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당부 - 마지막까지 삶의 주인이기를 바라는 어느 치매 환자의 고백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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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담담한 책을 읽었다. 본인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내 머릿속에서 잊히기 전의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저자는 어떤 심정일지 책을 읽으면서도 쉽사리 와닿지 않았다. 마치 남의 이야기인듯 담담한 어조로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가는 환자 본인의 독백이라.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살 수 있을까.

우리는 항상 건강한 지금을 중요하게 여기지 못하거나 건강을 잃었을 때 뒤늦은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먼 친척 혹은 부모님이 편찮으신 경우에 한 번 큰 충격을 받고, 내 나이 또래의 친구나 주변인이 크게 아프다는 소식을 접하며 하루하루 나이들어가는 나를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며칠 후에 찾아올 새해가 되면 시덥잖게 또 다시 올해의 목표가 되고 사라질 주제, 건강. 그러나 이 책은 건강해라, 건강할 때 지켜라 같은 '살아있음'에 주목하는 책이 아니다. 언젠가는 죽게 될 우리이기에 언제나 '죽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죽음에 주목하는 자세가 죽기 위해 살아간다는 뜻이 아님을 알아차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그만큼 금기시되어 온 주제를 이토록 담담하게 외치고 있는 책은 처음이라 한 챕터 한 챕터 와닿는 새로움이 많았다.

일전에 안락사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난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불치의 병을 가진 사람은 결국 죽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가족들과 함께 스위스에서 마지막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자기의 인생을 정리하고, 조력자의 도움으로 주입된 약물을 스스로의 움직임으로 혈관에 주입하여 내가 선택한 죽음에 이르는 결정을 온전히 마무리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삶의 주인으로서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법제화하는 논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찬반이 많다. 찬성이다 반대다 편하게 의견을 던질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에 많은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과연 이 책의 작가가 말하는 나의 죽음을 대비하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조력 사망, 호스피스, 연명치료와 같은 단어들을 어떤 깊이로 생각해봐야 할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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