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사를 설명합니다
Benjamin McBride 지음 / 사람in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천대상:
영어를 꽤 한다고 자타가 인정하지만, 매우 더 잘하고 싶은 사람

새해 들어 처음 다 읽은 책이다. 유익한 내용과 깔끔한 설명에 연초 벽두부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일설에는 서울대 언어교육원 영어 관련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관사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공지글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관사, 그 중에서도 정관사 the는 체계적이고 일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한마디로 "왜 거기에서 그렇게 쓰나요?"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품사이고 단어다.

이 책은 그 "그냥"을 뛰어넘어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이 관사를 좀 더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침서이자 교본이다. 관사로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전반부에, 그리 길지 않은 관사 사용의 원칙 부분만 읽어도 감탄할 정도다.

이어지는 책의 8할은 글의 종류별로 관사 사용의 사례를 연습할 수 있는 예문 모음이다. 앞에서 배운 원칙을 기억하면서 예제문의 빈칸들에 정관사/부정관사/무관사를 골라서 넣어보고 답과 해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문제를 풀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부분도 있고 해설을 읽어도 애매한 곳들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전에는 관사에 대한 이해가 30%였다면 정독하고 문제를 열심히 풀고나면 적어도 60% 정도까지는 이해가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에서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듯이 남은 40%는 정말로 영어라는 언어와 그 문화, 그리고 그 사용자들 사이의 관습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영역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배우면서 언어는 사실의 객관적 반영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임을 절절히 깨닫게 된다. 애초에 정관사를 쓸지 말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 화자와 청자의 '공유지식'이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이 대상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화자는 the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런 점에서 the는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이 한 마디로 처리되는 '거시기'와도 닮아있다. '우리의 거시기는 거시기가 뭐시기 헐때꺼정 거시기하는 것'이라는 문장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거시기하겠는가. the도 그렇다.

좀 더 연구해서 나도 나만의 관사 설명법을 만들어봐야겠다.

P.S. 79(mechanic), 173(error), 273(only) 페이지 정답에 the가 빠져있다. 이어지는 해설에는 제대로 the가 표시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