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의 결혼 수업 - 어쨌거나 잘살고 싶다면
신디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쨌거나 잘살고 싶다면
신디의 결혼 수업
신디 지음, 더퀘스트, 2019

1.5/3.0

결혼할 처지는 전혀 안 되지만 결혼에는 무척 관심이 많아서 글로 배운 것만으로는 결혼을 열 번쯤은 해본 듯한 나에게 또 결혼 관련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여태까지 읽은 책들은 대부분 번역서였지만 이번에는 한국 저자의 책이라  처음부터 뭔가 좀 더 각별했다. 부디 좋은 책이길 바라면서 책읽기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직장생활, 친구관계처럼  다른 인간관계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책도 읽으면서 부부관계는 저절로 잘 굴러갈 거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지 말라는 첫 마디부터 강렬하게 뇌리에 새겨졌다.

문장도 전혀 복잡하거나 난삽하지 않고 친근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해서 좋다. 이런 글을 보면 저자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고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의 구성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전 세대와 달리 우리는 결혼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결혼에 관한 우리의 환상을 하나씩 깨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한 다음 불화와 갈등의 원인과 양상, 관리방법을 구체적인 사례와 이론을 결합해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는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부부)관계에서 해결될 수 있는 갈등은 소수이며 대부분은 평생 관리하고 조율하면서 안고 가야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가장 기억에 남는, 늘 마음에 새기고 싶은 고갱이를 몇 개 추려본다.

첫째, 갈등은 상대가 미워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서 일어남을 명심하라.

둘째, 상대든 나든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아니라 그 배후에 숨은 가장 원초적인 정서, 즉 일차정서가 무엇인지
파악하라. 그러려면 반사적인 반응이 아니라 일단 숨을 고르고 자신의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헤아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셋째, 감정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대해 ‘내가’ 반응하는 방식이다. 즉, 감정은 내 것이다. 남탓 하지 마라.

넷째, 부부는 어쨌든 서로에게  안전기지(secure base)가 되어야 한다. 싸우고, 다투고 갈등이 있더라도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는 내 편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이방인’임을 명심하라. 여기에서 재미있는 비유가 나오는데 스페인 사람과 중국 사람이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해서 “우리는 서로 성격이 안 맞나봐요.”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애정을 표현하고 표현받는 언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 언어가, 상대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고 서로 그에 맞게 표현해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에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애착이론을 기반으로 연애과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하는 책은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많이 쏟아져 나와서 식상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애착이론을 포함해 다양한 이론을 적절히 조합하고 있어서 뻔한 얘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건강한 소통, 건강한 대화, 갈등관리를 연습할 때 처음부터 그렇게 차분하게, 한 발 물러서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말하기 힘들고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저자의 조언에 더 신뢰가 간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처음은 언제나 힘들다.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그게 결혼의 본질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결혼은 처음이고  더군다나 특정한 상대와의 관계맺음 또한 처음이니까.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혼이 결혼생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일갈하면서  “이혼도 공부하고 하라”고 조언하는 부분은 “결혼도 공부하고 하라”는 서두의 말과 수미쌍관을 이루면서 다시 한번 사랑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결국 준비 없는 성공은 없고 무조건 실패 없는 성공을 바라는 것은 요행이다. 그리고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해도 내가 품고 있는 문제들은 절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준비라는 것은 물질적, 외적인 ‘차림새’가 아니라 오히려 걸맞은 ‘마음가짐’과 ‘앎’을 갖추는 것이다. 다른 관계나 일에서처럼 결혼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 

다만 건강한 관계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내가 나를 잘 알고 그런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인데 나는 내가 너무 싫으니 역시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다른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 길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집중해서 책 한 권을 한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흡인력 있게 잘 쓴 책이다.
물론 내가 이 주제에 각별히 관심이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결혼이 이미 삶의 일부이거나 곧 일부가 될 모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결혼을 앞둔 지인들뿐만 아니라 연애문제로 고민하는 모든 친구들에게 한 부씩 나눠주고 싶어졌다.

사진으로는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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