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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
타라 브랙 지음, 김선주.김정호 옮김 / 불광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펄펄 살아 순 쉬는 이 순간을 온전히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책 제목에 진수가 담겨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처럼 충만한 제목이다. 원제 그대로인지 편집자가 이 책에 담긴 뜻을 한 마디로 알맞게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멋진 카피다. 어제는 이미 지났으니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지 않은 내일도 마찬가지이며,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이 펄펄 살아 온전히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신비롭고 소중한 순간이다. 그런 이 순간 당신은 지난 후회로 또는 아직 오지 않은 앞날을 걱정하며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라는 번개처럼 내리꽂히는 일침이다.
- 욕구와 두려움을 성찰
욕구는 아주 중요하고 자연스런 생존 장치다. 생존욕구는 자연계 모든 사물이 지닌 가장 근본욕구로 우주를 이끄는 커다랗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다. 사람에게도 욕구는 먹고, 성행위를 하고, 일을 하고,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즐거움을 누리고, 자비로움을 깨달으며 잘 살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두려움도 마찬가지, 우리를 보호하는 자연스런 에너지다. 두려움은 우리를 위험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아주 조심스런 경보장치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욕망과 두려움은 떨쳐버려야 할 좋지 않은 무엇으로 오해하도록, 불교를 잘못 이해해서 말하는 이들이 있다. 붓다를 비롯한 성현들이 문제로 짚은 것은 지나친 욕구, 지나친 욕망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함이다. 붓다가 말씀한 ‘중도’는 욕구나 두려움에 얽매이거나 저항하지 않고 관계를 잘 맺음을 일컫는다. 일어나는 욕구나 두려움을 바라보면서 일어나는구나, 잦아드는구나, 커지는구나하고 바라보며 알아차림이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두려움이나 욕구는 없애거나 방어해야 할 잘못된 장치가 아니다. 그 조심스러움이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더듬이다. 두려움에 떠는 아이에게 “겁먹을 것 없어.”라고 몰아붙이기보다 “두려워하는 일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 두려움이 널 조심스럽게 만들어. 이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 헤아려보며 두려움과 마주서보자”며 보듬어 안아야 한다.
- 苦는 아픔인가?
붓다 가르침 사성제 가운데 가장 앞서는 말씀이 “만족스럽지 못한 불편한 현실”이다. 이를 한자로 쓸 ‘고苦’로 쓰는데 고라니까 모두 고통, 아픔을 떠올리고 괴로움을 떠올리면서 오해가 싹튼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삶은 비참한 괴로움”이라고 단정해 괴로움에 빠진다. 스스로가 ‘삶이 참으로 고통스럽기만 할까?’ 되돌아보는 성찰 없이 너무나 마땅하게 받아들여 숨 막혀 한다. 그러나 붓다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 세계, 그리고 우리 기분이나 몸, 일, 사랑이 한결같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해오름이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더 보고 싶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살갑고 도타운 순간을 붙들고 있을 수 없어 겪는 어려움, 그런 한편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도 늘 함께 있어서 느끼는 권태로움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서며 다른 경험을 향해 몰아붙이는 새로운 욕구. 늘 달콤하고 편안함에 머물고 싶은 욕구와 상반되게 일어나는 새로움을 향한 욕구 사이에서 오는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일어나는 욕구를 바라보며 들어오는구나. 나가는구나.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되풀이해 현상을 받아들이라고 타라 브랙은 이야기한다.
- 괴로움은 선택사항
타라 브랙은 첫 임신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출산할 때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고 외친다. 반드시 괴로워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아픔이 느껴질 때 도망치려들지 말고 알아차리고 아픔을 받아들이면 통증은 단지 아픔일 뿐 괴로움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타라 브랙은 삶을 바라보는 고정된 생각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있는 그대로 자유로운 삶에 온 마음을 다해 “예스”라고 말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넉넉하게 바라보고 모자람이 없는 존재라고 인정하는 자아존중 바탕에서 받아들이고 감싸 안으라고 한다. 나를 보듬어 평안하게 하는 명상법을 실례와 함께 소개해 일독하여 지침으로 삼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