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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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뻔할 수 있는 상황을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잘 엮어간

<내 아들의 연인> 중 '내 아들의 연인'

 

제목만 보고 어느 팔불출 아줌마가 내 아들의 부인도 아니고 연인까지 간섭질인가 싶었는데,

뭐 실제로 그런 스토리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은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만은 아니고

화자인 '나'의 과거와 겹쳐져 나름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는 묻고 또 물어도 해답을 찾기가 영 쉽지 않다.

행복은 돈에 있지만 돈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행복은 사랑에 있지만 사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사이 어디쯤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바로 여기! 라고 말할 수가 없다

늘 뒤돌아보면 '아차 그게 행복이었지' 하는 느낌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남자친구와 분식집에서 어묵꼬치 갯수 세어가며 먹었던 때가 사실은 제일 행복했다

그러나 그 때에 나는 어렸고 지금 그런 연애를 하라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다

 

그래서 화자인 '나'가 쇼팽을 초핀이라 읽어 초핀이라 불리는 그 촌스러운 남자아이와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어보았다는 마음도 이해가 가고,

그러나 결국엔 초핀이 아닌 부자 남편과 결혼한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어쩌면 미리 예상한)그 허무함과 상실감, 외로움과 무기력함마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여자이기 때문인지 화자와 '현'의 여자친구 '도란'의 입장에서 공감하며 읽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단편에서의 세심한 감정표현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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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02 - 김사과 소설집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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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는 나의 영이일수도 당신의 영이일수도 있다

영이는 누구나의 영이다

 

특히 당신이 당신이고 싶지 않을때

당신이 눈 앞에 보이는 지옥같은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을 때

영이는 당신의 곁에서 당신을 안아줄 것이다

당신의 눈을 가려줄 것이다

당신의 현실을 비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다

 

당신의 아버지가 온 몸의 수분을 알코올로 채우려 작정한 듯 술을 퍼마실 때

당신의 어머니가 그릇을 부실 듯 설거지하다 당신의 아버지 머리 위로 그릇을 내던질 때

바로 그 때에도

당신은 슬프지 않다

슬픈 것은 당신의 몸일 뿐이다

그리고 그 때에도 영이는 당신을 지켜준다

 

우리가 행복할 때 영이는 곁에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행복할 땐 나의 몸도 행복하지만

내가 불행할 땐 나는 불행하지 않다 불행한 것은 나의 몸이다

엄마 아빠가 나와 어깨동무하고 하하호호 웃을 때 영이는 멀리멀리 갈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나의 어깨에 손 얹어주는 것은 영이다

그래서 나의 몸은 또 슬프다 그리고 나는 슬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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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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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잘 늙어야지"

 

담배 연기 풀풀 내뿜으며 길을 걷는 아저씨를 볼 때,

"난 잘 늙어야지"

등산복을 입고 낮술도 거나하게 걸치곤 지하철에서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며 핏대를 세우는 할머님들을 볼 때

"난 잘 늙어야지"

한다

(물론 소수다. 젊은이들중에서도 젊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도 많다.)

 

늙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진행되는 것이지만

잘 늙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잘 늙을 수 있을까 요즘들어 꽤 많이 생각한다.

 

여기 자신이 여지껏 잘 늙어왔다고 생각했으나,

대단찮은 소녀에게 마음을 품고 본인 스스로를 추악히 여겨 견디지 못하는 한 노인이 있다.

은교의 이적요 시인이다

 

은교를 읽는 내내 욕망으로 뒤덮인 작품 속 인물들이 살아 숨쉬듯 내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아주 진지했기에 나도 꽤 진지하게 그들과의 대화에 응했다.

 

늙은 시인이 아직 솜털이 채 남아있는 고등학생 여자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잘 된 일인가, 잘못된 일인가

아니면 사실 이것은 잘 된 일, 잘못된 일 가를 필요도 없는 일인가

드라마를 보면 사랑엔 국경도 없고, 신분도 없는데 왜 유독 사람들을 나이에는 관대하지 못할까

 

나를 대입하여 생각해본다면 난 단호히 할아버지뻘 되는 남자를 이성으로 사랑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에게 그러한 종류의 사랑을 인정할 수 있냐고 물으면 이해 못할 이유는 또 뭐가 있나

세상엔 다양한 취향이 있고 요즘은 동성끼리의 사랑도 인정하는 추세인걸 뭐.

사실 둘만 좋다면 남들 눈이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기도 한데,

은교를 갖고 싶어하는 또 하나의 인물 서지우가 개입되어 있으니 상황은 복잡해진다.

 

은교를 사랑하는 서지우가 아니라 은교를 갖고 싶어하는 서지우라 칭한 이유는

서지우는 이적요에 대한 열등감을 은교를 갖음으로써 상쇄시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적요에게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서지우에게는 돈주고도 사지 못할 젊음이 있다

이 사이에 은교는 '난 지금 재밌으면 좋아. 좋으면 좋아. 싫으면 싫어. 랄라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순수를 넘은 백치는 평생을 고상한 척 살아온 이적요를 웃게하는 존재가 되고, 

이적요를 샘내는 서지우에게는 탐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결론적으로 누구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한 이들은 이적요와 서지우 인 듯 보인다.

특히 서지우는 때때로 이적요가 아닌 은교를 질투하는 듯도 싶다.

은교는 그 두 사람의 애증관계 속에서 공통분모가 되어주는 유일한 존재이다.

이러한 관계속에 서로 상처입히고 상처입는 과정들을 그려낸 은교.

나이듦에 대해 가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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