요~


나름대로 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는 데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ㅠㅠ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인의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설픈 서평이 멋쩍어

괜히 사과처럼 웃어보네요~^^



*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 받은 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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