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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리커버)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교양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
이 말은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으면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
한마디로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뜻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지게만 느껴지는 철학의 개념을
50가지로 나누어 현대인의 삶에 적용하여
정리한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이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입니다.

이 책은 기존에 시간축으로 정리한
철학 책과는 달리
사람, 조직, 사회, 사고에 대한 핵심 콘셉트로
나누어 철학, 사회학, 심리학, 언어학 등의
개념을 정리하여 현대 사회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저자는 일본 게이오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조직 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야마구치 슈입니다.
제가 전에 읽고 포스팅했던 <뉴타입 시대>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50가지 생각 도구 중에
가장 인상깊게 와 닿았던 5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1. 타불라 라사 : 타고난 능력이란 없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타불라 라사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석판'
이라는 뜻입니다.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인
존 로크가 주장한 개념입니다.
로크는 철학자로 알려있지만
대학에서는 의학을 공부하여 해부학에
관한 저서도 남긴 인물입니다.
그가 주장한 경험론처럼
실제로 의사로서
많은 영유아를 접해 본 경험을 통해,
태어날 때 사람의 심성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석판
즉, 타불라 라사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백지 상태로 태어난 인간은
그 위에 경험이 채색되면서
점차 현실에 관한 지식과 이해가
구축된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로크가 살던 당시 사회는
획기적인 것으로,
왕족, 귀족, 백성과 같은
신분의 차이없이
태어난 후에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소양이 결정되고
이는 교육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 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나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 이상을
바라보는 시대에
타불라 라사와 같이 리셋하여
다시 새롭게 배우는 일은
점차 중요해져만 갑니다.
2. 앙가주망 :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대한다면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앙가주망하라'는 답을 제시 했습니다.
앙가주망이란 주체적으로 관계한 일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외부 현실과 나는 결코
끊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렇기에 그 현실을 자신의 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태도, 즉 앙가주망이 중요합니다.
앙가주망은
현대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의
사회적 조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우리는 세계라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공동으로 관여하는 아티스트이며
그렇기에 이 세계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하루하루 생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악의 평범성 :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 학살 계획을 꾸밀 때
600만 명을 '처리'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방청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 과정을 책에 기록합니다.
책의 제목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인데
부제가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보통 악은 선에 대치되는 개념인데
악을 평범하다고 표현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악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는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보고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아이히만은 그저 단순히 출세를 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그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결국,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평범한 인간도 극도의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누구나 아이히만처럼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간이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4. 공정한 세상 가설 : 보이지 않는 노력도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거짓말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개 세상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세계관을 사회 심리학에서는
'공정한 세상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는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성공하고 싶다면 1만 시간동안
훈련하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1만 시간 법칙의 성립은
그 대상 악기나 종목, 또는 과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노력은 보상받는다는 주장은
바람일 뿐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정한 세상 가설의 또다른 문제점은
성공한 사람은 성공할 만큼의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하므로
반대로 무언가 불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원인이 당사자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만들어냈던 식민사관과 같이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이런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약자나 곤경에 처한 사람은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세계관을 토대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비극적이지만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습니다. ㅠㅠ
그러한 세상에서 한층 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살아나가는 일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자
우리 후손을 위한 의무가 아닐까요~
5.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다면 어휘력을 길러라
스위스의 언어학자이자 언어철학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개념을 나타내는 언어를 '시니피앙',
언어에 의해 표시되는 개념을
'시니피에'라고 정의했습니다.
시니피앙은 프랑스어로 '의미하는 것'으로,
한자로 바꾸어 보면 기표記表라고 표현할 수 있고
시니피에는 '의미되고 있는 것'으로 기의記意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바다'라는 문자와 음성은
시니피앙이며
바다의 이미지와 개념은
시니피에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서
사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시니피앙이라는 어휘를 알고 있기에
어떤 개념이 나타났을 때
그것이 시니피앙인지 시니피에인지
판별하는 기능이 작동되기 때문에
이는 세상을 더 미세하게 분석하고
파악하는 능력의 차이와 연결됩니다.
우리가 이 책에서 만난
철학과 사상에 대한 용어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이런 용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도 않고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줍니다.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틀에 의해서만
세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더 정밀하게
세상의 현상과 이치를 파악하려 한다면,
더 많은 시니피앙을 조합하여
정밀하게 시니피에를 그려 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솔직히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읽다보면 눈을 감고 숙면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으니까요~ㅠㅠ
불면증 있으신 분들은 참조하세요~ㅎ
하지만 어려운 철학적 시니피앙을
시니피에로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좀 더 넓은 세상을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철학으로 통찰력있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분들께 필요한 책입니다.
양처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고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라고
소크라테스가 말했죠~
좋은 배우자를 두신 분들은
필요없는 책일수도~ㅎ
*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