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디바이스 - 우리가 모르는 아이폰의 숨은 역사
브라이언 머천트 지음, 정미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모르는 아이폰의 숨은 역사라는 부제를 보았을 때, 신형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여 애플 사의 매출을 늘려 주는 소비자의 역할도 모자라 굳이 아이폰의 역사까지 알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읽고 보니, 바로 지금 새로운 원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개발자, 심층 취재를 위해 발로 뛰는 기자,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자, 혁신적인 기술을 육성해야 하는 정부기관과 대학 관계자들, 사물과 경제 활동의 이면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 등 폭넓은 부류의 독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읽고 통찰력을 얻을 만한 책이었다.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들은 축적과 융합, 그리고 (전 지구적이라 할 만큼) 광범위한 협력이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 이 하나의 기기에 들어간 각종 기술과 재료는 어떻게 개발되고 그것들이 축적된 기반 위에서 서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혁신이 이루어지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아이폰과 맥북 등 애플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멀티 터치 기술은 애플이 발명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애플이 그것을 창조하지는 않았다. 애플은 1965년에 영국 왕립레이더연구소에서 발명한 터치스크린을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축적된 터치 기술을 이용했고, 주요 개척자 중의 한 명인 웨인 웨스터먼을 영입했으며, 가공할 만한 실행력을 발휘하여 정전식 터치 스크린과 멀티 터치를 산업의 중심에 가져다 놓았다. , 이 기술은 공동체와 팀, 수많은 발명가들이 함께한 역사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웨인 웨스터먼의 이야기는 이 두꺼운 책에서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지만 (만성 통증으로 많은 시간 누워 지내는) 나에게는 더욱 기억에 남는다. 웨스터먼의 어머니는 만성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았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 했지만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대단히 성실하게 생활했다. 침대에서 감자껍질을 벗겨 식사를 조리하고 반듯이 누운 채로 거실에서 학회 회의를 여는 식으로, 자신의 질병에 맞추어 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아들인 웨스터먼 역시 어머니의 태도를 그대로 배웠다. 그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손목 건초염에 시달리다가 박사과정을 밟던 중에는 더 이상 타이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이때 그는 키보드를 대체할 물건을 찾기 시작했고 하고 있던 인공지능 연구에서 길을 바꾸어 지도교수와 함께 입력기 없이도 행동을 인식하는 터치패드를 만들었다. 2001년 델라웨어대학의 육성 아래 핑거웍스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제품을 출시했다. 웨스터먼은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주된 목표였는데, 여기에 수익성에 초점을 두는 지역 사업가가 참여하여 사업을 확장시켰다. 회사는 업계와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애플 경영진이 아이폰에 멀티 터치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다음 이 회사를 인수하고 웨스터먼을 영입하게 되어 최종적으로 애플 제품에 이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심도 깊은 협력과 지속적인 공동 노력 없이는 작은 진전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세상을 바꾼 혁신이 나오기까지 어떠한 의사 결정 과정과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물론 볼리비아의 광산부터 (출입이 금지된) 중국의 공장까지 발로 뛰며 취재한 저자의 열정으로, 수많은 발명가와 공장 노동자, 광부와 재활용업자, 뛰어난 사상가와 아동 노동자, 혁신적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활동이 낱낱이 기록되었다.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드는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와 괴팍한 기질(‘울트라 잡스다움’)을 보여 주는 일화들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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