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 장 드 라 브뤼예르 지음, 한상복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편으로 냉정하고, 한편으로 비인간적이며, 또 한편으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처세의 말 뒤에 숨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17세기 세 지식인의 글을 현대의 상황, 작가의 경험과 잘 버무려 놓은 책이다. 가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 장 드 라 브뤼예르 지음, 한상복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만큼이나 각자도생이 필요했던 혼란기인 유럽의 17세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갔던 세 사람이 남긴 '처세'의 교훈을 묶어 현재의 경험과 연관지은 책. 이해하기 쉬웠고, 말투는 냉정하지만 본심은 따뜻한 차도남 같은 책이다. 잠자리 옆에 두고 틈날 때마다 계속 다시 읽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연주 명음반에서 발햐의 개인사와 연주를 듣고 바로 CD를 구입했습니다.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약간 질려서 악기 편곡별로 들어보고 있었는데 발햐의 연주를 듣고 그 어떤 악기로 편곡한 것보다 큰 저릿함을 느꼈습니다. 베토벤에 비견될 만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인 그의 이야기를 가장 친한 벗과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2장 신청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야 읽고 매 장마다 감탄을 연발했다. 연애할 사람, 연애 중인 사람, 결혼할 사람, 결혼한 사람, 그리고 혼자 살 사람에게까지도 과감히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 나오는 가르침은 비단 부부에게만이 아니라 속세의 모든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만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가 정치와 경제와 심리에 대해 배우면서 어렴풋하게 보았던 원리의 본질이 1대1의 가장 가시적인 관계를 통해 예시되고 있다.

아무리 연애를 많이, 오래 하고 삶을 살아보아도 그 사람과 함께 살면 행복할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다. 부모 말에 따라야 할지, 내 뜻대로 해야 할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핵심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것은 괴로움만 유발한다. 그런 고민은 이것도 갖고 저것도 갖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세상에 완벽한, 내 마음에 꼭 맞는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하나가 모자란다. 그것이 곧 번뇌다. 이런 통찰은 선택이 극단이 아닌 엇비슷한 것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서 일어난다는 한계효용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 그저 아무렇게나 결정하라고 한다. 어차피 둘 다 부분적으로만 만족스러운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 이후에 그런 선택이 가져올 여파는 불확실하다. 놀랍게도 이 조언은 최근 심리학의 연구 결과와도 상통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것보다 무작위로 선택할 때 더 결과가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http://www.cell.com/cell/abstract/S0092-8674(14)01107-6)

더 나아가 책의 가르침은 경제학의 핵심을 가리킨다.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의 금과옥조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경우에 그 '공짜'의 범주는 제한된다. 마치 그 범주 밖에 있는 것들은 공짜, 즉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경제학이 그런 암묵적 가정을 해왔던 이유는 그것이 정말 공짜라서가 아니라 단지 측정과 계량이 힘들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문제, 수자원, 대기의 질 문제가 경제의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그 한계효용이 높아지고 더 이상 공짜인 척 취급할 수 없게 되었을 때부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원래부터 공짜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러나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자연이나 환경문제만이 아니다. 대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 즉 마음, 관계, 심리, 정서에도 있다, 아니, 오히려 때로는 그런 것들이 더 큰 대가를 요구한다.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 상대를 만났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알 수 없고 상대에게 그 대가를 내지 않은 채로 과한 요구를 하면서 점점 더 서로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외모에 반해 만난 상대라면 상대가 바람피울,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 외모에 다른 이성들이 접근할 것임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이 와도 그것을 대가라고 받아들여야 하고, 돈 때문에 만난 사이라면 그 돈을 위해 나는 그 사람의 종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왜 정말 사랑해서, 모자란 그 사람에게 베풀고, 더 주고 싶은 마음에 결혼한 것이 아닌데 그런 사랑을 바라는가?"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대가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나 지폐 쪼가리로만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쉬는 숨 한 번, 내미는 손길 하나에도 인연이 있고 업이 쌓인다. 그리고 그 업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대가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렇게 관계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채,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인연이 시작되면 불화와 반목은 끊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대개 그런 갈등이 처음부터 가시적이고 거대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게 출발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사소함이 별 것 아니지만 그런 작은 상처와 불만이 해소되지 않고 쌓이면 결국 어느 순간 큰 사건으로 비화하게 된다. 많은 연인들, 부부들이 마치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큰 다툼으로 헤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아래에는 그 '말할 수 없는' 사소한 고민과 불화가 수없이 많이 깔려있는 것이다. 

국가 간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마치 어떤 역사적 격변이 갈등의 고조(escalation)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대놓고 말하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넘어가자니 개운치 않은' 수많은 작은 사건들이 점점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대지진이 임박하면 수많은 미진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많은 사소한 갈등은 거대한 파국의 분명한 전조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현실적으로 말하면 각자가 서로 기대를 낮추는 것이고 불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각자 자기 악업을 덜어내고 악연을 끊어내기 위해 베풀고, 감사하는 것이다. 요즘 즐겨 인용되는 심리학의 틀(frame)이라는 용어로 말할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의 틀을 상대에게 맞추려고 하면 된다. 자기 틀을 관철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1대1의 관계에서보다 집단 대 집단,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서 이를 실현하기란 무모한 제안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조차 욕심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 다만 안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라. 그것이 수행이고 수련이고 공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