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신 속에서공동으로 기거하는 관념들 가운데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관념이 처음에는 진짜 기생충처럼 자신에게 부족한 중요한 힘을 낯선 사람이나 이웃에게서 얻었던 것은 아닌지 말해 보라. - P103

더욱이 변하지 않을 내 취미와 내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아버지는 두가지 무서운 의혹을 내 마음속에 심어 넣었다. 첫 번째는(매일 나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삶의 문턱에 있으며 내 삶은 다음 날아침에야 시작되리라고 생각해 왔는데) 내 삶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게다가 뒤이어 올 삶도 지나온 삶과 별로 다르지 않을거라는 의혹이었다. 두 번째는 사실을 말하자면 첫번째 의혹의 또 다른 형태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시간‘ 밖에 있지않고 소설 속 인물처럼 시간의 법칙에 종속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콩브레에서 덮개 달린 버드나무 의자 깊숙이에서 그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인물들이 그토록 날 슬픔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지구가 회전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실제로는 깨닫지 못하며, 우리가 걷는 땅도 움직이지 않는 듯 느끼며 그래서 편안히 살아간다. 삶의 ‘시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려고 소설가는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미칠 듯이 가속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 초 동안 십 년이나 이십 년, 삼십 년을 뛰어넘게 한다. 페이지 첫머리에서 우리는 희망으로 가득한 연인과 헤어졌지만, 다음 페이지 끝에가면 양로원 안뜰에서 일상의 산책을 힘겹게 마치고 과거를 망각한 채 사람들이 건네는 말에 겨우 대답하는 여든 살 연인과 만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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