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질문
내가 밟고 있는 여름의 그늘에는
하늘이 머물고 바람이 머물고 슬픔이 머물러 있다
저 많은 머무름이 고요에 들 수 있는 거는 여름의 나무가 꽃잎을 잃고 속도를 잃고 흔들림을 잃었기 때문이다
천년이 가도 그늘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누구도 저마다 없음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랑의 한낮을 건너고 있기에 그렇다는 데
지금 그늘의 힘으로 걸음을 옮기는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저 여름의 오른손을 잡고 가벼이 오르내릴 수 있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