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졌어 - 평범한 직장인에서 산 덕후가 된 등산 러버의 산행 에세이
산뉘하이Kit 지음, 이지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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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산을 좋아했다. 부모님이 소유하셨던 산에 밤나무를 키워서 밤 주우러 다니는 길을 쫄레 쫄레 잘도 따라다녔다. 그 덕에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산을 잘 타는 건강한 체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결혼 전까지는 바다보다 산을 좋아했다.

결혼을 하면 닮는다는 말이 정말이다. 매일 일하느라 피곤한 남편은 산을 타는 것보다 바다를 거니는 걸 더 좋아했고 나도 자연스레 산과 멀어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크면서 산과 멀어져 갔는데 결혼 후에 산과 거의 인연이 없게 된 것이다. 내가 한창 산이 좋다고 말하고 다녔을 때 주위 여자들은 산 보다 바다를 좋아했고, 산을 좋아하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심지어 친구 중 한 명은 올라가면 내려올 산을 뭐 하러 올라가냐며, 멀리서 바라보는 산이 제일 멋지다고 했었다. 그들의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해줄 수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그때 산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책, 직장인 등산가의 산생 에세이 <산이 좋아졌어>를 만났다.

저자 산뉘하이Kit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나처럼 가끔 산에 가는 사람이 아닌 주말마다 산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정기적으로 높은 산을 트레킹 하는 등산가이다. 존 뮤어 트레일, 히말라야산맥 등 며칠에 걸리는 트레킹 코스도 거뜬히 해내는 여성이다. 높고 끝없는 산맥을 오르고 걸으며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 함께한 사람, 곤경에 처했던 시간, 벅차오르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던 순간을 하나씩 기록하여 책으로 엮어냈다. 책에는 산에 오른 자만이 맛볼 수 있는 산의 매력을 생생하게 담겨있다. 산이 싫었던 사람도 '한번 가볼까'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내가 저자처럼 세계적인 산을 오를 수는 없겠지만 주변의 작은 산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샘솟았다. 늘 같은 모습을 보이는 바다는 언제 가도 편안함을 선사하지만 사시사철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산은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칠 때는 격려와 위안을 주고, 교만할 때는 겸손을 배우게 하고, 자신의 참 모습을 마주 보게 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게 산이었다. 어릴 때는 알았는데 지금은 잊었던, 산이 좋은 이유가 떠오른다. 돌아오는 여름휴가는 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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