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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김미월 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한국작품을 읽고 싶었다. 처음부터 '한글'로 쓰여진 작품을...
7명의 여성작가분들이 "비(雨)"라는 소재를 대하여, 각자의 색깔로 써나간 7편의 짤막한 글들이 엮여져 있다.
역시 처음부터 한글로 태어난 작품들은 표현의 섬세한 다양성이 보인다. 경이로운 한글의 표현력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토록 한국작품을 읽고파 했나보다. 그 목마름의 이유를 물씬 깨닫는다.
7편의 작품들은 각각의 서로다른 개성이 엿보인다. 심지어 장르마저 다양하다.
에세이 내지는 소설일 줄 알았건만,,,,
내 짧은 문학적 지식을 여실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렇다.... 장르조차 짐작키 힘든 난해한 작품들도 있었고, 이것이 과연 비와 관련이 있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었다.
내가 부족한 탓인가, 어느 작품에서도 100퍼센트 느끼고 내 가슴에 품을 수는 없었다.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장은진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계속되는 실패를 안고사는 어느 한 젊은 남자의 지붕위의 소소한 삶.
왠지모르게 닫혀있는 공간을 상징하는 듯한 아파트 저 높은 층의 창밖으로 탈출하듯 떨어지는 티슈들.
진짜 고양이답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남자는 아파트에서 티슈를 뿌리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고찰(?)하다 자신에게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을 대할때 자신의 방법만을 고집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자신만의 통로를 따로 만들어 사는 남자는 결국 깨달음(?)을 느끼는지 다른 통로로 향하고 자신을 반기는 사람들 품으로 돌아간다.
지붕에 비가 떨어지는 어느 날....
<대기자들> 김숨
가장 어렵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작가분께 죄송.ㅜㅜ)
진료시간이 되어도 진료가 시작되지 않는 어느 이상한 치과병원(과연 치과병원이 맞았을까...)에서 자신의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는 어느 한 여자. 작가의 경험을 조금 극대화시켜 이 주인공을 만들었을까?...
어느 누구나 느꼈을법한 조급함이 이야기의 주 소재인 듯 하다.
자신의 대기번호를 받은 후의 의구심... 과연 내 앞번호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왔는가?...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사라졌을 때의 희열~! 다시 나타난 앞사람때문에 드는 괜한 피해의식....
이런 사소한 갈등들을 주인공은 비내리는 창가에서 정신병인 양 앓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우산이 없다.
<여름 팬터마임> 김미월
우연찮은 기회에 마주한, 마음을 건드린 시 한편.
자작이 아니지만 그 시로 시화전에 입상 후 대학에 문학특기생으로 들어간 주인공.
졸업을 할 때까지 그에 대한 죄책감 내지는 걱정에서 비롯된 불안에 시달린다.
아무에게도 말 못한 채.... 마치 '팬터마임'인 양.
종국에는 본인 스스로 그 벽을 해체하였으나, 자신의 걱정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반응에 또 다른 꿈을 꾸게된다.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안한 자신만의 비밀, 알려지면 부끄러울꺼라 여기는 비밀.
사람의 근심은 사람 사이에서 풀어나가자....라고 생각하면 가볍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간다.
<엘로> 윤이형
'엘로'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스마트폰을 못살게 굴었다.
어떤 이에게는 불안덩어리로, 어떤 이에게는 예쁜 이름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에너지??....
비나 공기를 통해 흐르고 도는 엘로...
흠....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의미하는 듯 하다.
엘로가 심하면 힘들겠지만, 적당한 엘로는 삶의 긍정적 자극이 될 터지만,
주인공이 한 마법사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세상의 엘로를 모조리 몰아내기 위해 수행을 떠난다.
결국 자신의 행복은 곁에 있음을 이야기 끝자락에서 깨닫고...
판타지라니... 살짝 깜짝 놀랐다.
<키즈스타플레이타운> 김이설
자기 자식마저도 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쓰레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여주인공.
소아성애자인 줄 모르고 결혼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
자신에게 큰 불편함은 없기에 자신이 가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암묵적 공범 역을 해나가는데...
그럴때마다 생각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
비를 동반한 태풍이 부는 어느 날, 이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털게 된다.
방법이야 어떻든간에...
그냥 소설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픽션.
<낙하하다> 황정은
큰 좌절로 인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의 심적 고뇌?
어느새 언제부터, 왜 떨어지는지도 모르게 되는??
말하기가 싫구나....
작품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 부족한 이해력이 싫다.
<멸종의 기원> 한유주
할아버지의 죽음, 그 이후 원래부터 불안정하던 가족은 부숴진다.
그러한 불안정함 속에서 사춘기를 보내는 주인공은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없다.
오로지 고통이 전달됨만을 느낄 뿐.
무사(?)히 사춘기가 지나갈 때쯤 '또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는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책은 좋아하나 미천한 문학적 감각으로 이해력이 부족한 한 청년의 생각일 뿐이다.
그렇다.
내게는 너무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말하고하는 바를 캐치하지 못한 채 읽고만 덮기에는 작품이 왠지 무겁다.
재미와도 많이 동떨어져 있는 듯 하다.
책 표지에 있는 황인숙 시인의 서평 중 한 귀절을 내마음대로 빌려다 바꿔본다.
어떤 건 아주 많이 어렵고, 어떤 건 조금 많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